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페미니스트일 수 있는가란 질문 구조

남성은 페미니스트일 수 있는가? 오래되고 여전히 많이 등장하는 질문이다.

그럼 퀴어는 페미니스트일 수 있는가? 남성과 퀴어는 동일한 층위의 범주가 아니라고? 그럼 트랜스는 페미니스트일 수 있는가? mtf/트랜스여성은 페미니스트일 수 있는가? 어떤 사람은 mtf/트랜스여성은 태어날 때 남성으로 지정받았고 남성 특권을 누리며 자랐으니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여성일 수도 없다고 주장한다. ftm/트랜스남성은 페미니스트일 수 있는가? 어떤 사람은 ftm/트랜스남성은 여성을 배신하고 남성 특권을 욕망하는 자이기에 페미니스트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럼 젠더퀴어는 페미니스트일 수 있는가?

그럼 페미니스트는 태어날 때 여성으로 지정받고 자신이 여성이란 점 자체는 의심하지 않는 사람만이 될 수 있는가? 그러니까 페미니즘은 특정 신체와 정체화의 자격을 갖춘 사람만이 독점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소유권의 문제인가?

이 질문은 퀴어이론은 퀴어만 할 수 있는가와 정확하게 공명할 수 있다.

누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느냐가 아니라, 페미니스트라면 어떤 정치적 책임과 윤리를 고민해야 하는가로 질문 구조가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 누구도 페미니스트일 수 있는 자동적/태생적 자격조건을 가지지 않는다. 최소한 페미니즘을 정치학으로 이해한다면 그렇다.

책임

모든 사람은 각자의 맥락과 판단에 따라 특정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정치적 입장을 취한다는 것은 그것에 따른 이득만이 아니라 그 입장에 대한 어마한 비판도 감당하겠다는 의미다. 이득은 취하고 비판은 감당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정치적 태도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려나 어떤 입장에 대해 많은 비판이 발생하자, 갑자기 페미니즘은 총체가 아니다, 페미니즘이 모든 걸 떠안을 수는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면 이것은 그냥 너무 무책임한 태도다. 페미니즘이건 뭐건 상관없이 자신이 취한 정치적 입장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묻는 비판에, 나는 모든 것을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식의 반응은 너무도 무책임한 행동이라 화가 난다.

트랜스페미니즘, 젠더 개념의 역사

지난 일요일, 부산에서 강연을 하며 확인한 점.
트랜스페미니즘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강연을 해야 한다.
8월에 있을 퀴어아카데미가 끝나면 “젠더 개념의 역사: 성과학에서 트랜스젠더퀴어까지”란 제목의 3강짜리 강좌를 열어야겠다. 압축 버전으로 2시간짜리로 만들 수는 있지만… 어제 해보니 너무 압축한 느낌. 하지만 듣기에 따라선 압축한 버전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3강으로 나누면 정말 각 시대의 여러 문헌을 꼼꼼하게 살피는 작업을 할텐데 그 정도 관심이 없다면 듣기 힘들테니까. 그리고 이 강좌를 ‘교육플랫폼 이탈’에서 진행하고 싶다고 이탈 관계자에게 말해뒀다(그런데 나도 관계자…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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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강연에 불러만 주시면 전국 어디든 갑니다..라고 영업을 해보지만, 제가 그 정도 가치가 있는지 저 자신부터 의심하는 관계로… 늘 강연이 끝나면, 주최측에 폐만 끼치지 않으면 좋겠다는 기분이라… 이런 영업을 했다가 무슨 사단이 날지 모르겠다는 기분이지만… 호호호…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