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일정, 성실

정신 없는 일정에도 어떻게든 그 일정에 밀리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어떻게든 버틴다기보다는 그냥 그 일정의 흐름을 타고 다니는 느낌에 더 가깝다. 물론 지금 일정이 좀 무리란 거 알지만 다음주까지만 잘 지내면 그 다음주부터는 확실하게 한숨 돌린다. … 정말? 확실하게 한숨 돌리는 건 아니다. 역시나 이런저런 일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부담은 덜하다. 여전히 삶은 촉박하게 돌아가겠지만 지금보다 부담은 덜 수 있는 시간이 온달까.
(물론 엄격하게 말하면 지금보다 더 빠듯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지만… 미뤄둔 일을 두어 달 동안 몽땅 처리해야 하니.. ;ㅅ; )
아쉬운 건 이메일을 제때 처리를 못 하는 상황이다. 몇 시간 이내 처리하곤 하던 이메일을, 일주일 밀리는 건 기본일 때도 많다. 뭐, 이것도 며칠 지나면 좀 괜찮아지겠지만…
암튼 오늘 하루도 잘 지내기를… 그리고 성실하게, 더 성실하게. 나는 성실함이 퀴어한 삶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라고 믿는다. 불성실한 게 비규범적인 건 아니다. 아니, 성실을 요구하는 사회니 불성실이 규범에 부합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성실, 규범, 불성실, 비규범은 어떤 연관도 없다. (예를 들어 ‘매우 전복적인 무대’를 선보이는 드랙퀸이 자신의 무대 공연을 위해 자신의 일정을 끊임없이 관리하고 새로운 시도를 고민하면, 이것은 규범적 행동인가?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느긋하고 늘어질 땐 한없이 늘어지겠지만 성실할 땐 또 성실할 수 있기를.

도발하고 싶지만 결국 소심한 글

어제 블로깅에서 잠깐 언급한, 삐라 2호에 투고할 글과 연결해서…
글을 쓸 때면 종종, 이 글이 출판되면 나는 이 바닥에서 퇴출될 거야,라고 중얼거리곤 한다. 물론 퇴출이란 불가능하다. 퇴출은 한국 사회의 퀴어를 대표할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는 뜻인데 그런 존재는 없으니까. 아울러 각 단체의 성명서를 야기할 수준의 글은 또 아니니까. 그럼에도 나는 이 글이 출판되면 온갖 욕을 먹을 거고 더 이상 이 바닥에서 활동하거나 돌아다니기 힘들겠지,라고 중얼거린다.
아직은 이런 일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쓰고 있는 원고에 다시 그 희망을 건다. 으하하. ㅠㅠㅠ
(사실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주시느냐부터가 관건! ㅠㅠㅠ)
내가 가장 쓰고 싶은 글은 읽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글이다. 그러니까 혐오발화나 뭔가 애매하게 혐오의 뉘앙스로 불편함을 야기하는 글이 아니라 사유와 인식론이란 측면에서 불편을 야기하는 글.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쓴 글은 언제나 다른 많은 글처럼 그냥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사실 내 글을 읽어주는 분이 별로 없기도 하거니와 읽어주시는 분은 인식론을 공유하는 분이 많아서..;; 그렇지 않은 분이 내 글을 읽을 이유는 없기도 하고… 하하… 이것을 달리 말하면 나는 언제나 지금 쓰는 글이 나를 이 바닥에서 퇴출 시킬 글이길 바라지만 정작 내가 쓰는 글은 매우 얌전하고 조신한 글이란 뜻이다. 누구도 위협하지 않고 누구도 불편하게 하지 않고 누구도 흔들지 않는 그런 얌전한 글. 하지만 또 고민하면, 지금 나 따위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거나 흔들 수 있으랴. 하지만 또 고민하면,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런 도발적인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냥 막 지를 수 있는 건 바로 지금인데, 지금이 아니면 언제 도발할 수 있을까. 지금도 못 하면 나중에도 못 하는 게 아닐까?
(퀴어트랜스 이슈에 무관심한 사람에겐 관련 이슈로 어떤 이야기를 해도 도발이기에 그런 사람은 여기서 제외하고..;;; )
지금까지 내가 읽은 글 중, 정말 도발적이고 나를 뒤흔든 글은 내공 가득한 상태로 쓴 글이더라. 유명한 책,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도 학자로선 신진일 때 썼지만 내용 자체는 내공 가득하다. 하지만 난 일단 내공이 없잖아? 그러니 안 되겠지? 언제나 어정쩡하고 어설프게 끄적거리다 말겠지? 아무렴 어때. 글을 쓸 수 있다면 이것만으로 충분하니까.
암튼 이번에 쓰고 있는 글의 소재는 죽음과 범주입니다. 다 쓰고 나니 진부한 소리더라고요. 아하하하하하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음식 냠냠

지금 삐라 2호에 투고할 원고를 쓰고 있는데.. 이 원고가 출판이 된다면, 다른 말로 삐라 편집진이 일단 게재는 한다면 나는 퀴어 판에서 퇴출될 게 확실하다. 으하하. 뭐 아는 것도 없는 인간이 이렇게 말을 막 해도 괜찮은 걸까, 아는 것도 없는 인간이 이렇게 막말을 해도 괜찮은 걸까 싶은 내용이 가득가득.
그러니 나는 이제 퇴출을 기대하면서 그동안 먹은 맛난 음식 사진을.. 후후후
모든 음식은 E느님 작품입니다.

이것은 채수로 만든 호박칼국수. 국물이 정말 시원했고 또 맛났다. 다시 떠올리니 또 츄릅..

이건 호박칼국수를 만들며 같이 만든 애호박전~ 반찬으로 냠냠.

오일파스타는 종종 해먹었는데, 얼마전 토마토소스를 발견하고선 구매했다. 토마토소스에 콩단백, 두부 등을 넣었는데 맛났다. 역시 요리의 신.

오랜 만에 부추전을 냠냠. 정말 맛나게 잘 먹었다.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