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어려운 삶이잖아

관련글: “존재에겐 시간이 흐른다” http://goo.gl/kkhCJk – 한겨레21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에게 트랜스젠더로 사는 삶을 상담하다보면 미래 전망에 관한 조언을 들을 때가 있다. 트랜스젠더로 살면 정말 엄청 힘들 것이며 어려운 일이 많을 것이란 조언. 그래, 당장 이 조언을 듣는다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트랜스젠더를 향한 혐오가 상당한 이 세상에서 트랜스젠더로 계속해서 살아간다면 엄청난 어려움을 겪겠지.
이 세상 살아가다보면 정말 무서운 일도 많고 어려운 일도 많을 테다. 길지 않은 삶을 산 나도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었)는데 더 긴 삶을 산다면 어려운 일이 얼마나 많을까? 그런데 트랜스젠더로 살지 않는다고 그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을까? 트랜스젠더만 삶의 어려움을 겪을까?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는 삶을 포기한다면 아무런 어려움 없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아니다. 트랜스젠더여서 겪는 어려움이나 고단함은 분명 있지만 트랜스젠더가 아니라고 해도 살아가는 일은 만만찮다. 어려운 일 투성이고 힘들고 무서운 일 투성이다.
그러니 트랜스젠더로 살아간다면 어려움을 겪고 힘들 것이란 말은 사실 하나마나한 소리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도 그냥 태어나도 어쨌거나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니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이 트랜스젠더로 살아가고자 하는 삶을 말릴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런 말로 말리고자 한다면 그건 그냥 살지 말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미래는 예단하지 말고 그냥 살도록 내버려 둘 수 있으면 좋겠다. 소박하지만 그저 이런 바람을 품으로 살아간다.

카페 가입, 빨간펜

개인정보 문제도 있고 이런저런 번거로움이 있어서 게시판이나 여타의 사이트 가입을 꺼리는 편이다. 가입한 다음 카페가 몇 있지만 실명인증을 하지 않고 가입할 수 있어서 가입한 경우기도 하고 어차피 다음은 사용하는 계정이 아니니까. 그래서 트랜스젠더 커뮤니티도 눈팅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면 가입을 거의 안 하는 편이다.
어찌하여 어느 사이트에 가입을 했다. 그런데 준회원, 정회원과 같은 회원등급제가 있는 사이트라서 등업하는 문제가 남았다. 아, 귀찮아… 어찌하여 이렇게 귀찮은 시스템을 만들었을까. 구시렁구시렁거리면서도 내용이 궁금하니 별 수 있나. 열심히 등업해야지. 그런데 이 사이트 운영 방식이 재밌다. 정회원 등업 후 눈팅만 하는 일 없도록 시스템을 갖추었다. 뿐만 아니라 사이트 자체를 상당히 잘 만들었다. 사이트를 구경하고 살피면서 감탄 또 감탄.
가입한 사이트와 별도로 다음 카페에도 가입할 일이 생겼는데 실명인증을 해야만 가입할 수 있어서 고민이다. 아, 귀찮아. 정말 귀찮아. 핸드폰 인증이라곤 해도 실명인증은 싫은데.. 끄응.. 다음 카페는 좀 더 고민하자. 흠…
아는 사람의 글에 빨간펜을 해드리기로 했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논평을 하는 작업 자체가 내가 배우는 일이고 내 글쓰기를 점검할 수 있는 일이라 자청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그냥 펜으로 종이에 쓴 걸 그대로 넘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럴 수가 없다. 내 글씨를 알아 볼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달까. 하하. ㅠㅠㅠ 더구나 글을 퇴고할 땐 나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기할 때가 있으니 펜으로 표기한 걸 그대로 줄 수는 없다. 그리하여 워드 작업을 해서 넘기기로 했다. 이것 역시 내가 자처했다. 그런데 시간을 엄청 잡아 먹는다. 글 읽고 펜으로 논평 남길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ㅠㅠㅠㅠㅠㅠㅠㅠ 어떡하지. ㅠㅠㅠ

퀴어, 혐오, 정치… 질문

퀴어 혐오가 초역사적으로 존재한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내가 살고 살고 있는 세상엔 퀴어 혐오가 계속 있었다. 적어도 1990년대 LGBT 인권 운동을 본격 시작한 이후로는 계속 존재했다. 물론 혐오의 정도 차이는 있다. 어떤 시기엔 혐오의 농도가 약했고 어떤 시기엔 혐오의 농도가 강했다. 더 정확하게, 어떤 시기엔 퀴어 혐오를 공공에 두드러지게 표출하진 않았다. 또 어떤 시기엔 퀴어 혐오를 공공에 두드러지게 표출한다. 이 차이는 어디서 비롯할까?
작년인가 러시아에서 퀴어/동성애를 불법으로 법제화한 이슈가 화제였다. 이곳에 오는 분이라면 대충 알고 계시듯, 퀴어/동성애를 불법으로 삼는 국가가 이번이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퀴어/동성애를 불법으로 규정한 법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세상이 변하길 바라는데 그와 반대로 늘어났다는 점, 러시아가 소위 세계 강대국에 해당한다는 점이 당혹감과 분노를 더 많이 야기한 듯하다. 퀴어 혐오와 퀴어를 향한 폭력은 작년에도 전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다. 그리고 어쩐지 유난히 더 강해진 느낌도 든다(이것이 이번 퀴어 아카데미에서 ‘퀴어 살인’을 주제로 잡은 이유기도 하다).
세계는 갈 수록 보수화되는 것일까? 그런데 보수화가 반드시 퀴어 혐오여야 할 이유는 없다. 보수화가 반드시 특정 범주를 혐오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단정할 이슈도 없다. 어떤 국가에선 보수우파가 정권을 잡지만 또 어떤 국가에선 중도나 좌파가 정권을 잡기도 한다. 그러니 세계가 보수화된다고 단언하긴 힘들다. 그럼에도 퀴어 혐오가 두드러지는 느낌이다. 어째서일까? 만약 보수화가 진행되고 있다면 어째서 보수화는 퀴어 혐오라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일까? 국제정치와 퀴어 혐오는 지금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혐오는 어째서 정치적 힘이 될 수 있을까?
… 퀴어 관련 이런 저런 자료를 찾다가 갑자기 떠오른 단상이자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