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나는 글을 쓰겠지만, 트랜스젠더 이론을 읽는 사람은 거의 없고, 그나마 읽은 사람 중 상당수는 신경도 안 쓰는데 굳이 글을 쓰고 출판해서 뭐하나 싶을 때가 있다. 이를테면 트랜스젠더 이론을 출판한다고 해도 이것을 읽는 사람은 극히 적고, 그 소수의 일부는 논의를 신경도 안 쓴다. 글은 읽지만/소비하지만 단지 그뿐, 신경도 안 쓴다. 그런데도 굳이 글을 출판할 필요가 있을까? 뭐하려고? 이건 허탈한 감정이나 허무한 감정이 아니라 분노다. 트랜스젠더 이론에, 트랜스젠더 인식론에, 트랜스젠더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말하면서도 트랜스젠더 논의를 통해 기존 논의를 재구성하기는커녕 포함 조차 하지 않는 반응을 접할 때마다 질문한다, 이거 출판해서 뭐하나… 다시 말하지만 이건 허탈이 아니다. 이건 한 트랜스젠더의 분노다.
안티바이러스…
2009년인가… 그 즈음부터 노트북의 운영체제를 우분투 리눅스로 바꿨다. 그 전부터 시험삼아 사용하다가 그 해 우분투로 완전히 정착했달까. 그러며 가장 먼저 한 일은 안티바이러스 제품을 찾는 것이었고, 리눅스엔 안티바이러스가 필요없다는 걸 알면서도 한동안 불안했다.
윈도우XP를 사용하던 시절, 노트북에 한 개 이상의 안티바이러스와 별도의 방화벽을 설치했었다. 이를테면 안티바이러스는 아바스트(AVAST)에 방화벽은 코모도(Comodo)였다. 코모도는 계속 사용했고 안티바이러스만 경우 따라 바꿔주는 식이었다. 그리고 매일이었나, 며칠에 한 번이었나.. 실시간 검사를 못 믿어(실제 실시간 검사가 놓칠 때가 있다) 전체검사를 돌리곤 했다. 이런 습관이 몸에 남아 있으니 리눅스에서도 안티바이러스를 찾을 수밖에..
그리고 얼추 5년이 지난 지금, 바이러스 이슈엔 완전 무감각하다. 100% 안전하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현재 리눅스용 바이러스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있긴 있다고 알고 있다) 개인 사용자 차원에선 신경을 안 써도 된달까. 지금은 운영체제보다는 플래시와 같은 웹브라우저 상의 사용에서 바이러스에 걸리거나 위험에 노출되기에 우분투 리눅스라고 안전한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바이러스 이슈엔 무감하다. 관심이 없으니, 아니 신경을 쓸 이유가 없으니 관련 정보를 아예 안 찾는달까.. 다만 내 노트북이 바이러스의 경유지이자 전파처가 될 수는 있다. 나는 바이러스에 안 걸리니 파일에 문제가 없다고 여기며 공유했는데 그게 문제가 있다면.. 🙂
아울러 요즘은 모든 파일을 구글서버에 저장하고 있어서 특별히 바이러스에 걸릴 이유가 없지 싶기도 하다. 이메일에 첨부했다면 지메일이 기본적으로 바이러스 검사를 하고 있기도 하고… (구글에서 안티바이러스 제품을 만들면 어떨까 싶기도…) 뭐, 매우 안이한 생각을 하며 산달까..
그럼에도 가끔씩 안티바이러스나 바이러스 관련 소식을 접하면 관련 기사를 가급적 읽기는 하는데.. 어쩐지 5년 전의 인기 안티바이러스와 지금의 인기 안티바이러스 제품이 여전하단 느낌이다. 개인 무료 안티바이러스 제품인 Avast, Avira, AVG(이른바 3A)는 여전히 가장 많이 추천하는 제품이고, 여기에 MSE가 추가된 느낌? V3는 여전히 평이 별로고…
아이티(IT) 업계의 변화 속도를 감안하면 이건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5년 전 부동일 것만 같던 세계 1위 핸드폰 회사 노키아는 지금 몰락과 회생 사이에서 MS에게 팔릴 예정이다(확정은 아니다). 그 유명한 모토로라의 일부는 구글이 인수했고, 늘 잘 나갈 것 같던 MS는 휴대용 기기 시장에서 뒤쳐지면서 구글과 애플에게 상당히 밀렸고.. 웹에선 독보적일 것만 같은 구글이 페이스북 등과 경쟁하고 있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시장에서 여전히 3A가 잘 나간다니.. 놀랍다. 정말 놀랍다. 안티바이러스 시장이 원래 소비자가 보수적으로 움직이는 곳인지 기존 업체가 엄청 노력해서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어제 무슨 일로 안티바이러스 제품을 잠시 떠올려야 했는데… 5년 뒤엔 또 어떻게 변하려나? 그땐 모든 걸 웹에 저장하니(현재 나는 이렇게 하고 있음…) 바이러스는 중요하지 않고(어차피 서비스 제공 회사에서 관리하겠지..) 비밀번호 등을 관리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이슈려나? 그러고 보면 예전엔 바이러스가 상당히 중요한 이슈였는데 요즘은 어쩐지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더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는 느낌이네..
