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냐구요?

트랜스젠더나 바이나 동성애자나 장애인 등 소위 사회적 타자, 비규범적 존재로 불리는 이들이 강의를 하고 난 뒤 질의응답시간이 생기면 나오는 질문이 있다.
“행복하세요?”
이 질문에 “네, 행복해요.”라고 답할 수도 있고, 좀 노련하다면 “질문하신 선생님은 행복하신가요?”라고 되물을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이 질문은 ‘그런 범주(몸)인데도 행복하냐?’란 의미를 내재한다. 다른 말로 “그런 범주”는 행복할 수 없다는 뜻이다. “행복하세요?”란 질문은 행복의 자격요건을 확인하는 언설이다. 이것은 질문의 형식을 갖추긴 했지만 질문이 아니라 이 사회의 규범적 질서를 환기시키는 명령에 더 가깝다. 그러니 “질문하신 선생님은 행복하신가요?”란 되묻기가 매우 중요한 되묻기임에도 조금 다른 반응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잠시 했다.
그리고 이런 고민과 별도로.. 누군가가 내게 “행복하세요?”라고 묻는다면, 난 “대체로 언제나 행복해요”라고 답할 수 있다. 이 블로그에 종종 분노에 찬 글, 짜증이 가득한 글을 올리기도 하지만, 분노와 짜증으로 가득한 글을 쓴다고 해서 대체로 행복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난 대체로 행복하고 대체로 잘 지낸다. 어떤 분노와 짜증으로 인해 내 삶을 뒤흔들어버리거나 내 삶을 부정적으로 바꾸지는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게 분노와 짜증을 야기하는 사람들로 인해 내 삶을 흔들리긴 싫다. 이런 감정을 야기하는 사람에게 내 삶이 흔들릴 정도의 감정과 에너지를 내어주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기에도 부족한데…
그러니 행복하냐고요? 네, 그럼요. 이런 질문을 하는 분은 행복하지 않아서 질투나고 분하겠지만, 저는 행복하답니다. 그러니 걱정마셔요. 다만… 행복의 자격요건을 규정하려는 이상, 영원히 행복하긴 힘들 거예요.

잡담 이것저것

축구선수 박은선 씨와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차분하게 글을 쓸 시간이 없네요..는 핑계. 이번 주 중으로 써야 하는데… 이번 주를 넘기면 아예 안 쓸 것 같은데.. 흠..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니, 정말 좋아요! 코끝이 쨍한 이 느낌에 기운이 살아나네요. 우흐흐. 하지만 전 지금 기온보다 평균 0도를 가장 좋아해요. 이땐 그냥 움직이기 좋은 날이랄까요.
이틀 전 가벼운 가을잠바 하나 걸치고 밖에 나갔습니다. 별로 안 추웠거든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한겨울 잠바를 입고 있더라고요.. 아.. 네.. 추위를 안 타는 트랜스젠더는 이렇게 자신을 드러냅니다. 이것은 걸어다니는 커밍아웃일까요? 후후후. 근데 그날은 정말 별로 안 추웠어요. 따뜻하다는 말은 못하겠지만(사실 비슷한 말을 했..;; ) 시원한 날씨였다는 말은 할 수 있어요.
전기장판이 있어 10월에 미리 꺼냈는데.. 온도 조절기가 고장. 그래서 업체를 검색했는데 안 나와…;;; 직접 산 건 아니고 중고를 물려받은 거라 좀 되긴 했지만.. 흠.. 업체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건 고장난 것 고쳐준다는 개인의 전화번호 뿐.. 흠.. 뭐지.. 추위를 별로 안 타는 것과는 별개로 따뜻한 전기장판에서 뒹구는 건 한겨울에 누리는 최고의 기쁨 중 하난데… 당황하여 아직 전화를 안 했는데 이제 슬슬 할 때가 되었구나..
겨울이 오면서 기력이 살아나는 것과는 별도로.. 피곤을 좀 많이 느끼고 있다. 아니, 한번 피로하면 그게 쉽게 안 풀린다. 흠.. 얼른 방학이면 좋겠다. 후후.

