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잡담..

또 하나의 성명서가 나왔는데, 읽으며 ‘염치’란 단어가 떠올랐다. 연대를 얘기하면서 축제 측 성명서가 나온 날 영화제 측에서 .kr, .co.kr, .or.kr 등의 도메인을 일괄 구매한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말과 행동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기말페이퍼를 쓰고 있다. 오늘 밤이 마감이니 내일 블로깅도 부실하겠지? 후후후 하지만 기말이 끝나면 한동안 블로깅은 더 부실할 듯. 크크크.
내일부터 방학! 주말 내내 외부 일정이 있다. 토요일엔 수업이 있고 일요일엔 바이모임이 있다. 그리고 KSCRC와 퀴어락이 이사해서 책 정리를 하러 가야 한다. ㅠㅠㅠ
바람은 그럭저럭 잘 지내고 나는 잘 먹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알바가 끝난 12월엔 지름신이 강림했고 이번에도 강림하여 주전부리를 잔뜩 샀다. 방학 내내 배불리 맛나게 먹겠어. 후후후.
12월 말까지 소설책 읽으며 그냥 빈둥거릴 예정입니다…는 거짓말. 써야 하는 원고가 잔뜩이다. 간단한 알바도 해야 하고. 이 와중에 쓰고 싶은 글이 생겼다. 아아.. 어떡하지…

긴 시간에 걸쳐 박제(에 실패)한 여성의 시간

수업에 쓴 쪽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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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5.화. 15:00- 크리스테바.
긴 시간에 걸쳐 박제(에 실패)한 여성의 시간
-루인
여성에게 혹은 사회적 타자에게 시간은 있는가? 이 질문은 ‘있다’ 혹은 ‘없다’란 답을 염두에 둔 물음이 아니다. 여성 혹은 사회적 타자의 시간은 어떻게 구성되고, 시간(성) 개념을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를 탐문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이 질문을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 식으로 변형한다면, 타자는 어떻게 초역사적 존재로 역사화되고(“Stabat Mater”), 페미니즘의 각 물결은 여성의 시간을 어떻게 달리 사유하고 또 구조화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가(“Women’s Time”)로 재구성할 수 있다.
흔히 여성적 글쓰기라고 불리는 형식을 취한 크리스테바의 글 “눈물 흘리는 성모Stabat Mater”를 독해하는 방법은 다양할 테다. 그 중 하나로, 나는 이 글을 모성 혹은 여성성이 어떻게 역사적으로 무역사적/초역사적 성질로 구성되(었)는가를 탐문하는 작업으로 이해(오독)했다. 즉 “눈물 흘리는 성모”는 어떤 의미에서 마리아/여성에게 부여된 사회문화적 의미를 추적하는 계보학이기도 하다. 크리스테바는 마리아의 위상이 역사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기술한다. 만약 예수가 원죄 없는 신성한 ‘무엇’이라면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 역시 원죄 없는 존재여야 한다. 이것은 마리아의 위상 변화와 예수의 신성화 작업이 밀접한 관계란 점을 암시한다(어떤 점에서 마리아와 예수는 쌍생아다). 이 일련의 과정은 마리아/여성을 박제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성모인 마리아는 인간에게 오염되지 않은 상태, 원죄를 품지 않은 상태, 즉 무염 시태여야 한다. 이것은 마리아가 자신의 어머니를 부정하도록 한다. 혹은 마리아는 어머니 없는 존재여야 한다. 이처럼 역사적, 시대적 정황에서 마리아는 동정녀로, 성모로, 승천한 존재로, 예수의 어머니이자 아내이자 딸로 다양한 역할을 부여받았다. 그리고 끊임없이 신성화되었다.
