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급하지 않으려 한 이슈에 짧은 기록: 동성결혼

요즘 한국 LGBT/퀴어 이슈에서 언론의 핫이슈가 하나 있지요. “사람들이 묻습니다. 왜 결혼을 하려 하느냐고. 사랑하니까요. 더 필요한 게 있나요?”라는 당혹스런 발언을 했던 그 이슈요.’당연한’ 결혼이라고 해서 난감했던 그 이슈요. 네, 김조광수 씨의 결혼 이슈요. 전 이 이슈에 말을 보태고 싶지 않은 편입니다. 이미 많은 사람이 말을 보태고 있는데 굳이 저까지 말을 보탤 필요가 있을까 싶거니와, 동성결혼은 제 관심 분야가 아니거든요. 결혼 자체에 호의적이지 않으니까요. 결혼 자체, 동성결혼 자체에 워낙 관심이 없다보니 이 이슈에 힘은커녕 말을 보태고 싶은 의지도 별로 없습니다. 물론 이 이슈가 관계 자체를 재구성하고, 결혼 자체를 다르게 상상하도록 하는 계기가 된다면 힘을 보태겠지만(제가 힘을 보탠다고 뭐가 된다는 뜻이 아니라 어떤 이슈엔 누구 한 명이라도 힘을 보탤 때 큰 힘이 된다는 의미에서의 ‘그저 한 명이라는 힘’) 이번 이슈는 그렇지도 않거든요.

물론 이렇게 많은 언론을 타는 것이 부정적일 수는 없겠지요. 여전히 많은 LGBT/퀴어가 자신을 혼자라고 생각하거나 어떤 식으로건 외로움을 느낄 테니까요. 이렇게 미디어에 게이 유명인이 자주 등장한다면 그것만으로 긍정적 효과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 이상 무엇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긍정적 효과를 부정하는 건 아닌데, 그것만으로 평가하기엔 당혹스러우니까요. E와도 얘기했지만, 이 쇼는 이성애 결혼 규범의 정석을 만드는 것만 같아요. “(이성애)결혼이라면 우리처럼”..이랄까요.
제 궁금함은 이 쇼가 끝난 다음 뭐가 있을까,입니다. 쇼 말고는 달리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그런 요란함이 끝난 다음, 그러니까 결혼식을 올리고 나면 그 다음에 뭐가 있을까요? 지금 이런 요란함과 이성애규범적이고 동성애규범적 행동이 야기하는 효과는 무엇일까요? 이토록 요란한 쇼의 끝은 피곤함이니 관계도 피곤함에 찌들까요? 그리고 이런 식의 규범적, 지독하게 규범적 행동이 야기하는 파급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 네, 두 동성 커플의 쇼는 그들 만의 쇼라고 무시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야 결혼식이 끝나면 그것으로 그만이니까요. 하지만 그들이 야기한 파급력을 감당해야 하는 다른 많은 활동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 상상만으로도 피곤해요. 정말 피곤해요.

