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BT?

LGBT라고 뭉뚱그려 부르는 건 과연 가능한 일일까? L과 G와 B와 T는 서로에게 관심이 있기는 할까? 그냥 연애 상대로서가 아니라 함께 운동을 할 상대로서 서로에게 관심이 있기는 할까?
어떤 일로 비트랜스-퀴어가 트랜스젠더와 관련해서 어떤 인식을 지니고 있는지를 대략(!) 조사했는데.. 그 결과를 엉성하게 요약하면 인식 자체가 없다였다. L이냐 G냐 B냐 혹은 소위 여성이냐 남성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인식도, 관심도 없다는 게 대체적 경향이었다. 더 자세한 얘기는 여기에 쓸 수 없으니 넘어가고.
이런 경향성에 따를 경우, 비트랜스젠더라면 퀴어건 이성애자건 상관없이 트랜스젠더에게 관심이 없고 잘 모른다는 결론을 내도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그런데 이런 결론은 조사가 아니어도 짐작하고 있는 점이다. 트랜스젠더 이슈에 있어선, 대상이 누구건 상관없이(때때로 트랜스젠더도) 트랜스젠더 이슈를 낯설어 한다.
그런데 이를 조금만 달리 고민하면 L은 G나 B에 얼마나 관심이 있고 알고 있을까? G는 L이나 B에 또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사실 이성애자가 아니란 것 외에 LGB를 공통으로 묶을 수 있는 지점은 별로 없으며, LG와 B 또한 때때로 공통점이 없고, L과 G도 서로에게 큰 관심이 없다.
그렇다면 굳이 LGBT라고 뭉뚱그려 말할 필요가 있을까? 퀴어란 커다란 이름으로 뭉쳐서, 마치 한 집단인 것처럼 말하는 것이 가당한 일일까? 공통 집단인 것처럼 말하면서도 결국 특정 범주의 제한된 경험만 말할 뿐이라면 하나의 공통 집단으로 말해도 괜찮을까? 서로를 알아햐 한다는 당위와 서로 연대해야 한다는 당위 외엔 아무것도 없다면 굳이 왜?
(다른 말로 젠더-섹슈얼리티에 있어 비규범적 존재라는 것이 어떤 공통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상상력을 재고해야 한다. 이를테면 성적 지향은 ‘공통점’이 될 수 없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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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조금 다르게 틀면, 비랜스젠더-동성애자에게만 제한된 이슈에서 상당히 긍정적 진전이 있을 때 “우리 성적소수자 모두의”라거나 “퀴어 운동의”라며 말하진 않았으면 한다. 그것이 분명 축하할 일이고 다양한 집단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칠 일임은 분명하다. 나 또한 그런 결과가 기쁘다. 그렇다고 해서 비트랜스젠더-동성애자가 LGBT나 퀴어를 대표하지도 않고 그 이슈가 반드시 트랜스젠더/비이성애자에게도 이득으로만 작동하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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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LGBT는 연대할 필요도 없다고 읽는다면.. 굳이 말리진 않겠지만 제 글을 출처로 밝히진 말아주세요. 그냥 꿍얼거리는 글입니다.

그냥 꿍얼꿍얼: 우리는 모두 똑같은 권리를 갖습니다?

인권과 관련해서 “우리는 모두 똑같은 권리를 갖습니다”란 구절이 있다. 종종, 어쩌면 매우 자주 이 구절을 접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거짓말…”이라고 구시렁거린다. 물론 “거짓말”이란 표현은 불편함을 표현하는 감정이지 정확한/적확한 논평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똑같은 권리를 갖습니다”란 구절이 이른바 ‘당위’란 건 안다. 현재 상황을 기술하는 구절이 아니라 지향해야 하는 방향성을 기술한 구절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것이 내가 혹은 인권 운동이 지향해야 하는 방향인지는 잘 모르겠다. 모두가 똑같은 권리를 가지면 다 된 것인가?
좀 과장하자면,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지금도 모두 똑같은 권리를 갖고 있다. 권리는 갖고 있다. 하지만 그 권리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다. 당위적 권리가 없어서라기보다 권리와 늘 같이 작용하는 권력 개념을 무시하는 게 문제다. 단적으로 나와 박근혜는 같은 권리를 가진다. 나와 이건희도 같은 권리를 가진다. 하지만 내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와 박근혜나 이건희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의 실천 양상은 다르다. 때로 박근혜와 이건희는 실천하지 말아야 할 일을 권리로 실천한다. 과소권리도 문제지만 과잉/과도한 권리 실천도 문제란 얘기다. 누구의 경험을 기준으로 어떤 권리를 가져야 하는지, 권리를 투명한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물어야 한다. 즉 내가 트랜스젠더 정치학을 말하는 것을 표현의 자유로 말하는 것과 대형 교회 목사가 트랜스혐오 발화를 표현의 자유로 말하는 것은 결코 동일한 실천이 아님에도 이를 등가의 행위로 여기는 태도가 문제란 뜻이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똑같은 권리를 가져선 안 된다. 권력 개념을 탈락한 권리 개념은 정말 공염불일 뿐이다.
…라고 자주 구시렁거린다. 그냥 꿍얼꿍얼, 꽁알꽁알거리는 게 지겨워서 이렇게 메모를..

성구매, 낙인

며칠 전 모 연예사병이 안마방에 갔다는 이슈가 문제가 되었는데.. 이 이슈를 두고, 성구매자에게도 낙인이 있음을 알려주는 사건이라는 해석이 있어 당황했다. 어떻게 이 이슈가 성구매자의 낙인을 입증할까?
그런데 궁금한 건, 성구매자에게 낙인이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해도 그것이 성판매자/성노동장에게 가해지는 낙인을 무화 혹은 완화시킬까? 성구매자에게도 낙인이 있고 그리하여 성매매 전체에 가해지는 낙인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운동을 전개한다고 할 때, 이 목적으로 성구매자가 성판매자/성노동자와 동일한 지향에서 운동에 동참할까? 이 운동은 성판매자/성노동자에게 가해지는 낙인은 여전한 상태에서 성구매자에게 가해지는 어떤 부정적 인식만 줄이는 효과만 야기하진 않을까?
뭐.. 이런 고민이 들었다. 혹은 궁금함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