마리아의 의미 변화는 당대 사회가 여성에게 기대한/요구한 여성성의 의미를 투사/재현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매 시대마다 지배적 여성 젠더 규범과 여성을 통치하는 기술이 마리아에게 투사되었다. 2,000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친 이 작업은 여성성을 초역사적 성격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기원전에 태어난 존재(적어도 예수보다는 빨리 태어난 존재)인 마리아를 향한 ‘팬질’ 혹은 ‘집착’, 그리고 이를 통해 형성한 여성적 속성은 그 속성이 마치 기원전부터 존재한 여성 고유의 속성이라는 착각을 일으킨다. 지금 시간에 마리아에게 부여된 속성은 마리아에게서 파생한, 마리아에게 내재한 속성이( 된)다. 이렇게 마리아를 무염 시태로 머물게 하는 역사적 작업, 즉 여성성을 구성하는 시간적 작업은 여성에게 존재하는 시간성을 박제하고, 여성을 언제나 고정되고 변하지 않는 존재로 만드는 작업이다. 그리고 정확하게 이 찰나에 시간은 엇갈린다. 지금이라는 시간이 기원전 존재에게 투사되고, 지금 시간은 기원전 시간이 된다. 그리하여 지금 시간은 현재의 시간인 동시에 기원전의 시간이다. 즉 여성, 여성성, 그리고 모성을 규정하고 또 고착시키려는 일련의 작업은 그 의도가 무엇이건 단선적 시간을 비틀어버린다. 물론 이런 시간 개념은 시간을 흐르지 않는 것, 영원히 정박된 것으로 이해하는 관념의 반영일 수도 있다. 구원 혹은 승천 이전의 시간은, 세속적 시간 개념으로 얘기해서 2,000년 전이건 2,000년 후건 ‘그냥 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은 흐른다는 인식으로 접근한다면, 마리아와 여성성을 고착하려는 작업은 시간을 직선이 아니라 ‘이상하게 꼬이고’, ‘기묘하게 접붙는다.’
여성을 고착하려는 기획으로 인해 시간과 시간성이 엉키는 상황에서 페미니즘은 여성과 시간을 어떻게 사유할 수 있을까? 크리스테바의 또 다른 글 “여성의 시간Women’s Time”이 갖는 상당한 매력 중 하나는 제1 단계와 제2 단계, 혹은 제1 물결과 제2 물결로 구분할 수 있는 페미니즘의 역사를 설명하고 구별하는 방식이다. 흔히 이 역사는 정치 이데올로기, 정치적 지향성, 운동의 방식 등으로 특징 짓고 구분한다. 크리스테바는 이것에 더해 시간과 시간성을 다르게 사유하는 방식으로 두 시기를 구분한다. 제1 물결/단계가 남성과의 동등, 동질을 주장하며 선형적 시간 관념에서 여성의 자리를 찾는다면, 제2 물결/단계는 여성과 남성의 차이 및 여성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순환적 시간과 관계 맺는다. 크리스테바에 따르면 이 두 운동은 각각의 문제가 있다. 제1 물결/단계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력’을 획득할 때, 흔히 말하는 남성적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제2 물결은 성차를 강조하면서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강하게 부각하면서 다른 다양한 차이를 은폐한다. 여성의 다양성, 복잡성을 강조하는 크리스테바는 제3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또 그것이 진행 중이라고 얘기한다. 크리스테바에게 새로운 가능성은 이항대립을 중재하고, 선형적 시간과 순환적 시간을 대립이 아니라 복합적이고 동시적 작동으로 해석한다.
크리스테바가 제안하는 제3의 단계/물결은 시간 개념을 나선형 시간(성)으로 바꾸는 작업인지도 모른다. 순환적 시간과 단선적 시간이 반드시 대립이어야 할 이유는 없으며, 단선적 시간이 반드시 직선의 시간일 이유도 없다. 당시 맥락에서 시간/시대/세대를 달리 사유하려는 크리스테바의 작업은 “눈물 흘리는 성모”와 공명한다. 비록 “눈물 흘리는 성모”에서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해도, 크리스테바는 성모의 몸에 복잡한 시간 혹은 나선형 시간이 작동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리고 이 시간성, 혹은 여성의 사회적/상징적 삶은 기존 질서가 사유하고 규정한 틀 내에서 혹은 그 ‘바깥outside’에서 사유될 수 없다. ‘여성’의 삶이 권력의 외부에 존재할 수 없고 배제의 원리에서조차 버려진 것은 아니라면 여성 혹은 타자의 시간을 다른 식으로 사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다른 사유 체계를 상상하면서, 배제의 원리에서도 인식되지 않은 삶과 그 시간성을 사유할 가능성(상상력, 방법, 인식론)을 모색해야 한다.