한겨레21 연재…: 임의 삭제 문제
주간지가 나온지 며칠 안 되었고 잡지로 정독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테고, 그 중에서 저를 아는 분은 더 적을 테니… 수줍게 말하자면 이번 주부터 <한겨레21>에 퀴어 혹은 LGBT 이슈로 칼럼 연재를 합니다. 혼자 하는 건 당연히 아니고,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기획 제목으로, 저를 포함한 총 네 분이 격주로 연재를 합니다. 즉, 제가 이번에 글을 썼다면 그 다음은 8주 지나서라는.. 흐흐흐. 지면 개편에 맞춰 기획자가 처음엔 매주 연재를 원했던 것 같은데 그렇게는 안 되었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막은 생략..)
암튼 그리하여 한겨레21에 연재를 시작했는데요… 처음엔 무덤덤했습니다. 그냥 글 쓰나보다, 고료 나오면 넥서스7 구매해야지, 정도의 감흥이었는데요.. 정작 잡지가 나올 즈음, 이제까지 등록출판물 + 소위 주류 매체에서 퀴어 혹은 LGBT 이슈에만 집중해서 칼럼을 연재한 경우가 있었나 싶어서 당황하기도 했다지요.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게 아닙니다. 사실 이곳에 별도의 글로 연재 사실을 밝히지 않으려 했습니다. WRITING 메뉴엔 이미 적었지만요..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제가 투고한 형태와 실제 출판된 형태 사이에 간극이 발생해서 입니다. 그것을 굳이 따지거나 항의하진 않을 계획입니다. 이 이슈는 나중에 아예 별도의 칼럼으로 쓰면 되니까요. “왜 임의로 바꿨냐?”-“다음엔 안 그러겠다”-“알았다”라는 구조가 아니라 좀 다른 식으로 이 이슈를 다뤄야겠다 싶거든요. 그래서 뭐가 문제냐고요?
이성애자가 아닌 것 같으면 그땐 그냥 동성애자일 뿐이다. 양성애자인지, 동성애자인지, S/Mer인지, 무성애자인지, 다른 어떤 성적 지향인지 구분하지 않는다.
이 문장을…
이성애자가 아닌 것 같으면 그땐 그냥 동성애자일 뿐이다. 양성애자인지, 동성애자인지, 무성애자인지, 다른 어떤 성적 지향을 가졌는지 구분하지 않는다.
주간지의 경우, 문장 종결 등을 임의로 바꾸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성적 지향을 소유물로 바꿨네요. 이것 말고도 바뀐 부분이 좀 많은 듯합니다. 그냥 쭉 읽었을 때, 제가 쓰지 않는 문장이 종종 튀어나왔거든요. (몇몇 부분은 다음에 투고할 때 말해야겠네요…) 그리고 S/Mer를 임의로 삭제했습니다. S/M을 성적 지향으로 이해할지, 성적 실천으로 이해할지 혹은 어떻게 명명할지는 별개의 논의라고 해도, 이렇게 임의 삭제는 당혹스럽지요. 그래서 아예 이 이슈를 한 문단 이상으로 다루는 칼럼을 투고하려고요. 물론 바로 다음은 아니고요. 다음에 쓸 주제는 이미 정해져 있거든요.
아.. 그래서 이번 칼럼의 제목은 “그런즉 외모로 젠더를 예단 말지니”(제981호, 2013.10.14.)입니다. 기사와 칼럼의 제목은 잡지사에서 정하는데, 아, 제목 정말…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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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의 제보를 통해..
벌써 온라인 판이 나왔네요..
http://goo.gl/XuwR7F <- 한겨레21 페이지의 웹판본입니다.
http://goo.gl/aGfGwY <- 한겨레 페이지의 웹판본입니다.
어찌하여 두 판본의 편집과 제목이 다릅니다… ;;;
기본 서지사항은 종이인쇄본을 따랐고 이는 writing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2013.10.09.22:30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