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뒤무지개재단, 트랜스젠더

어제 저녁, 비온뒤무지개재단 창립총회가 있었다. 2012년 말부터 논의를 시작해서 얼추 1년하고도 몇 개월의 시간이 더 지났고 이렇게 창립총회를 열었다. 감격이기도 하지만 즐거운 자리였다. 퀴어 이슈로, LGBT 이슈로 재단을 만드는 날이 오다니! 2006년부터 활동을 했으니 활동에 참여한 시간은 얼마 안 되지만 그래도 퀴어 이슈에 집중하는 재단이 생긴다니 정말 기쁜 일이다.
그리고 뭔가 즐거운 기분이었다. 이건 다른 이유에서였다. 재단 창립총회에 참여한 어떤 사람의 면면이 그랬다. 트랜스젠더 이슈와 직접 관련 있는 사람이 많았다. 행사 진행에 적극 참여한 사람 중 트랜스젠더가 많았고 귀한 발언을 하신 분 중엔 트랜스젠더의 부모가 있었다. 혹은 트랜스젠더 활동가도 있었다. 그리고 자리에 참석해 즐겁게 축하를 한 사람 중에도 트랜스젠더가 여러 명이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모두 트랜스젠더 이슈에 관련있어’라는 수준이 아니라 트랜스젠더 이슈를 직접 그리고 적극 고민하는 사람이 많았다.
활동을 시작한 2006년, 그리고 차별금지법 이슈가 크게 터진 2007년 말부터 2008년 초까지엔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트랜스젠더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트랜스젠더 활동가는 소수였다. 활동판에 트랜스젠더의 존재 자체를 드러내야 하는 일이 주요 이슈일까 싶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2014년 지금, 적어도 재단 창립 행사엔 과거에 비해 확실히 트랜스젠더에 직접 관련 있는 사람이 많았다. 반 이상은 아닐 것이다. 상관없다. 그저 이런 풍경이 즐겁고 또 기뻤다. 이런 풍경이, 비온뒤무지개재단 행사여서 가능할 수도 있다. 다른 단체에서도 이런 풍경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건 상관없다.
세상은 정말 내가 인식하지 못 하는 속도로 변하고 있다.

리눅스민트 마야 xfce 설치

오늘 하루 뭐했냐면..
일전에 적었듯 7년을 사용하고 있는 노트북 상태가 좀 안 좋다. 일단 보안 업데이트가 제대로 안 되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선 예전에 적었으니 생략(https://www.runtoruin.com/2439). 그리고 새로운 OS를 설치하려고 했지만 게으름과 이런 저런 일정으로 당장 못 하고 있다가 어제 오후에 결국 설치했다.
선택한 OS는 리눅스민트 마야(12.04, 장기지원판) xfce. 우분투 리눅스를 밑절미 삼아 좀 더 사용하기 쉽게 만든 배포판인 리눅스민트를 선택했다. 이유는 그냥 오랜 만에 OS를 설치하는데 같은 우분투를 사용하기보다는 다른 OS를 사용하고 싶어서. 그리고 xfce를 선택한 건 리눅스 중에서 가장 가볍게(그리고 잘 모르는 사람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데스트톱 환경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사용한 환경에선 크롬 브라우저를 사용할 때면 탭 두 개만 열어도 노트북이 버벅거렸기에 가벼운 OS 선택은 필연이었다.
그래서 오후에 리눅스민트 마야 xfce를 설치했다. 다른 리눅스 배포판처럼 역시나 쉽게 설치 완료. 그리고 한글 입력 문제가 있었는데 그건 구글링만 하면 금방 해결할 수 있는 쉬운 문제. 아울러 각종 보안 업데이트를 완료하고 구글 크롬 브라우저를 설치하며 기본 세팅을 끝냈다. 두어 시간 걸렸는데 그 동안 다른 일을 했으니 그렇게 시간 낭비는 아니랄까.
그리고 크롬 브라우저로 웹서핑 등을 하는데, 오오, 가볍다! 탭을 서너 개 열고 다른 프로그램을 돌려도 쾌적하게 작동한다. 오오, 7년을 사용한 노트북으로 크롬을 쾌적하게 사용하다니, 역시 xfce! 가장 가벼운 데스크톱 환경!
노트북이 오래되어 버벅거리는 상황에서 ActiveX와 아래아한글을 사용하지 않아도 괜찮으시다면 리눅스민트 마야 xfce를 강추해요!
+
그리고 리눅스는 정말 사용하기 쉬운 OS예요. 그러니 겁먹지 말고 남는 노트북이 있다면 당장 한 번 사용해보셔요! 물론 윈도우만 사용했다면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새로 적응해야 하는 건 늘 겪는 일이잖아요. 🙂

수도승 같은 글쓰기: 김학이, 나치즘과 동성애

김학이의 <나치즘과 동성애>를 읽고 있으면 연구를 수도하듯 하는 연구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느 정도 경건하고 감히 쉽게 읽으면 안 될 것 같은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열심히 자료를 찾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해서 뻘소리하지 않고 성실하게 자료를 해석하고 배치하는 태도가 생생하다. 그래서 <나치즘과 동성애>는 단순히 내용만이 아니라 글이 풍기는 어떤 분위기만으로도 배울 점이 많다.
정말 잘 쓴 책이다. 정말 잘 쓴 글이다. 잘 쓴 책이자 글이다. 이러기도 쉽지 않다. 자신의 사유를 밑절미 삼아 새롭고 또 성실하게 쓴 글은 여럿 읽었다. 하지만 기록물을 발굴하고 읽고 해석하고 글을 쓰는데 있어 어떤 경건함을 느끼긴 또 정말 오랜 만인 듯하다. 자신의 관심이라곤 온전히 기록물 뿐이라서 그 외의 모습은 일절 느껴지지 않는 어떤 포스가 글에 넘친다. 그래, 포스가 가장 적절한 표현일 듯하다. 포스가 있다. 공부에 모든 것을 건 수도승과 같은 포스가 있다. (메예로비츠가 쓴 미국 섹스의 역사는 엄청난 내공을 느낄 수 있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책이지만 수도승과 같은 포스는 없었다.) 그래서 읽고 있으면 감동적이다. 한 줄 한 줄이 헛되지 않고 한 줄 한 줄 읽는 시간이 소중하다. 서둘러 다 읽는 것이 아까울 정도다.
이런 좋은 책을 읽으며 저자가 직접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니, 참으로 기쁘다. 나는 언제 이런 글을, 책을 쓸 수 있을까? 쓸 수는 있을까?
그나저나 언론사 기자가 작성한(혹은 보도자료를 정리한) 기사 말고 <나치즘과 동성애>로 쓴 서평/리뷰가 없네. 이 책으로 누군가가 서평을 쓸만한데, 정말 많은 얘기를 할 법한데 서평이 없다니 아쉽다. 내공 짱짱인 멋진 분들이 서평을 써주면 정말 좋을 텐데. 독자로서 정말 즐거울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