2014년 퀴어문화축제의 공식 영화제 명칭은 ‘제14회 서울LGBT필름페스티벌’입니다.

단체 혹은 행사의 공지사항을 이곳에 옮기는 게 적절한지 고민입니다만.. 다음의 공지사항은 많은 분이 읽으셨으면 해서 전문 무단(!) 전제합니다. 꼭 전문을 다 읽으셨으면 합니다.
이 공지사항을 적었을 분들, 이 결정을 하셨을 분들이 얼마나 많은 인내를 하셨을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속상해 했을지 떠올리니 슬프기도 합니다.
덧붙여, 이런 말 해서 무엇하나 싶지만 저는 특별한 변동이 생기지 않는다면, 서울LGBT필름페스티벌엔 참가해도 서울LGBT영화제엔 참가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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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퀴어문화축제의 공식 영화제 명칭은 ‘제14회 서울LGBT필름페스티벌(Seoul LGBT Film Festival, SeLFF)’입니다. ‘2014년 서울LGBT영화제’는 퀴어문화축제와는 전혀 무관한 영화제임을 알려드립니다.
퀴어문화축제는 지난 2000년 성소수자의 자긍심 고취와 우리만의 문화를 마음껏 향유하는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문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편견의 벽을 무너뜨리고 소통의 장을 열어보자는 기치 아래 그동안 퍼레이드뿐만 아니라 영화제, 파티, 전시회, 토론회,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꾸려왔습니다.
특히 영화제는 지난 2001년 ‘무지개영화제’라는 타이틀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영화’라는 도구를 통한 소통과 문화 향유의 가능성을 높이는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2007년 ‘서울LGBT필름페스티벌’이라 하여 ‘셀프(SeLFF)’라는 약칭을 가진 영화제로 발돋움하였습니다. 이어 2011년에는 김조광수 감독이 영화제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영화제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퀴어문화축제의 영화제팀인 ’영화제 기획단‘을 ’집행위원회‘ 체계로 개편해 행사를 기획함에 있어 보다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성격을 갖도록 했습니다. 이후 현재까지 영화제는 퀴어문화축제의 주요 프로그램으로서 위상을 확고히 해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4월 영화제 집행위원회가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에 한 마디 말도 없이 영화제 공동 주최에서 축제를 일방적으로 제외하는 일이 있었고, 이에 축제조직위에서 이의를 제기하자 다시 영화제 포스터에 공동 주최로 명기는 하였습니다. 하지만 공동 주최에서 축제를 제외하는 것에 대해 영화제 프로그래머도 모르고 있었을 만큼 내부 회의도 거치지 않은 것임을 알고 축제조직위는 김조광수 집행위원장에게 한번 만나서 회의를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수차례 제안에도 불구하고 6개월 가까이 약속을 계속 미루며 왜 공동 주최에서 제외하려했는지를 설명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난 9월에 드디어 마련된 회의 자리에서 이에 대해 해명하는 대신 “서울LGBT영화제는 퀴어문화축제에 소속된 팀이 아니라 지난 2011년 집행위원회 체계로 바뀔 당시 이미 독립했다”는 주장을 일방적으로 내놓았습니다.
사실 퀴어문화축제 내에서 영화제의 재정적 분리와 조직적 독립에 대한 논의는 2011년 이전부터 있어왔습니다. 장기적 안목으로 볼 때 영화제라는 특수성을 십분 살리고 더욱 발전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독립의 필요성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오랜 역사가 있는 조직인 만큼 제대로 된 독립의 절차를 거치는 것 역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 한 번의 논의도 없이, 더군다나 6개월이나 만나자는 제안을 회피해 온 측에서 이제와 3년 전에 이미 독립한 단체라고 내세우는 것을 납득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에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영화제 집행위가 축제조직위원회 전체 회의에 영화제 독립을 안건으로 내면 서로 협의하고 합의하는 절차”가 가능함을 제안했습니다.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회의는 축제를 준비하는 20여명이 넘는 모든 기획단이 참여하는 회의이며, 지난 14년 동안 퀴어문화축제는 퍼레이드/영화제/파티/이벤트 등 각 팀별로 실무적인 회의를 진행함과 동시에 축제 전반에 관한 논의는 월 1~3회 정도 열리는 전체 회의에서 치열하게 서로 의견을 주고받아 의견 합의를 해왔습니다.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이와 같은 사항을 영화제 집행위원회측에 재차 전달하며 대화를 시도했으나 영화제 집행위원회측은 “서울LGBT영화제는 2011년 새로운 고유번호증을 발급받은 비영리단체로서 독립되어 있음을 법적 행정적 절차가 입증하고 있다”는 내용을 들어 “영화제는 축제에서 독립한 별개의 행사”라는 주장만을 반복했습니다. 이 논의 과정에서 영화제 집행위원회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있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2007년부터 영화제에서 일한 홀릭 프로그래머를 비롯 몇몇 스태프들이 사퇴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영화제 집행위원회측에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기 위해 서울LGBT영화제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며 다만 이제 “퀴어문화축제와는 관계없는 영화제인 바, 영화제 명칭과 회차 사용을 중지해 달라”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공식적인 답변과 최종 합의 절차도 없이, 또다시 일방적으로 SeLFF의 명칭을 사용하며 2014년 서울LGBT영화제의 개최를 공지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퀴어문화축제는 원만한 해결을 위한 더 이상의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퀴어문화축제의 가치와 정신을 공유하는 영화제를 지켜나가기 위해 ‘제14회 서울LGBT필름페스티벌(Seoul LGBT Film Festival, SeLFF)’을 개최할 것을 공식적으로 밝힙니다.
갈등이 있는 모든 일에는 각자의 입장차가 있을 수밖에 없고, 당사자들에겐 중요한 부분들이 제 3자에게는 부질없어 보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이 사태에 어리둥절하실 분들도 계시고 혹은 영화제가 두 개가 되는 것은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보실 분도 계실 것입니다. 어떤 의견이든 판단이든 존중되어야 할 것이고 또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각자가 최선을 다해야 할 뿐이겠지요. 다만 많은 분들에게 혼돈이 없길 바라며 공지를 올립니다.
퀴어문화축제는조직위원회는 축제의 사명과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더욱 열심히 2014년 퀴어문화축제를 준비하겠습니다. 아울러 열악한 상황에서의 준비로 부족함이 많겠지만 작아도 알찬 영화제, 성적소수자 커뮤니티와 함께 하는 영화제로 거듭나고자 하는 2014년 제14회 서울LGBT필름페스티벌에도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년 12월 17일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