… 두어 문단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잡담 이것저것

이사온 집에 에어컨이 이미 설치된 것도 있고 하여 이번 여름은 에어컨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에어컨이 있다고 여름의 무력과 체력 고갈이 중화되는 건 아니지만요. 아무려나 6월 중순 즈음부터 에어컨과 살고 있지요. 집에 있으면 계속 에어컨을 틀고 살아요. 하하하. 그리고 지난 달 전기세가 나왔습니다.
허허허허허허허허허
평소보다 5,000원 정도 더 나왔습니다. 우후후. 선방했네요. 물론 8월은 7월보다 좀 더 사용했으니 좀 더 나오겠지요.. 그러니 9월에 고지서를 받아야, 여름 전기세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다행이에요. 많이 내리면 26도, 평소엔 27-28도로 사용해서 가능한 결과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시원해요.
지난 번에 살던 동네에선 동네 평균 전기 사용량이 표시되어서 제가 사용하는 용량과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면 늘 평균의 70% 수준이었는데요. 이번엔 이런 게 표시가 안 되어서 아쉽습니다. 내가 어느 정도 사용하는지 알 수 없으니까요.
전기를 아끼겠노라고 특별히 노력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대기전력이 없도록 관리하는 정도? 이것 말곤 사실 전기를 좀 많이 쓰는 편이라고 느끼는데 평균보다 적어서 신기하긴 했지요.
더위 속에서 간신히, 조금씩 깨어나면서 이런저런 일을 서둘러 하고 있습니다. 9월엔 뭔가 좋은 소식도 전할 수 있을 듯하고요. 아무려나 조금씩 깨어는 나고 있으니 다행이긴 한데… 흑흑
그나저나 8월 중으로 뭔가를 약속한 일이 있는 듯한데.. 기억이 가물가물..
혹시 저와 뭔가를 약속한 게 있으신 분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
제가 하는 알바로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전 당연히 안 되는 줄 알고 신청도 안 했는데요.. 의외로 다양한 방식으로 가능하다는 얘길 듣고 9월에 알바를 재개하면 확인해야지,하며 기대하는 나날입니다. 안 될 가능성이 크긴 한데… 4.4%의 세금 외에 고용보험을 지급하는지 알 수 없어 저도 모르겠습니다. 9월 초면 알 수 있겠죠.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은근 아쉽겠지요..
더운 와중에 주로 집에 머물면서 이것저것 해먹고 있습니다. 요즘은 카레를 해서 매일매일 먹기도 하고요. 참 오랜 만에 뭔가를 했지요.. 네.. 어지간하면 요리를 안 하는데 정말 오랜 만에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한 건 아니지만 채식고르케도 먹었습니다. 아래는 증거 사진! 후후후. 뽀사시한 건 뽀샵의 효과가 아니라 배경의 효과입니다..;; 정말 맛났지요.

바람은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블호흡을 하면서요.. 크크크. ;;; 조만간에 이불호흡 사진을 다시 공개하고..
며칠 전 구글플러스에 공개한 사진
구글플러스엔 폰으로 찍은 사진을 자동으로 업로드하는 기능이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연속해서 찍은 사진은 자동으로 모아서 움짤로 만들어 주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겁니다.
아웅.. 귀염귀염 열매를 먹은 바람.. 후후.

어떤 취향: 성실함, 꾸준함

지난 시티브레이크 공연을 보면서도 다시 한 번 확인했지만, 난 불꽃처럼 확 타올랐다가 한 순간에 사라지는 삶보다는 꾸준히 오래 가는 삶을 사랑한다. 끝내주는 앨범 한 장 내고 대충 살다 몸이 망가져서 더 이상 음악을 못 하는 전설에, 천천히 꺼지는 불꽃이 되기 싫어 삶을 마감하는 생활 방식에 매력을 못 느낀다. 그 앨범을 좋아할 수는 있다. 어느 순간 집중해서 들을 수는 있다. 하지만 오래 좋아하지 않고 열광하지 않는다.

혁명과 개혁. 굳이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를 비교하자면, 피델 카스트로가 더 대단하다. 어떤 사건을 확 불러 일으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일을 장기 지속할 수 있도록 끌고 가는 것은 더 어렵다. 단기의 혁명보다 장기의 개혁이 더 어렵다. 그래서 나는 현대 사회의 히트 상품 체 게바라보단 피델 카스트로가 더 대단하다고 평가한다. 굳이 예를 들어 비교하자면 그렇다.
음악의 취향도, 이론가의 취향도 이와 같다. 1970년대 끝내 주는 앨범 몇 장 내고는 더 이상 음악을 하지 않거나, 그 시절 앨범을 내고 인기를 끌자 마약을 한다거나 술 등으로 흥청망청 지내다 더 이상 음악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이들에겐 애정이 안 간다. 난 그런 행동이 용기라고도 여기지 않는다. 용기는, 자신이 원하는 음악과 어떤 스타일을 꾸준히 실험하고 그 실험을 위해 제 삶을 적절히 관리하는 행동이다. 그래서 20년, 30년 뒤에도 여전히 원하는 음악을 하고 공연을 하는 것이 용기고, 진짜 실력이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꾸준함과 성실함을 사랑한다. 모든 사람이 꾸준하고 성실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 역시 게을러서 성실하지 않고 꾸준하지 않지만, 어쩌면 바로 이런 이유로 꾸준함과 성실함을 좋아한다. 꾸준하고 성실한 이론가의 글이 더 좋다.
여름이라 끊임없이 늘어진 상황에서, 조금은 반성이라도 하려고 이렇게 글을 쓰고는 있는데… 흠…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