먹고 사는 일, 삶과 생명을 이어가는 일

아는 사람은 아는 이유로 요즘 잘 먹으며 지내고 있다. 그런 일이 반드시 잘 먹고 지내는 이유가 되지는 않지만, 나로선 그러하다. 이를 테면, 지난 주부턴 시험 삼아 알바하는 곳에서 점심으로 먹을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다.
수업이 있어 알바를 오전에만 하는 날엔 점심을 신촌 러빙헛에서 먹고, 수업이 없어 종일 알바를 하는 사흘 동안은 점심을 알바하는 곳에서 먹는다. 일처에서 먹는 건 뻔한데, 짐작대로 비빔밥이었다. 문제는 회사가 많은 지역이기도 해서 점심값이 꽤나 비쌌다. 비빔밥을 대체할 음식이 없어서 작년까진 꽤 비싼 비빔밥을 사먹었다. 올해부터는 알바하는 곳 근처 허름한 식당에서 비빔밥이 1,000원 이상 싸게 팔아서 그곳에서 먹었는데.. 어느날 비빔밥에 뭔가 이상한 게 들어있어서(못 먹을 이상한 게 아니라 내가 먹지 않는 이상한 거;; ) 그 다음부터 그냥 안 갔다. 대신 김밥을 사먹기 시작했다. 알바하는 곳 근처에서 김밥을 주문하기엔 애매해서(비싸기도 했고, 점심 시간 즈음 이것저것 빼고 주문할 상황이 아니어서) 집 근처 김밥천국에 들러 김밥을 사서 갔다. 그걸 점심 때 먹었는데…
김밥을 점심에 먹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고 그렇게 몇 달을 지냈다. 그런데.. 늘 가던 곳이 내부 공사로 열흘 정도 문을 닫았고 어쩔 수 없이 근처 다른 김밥가게로 갔는데.. 오오, 주문하면 포장까지 1~2분이야! 그냥 바로 나와. 기존에 가던 곳은 주문하면 한참 걸렸는데 새로운 가게는 그렇지 않았고, 이게 확실히 좋았다. 여유가 있으면 천천히 나와도 상관이 없는데 바쁜 아침이라 빨리 포장되는 게 좋으니까. 그래서 김밥 사는 가게를 바꿨는데.. 속에 들어가는 게 너무 부실했다. 밥+단무지+오이+당근. 짭짤한 맛도 없고 닝닝한데다, 이곳 김밥 자체가 맛이 없었다. 그렇다고 예전에 가던 곳에 가고 싶지는 않은 게, 포장이 너무 늦달까..
결국 도시락을 싸기로 했다. 밥이야 즉석밥을 먹으면 되고 반찬만 있으면 되는데, 그 반찬이 있었다. 그러니까 그 반찬이 집에 있다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있는 반찬을 통에 담아 도시락을 싸갔고, 이게 훨씬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하여 이번 주부터는 도시락 확정! 일요일마다 일주일 동안 먹을 반찬을 만드는데(아는 사람은 아는 이유가 있기 전부터 유지했던 습관) 어제는 그게 좀 더 풍성했다.
그 반찬과는 별도로 최근 먹은 것 중엔 다양한 게 있지만.. 아쉽게도 사진은 거의 없다. 감자튀김, 부대찌개, 오일파스타, 칼국수 등등등!
그 중에서 사진이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건, 김치볶음밥! 부대찌개를 하기 위해 러빙헛에서 김치를 샀고 남은 김치로 볶음밥을 했다. 정말 맛났다. 참고로 작은 접시의 반찬은 감자조림과 두부토마토 볶음.

그리고 아래는 양파장아찌. 양파와 여러 고추에 끓인 간장을 넣고 만든 것. 어제 만들었으니 이번 주말 즈음부터 먹을 수 있겠지. 츄릅.

아무려나.. 요즘 이렇게 잘 먹고 살고 있다. 아, 그리고 일전에 만든 사과청은 정말 맛나게 잘 먹고 있다.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