급여가 들어왔습니다.

급여님이 입장하였습니다.
국민카드: 퍼가요~
신한카드: 퍼가요~
현대상해보험: 퍼가요~
비씨카드: 퍼가요~
…는 카드가 없으니 제겐 해당 사항 없고요.
2월달 알바비가 입금되었습니다. 그리고 집을 질렀습니다. 신나게 질렀습니다. 후후후.
…는 당연히 농담. 먹고 살기 위해 혹은 이런저런 필수품을 구매해야 하는데 두 달 알바를 쉬니 그럴 돈이 있나요. 그래서 2월 알바비만 들어오면 이것도 사겠다, 저것도 구매하겠다, 요것도 지르겠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어쩐지 구매할 게 엄청나게 많더군요. 그 중엔 제가 무얼 구매하겠다고 얘기했는지 기억도 안 나고요. 암튼 하도 이것도 사야하고, 저것도 사야한다는 말을 하다보니 한 달 월급 받으면 집을 살 기세라고 E와 농담을 했지요. 그래서 한 얘기입니다, 2월 알바비가 들어왔고 저는 집을 질렀습니다. 신나게 질렀는데 생계비가 없네요. 하하. ;ㅅ;
그나저나 한 달 급여로 진짜 집을 지를 수 있다면 어느 정도 급여려나요. 한국에서 월 소득 상위 0.1%면 가능하려나요. 소득 상위 1% 같은 거 필요없으니 그냥 알바를 안 하고 공부만 할 수 있음 좋겠어요. 공부에만 집중하면서 생활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쩐지 수상한 그녀는 나성에 왜 갔을까?

영화 <수상한 그녀>에 나와 처음으로 안 노래 “나성에 가면”은 어쩐지 수상하다. 계기는 별게 아니다. 어제 아침 갑자기 이 노래를 듣고 싶었고 출근 준비하며 이 노래를 반복해서 재생했다. 그런데 가사의 몇 구절이 귀에 걸렸다.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꽃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어보내요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예쁜 차를 타고 행복을 찾아요
당신과 함께 있다면은 얼마나 좋을까
그러니까 가수는 나성에 간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모자를 쓰고 찍은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고, 예쁜 차를 타며 행복을 찾으라고 한다. 작사 작곡을 길옥윤 선생이 했으니 별 것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가사를 절절하게 부르는 사람이 여성이라면? (지금 나는 한국 사회에 널리 통용되는 젠더 이분법과 지배적 젠더 규범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니까 여성 가수(이 곡을 처음 발표한 세샘트리오의 보컬도 ‘여성’이며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이 곡을 부른 가수도 ‘여성’이다)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고 하고, “예쁜 차를 타고 행복을” 찾으라고 한다. 여성 가수가 남성에겐 요구하지 않는, 젠더 관습에 따르면 주로 여성에게 요구하는 일을 나성에 간 애인에게 해달라고 노래한다.
그럼 나성(羅城)이 어디냐면 로스앤젤레스(LA)다. LA를 라(羅)로 불렀고 지역을 뜻하는 성(城)을 붙였다. 한때 LA에 있는 총영사관에서 발행하는 공문서엔 주라성총영사관이라고 적은 직인이 찍혀 있었다고 한다는데 엔하위키가 출처니(http://goo.gl/8Kgaf8) 이 부분은 반신반의. “나성에 가면”은 1978년에 발표되었고, 이 즈음 LA는 LGBT가 그나마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형성하고 있었다. 물론 당시 미국에서 성전환수술은 많지 않았고 대부분은 비공식적으로 진행되었으니 이 가능성은 제외하고.
아무려나 사랑하는 애인은 나성(LA)에 왜 갔을까? 여성 가수라는 어떤 화자와 나성에 갔다고 하는 어떤 여성적 인물은 어떤 관계였을까? 성전환수술이 이유는 아니지만 mtf라서 나성에 갔을까, 여성 간 동성 연애를 그나마 덜 어렵게 하기 위해 나성에 갔을까? 후후후. 근데 이 당시 한국이라면 동성 간 연애가 그렇게까지 혐오의 대상이나 배척의 대상은 아니었든 듯하다. 동네마다는 아니겠지만 여성 동거 커플이나 여성 간 부부관계를 맺은 커플이 그냥 동네주민으로 사는 경우가 꽤나 많았다고 한다. 그럼 나성엔 왜 갔을까? 물론 이 모든 건 망상이거나 상상이겠지만 그래도… 후후후.
*가사 전문*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사랑의 이야기 담뿍 담은 편지를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하늘이 푸른지 마음이 밝은지
즐거운 날도 외로운 날도 생각해 주세요
나와 둘이서 지낸 날들을 잊지 말아줘요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함께 못가서 정말 미안해요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안녕 안녕 내라사랑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꽃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어보내요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예쁜 차를 타고 행복을 찾아요
당신과 함께 있다면은 얼마나 좋을까
어울릴거야 어데를 가도 반짝거릴텐데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함께 못가서 정말 미안해요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안녕 안녕 내 사랑

잡담..

“멘탈류 갑”이란 표현이 어떤 때 사용하는지 며칠 전에야 배웠습니다. 이를 테면 다른 사람이 보기엔 엄청 힘들 수도 있는 상황인데, ‘뭐, 어떻게 되겠지. 어쩌겠어.’라는 자세로 현재 상황을 돌파하는 것을 지칭하더라고요. 그리고 바로 그 과정에서 제가 멘탈류 갑이란 사실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전 정말 제 상황이 그렇게까지 힘든 상황이라고 믿진 않아요. 조금씩 배우고 있는 점 하나는, 그냥 묵묵히 하면 어떻게 되더라고요.
제가 멘탈류 갑이라고 해도 매일 아침 생계형 알바를 하기 위해 출근해야 하는 점은 슬퍼요. 매일 아침 바람은 제가 나가는 모습을 보며 우앙우앙 웁니다. 계속 제 손을 비비며 나가지 말라고 하죠. 그럼에도 제가 나갈 때 저를 바라보는 눈빛은 쉽게 잊을 수 없어요. 그러며 중얼거립니다, “왜 이러고 살아야 하나.” 바람이 먹을 사료를 사고, 제가 먹고 지낼 식료품을 사고, 공부할 책을 사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위해 알바를 합니다. 알바를 하며 그럭저럭 힘들지 않은 삶을 살아가요. 하지만 생계형 알바가 저를 행복하게 하진 않아요. 생계형 알바에 행복을 바라는 게 무리일 수도 있지요. 전 생계형 알바와 제가 좋아하는 일을 철저히 구분해서 살기로 했으니까요. 그럼에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제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생계형 알바를 하는데, 매일 아침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라고 중얼거린다면, 이게 도대체 뭘까요. 달리 방법은 없지만 좀 갑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