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애는 신기해

단순하게 아는 어떤 사람은 남성에 대한 이야기, 남성의 행동이나 가치를 평가하는 이야기만 나오면 늘 부정적이다. 어떤 나이대의 남성은 이게 별로고 한국 남성은 원래 그 정도고 운운. 그런데 연애와 관련한 이야기를 할 때면 언제나 당연한 듯 이성파트너와의 로맨스만 얘기한다. 여성으로 통하는 사람에겐 남자친구있느냐, 남성으로 통하는 사람에겐 여자친구있느냐라고만 물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연애 로맨스 역시 이런 식이다.
나는 이것이 늘 신기하다. 남성에게 그토록 부정적이면서 어떻게 낭만적 연애 각본은 남성으로만 가정할 수 있을까? 클로젯일 수도 있지만 그간의 모습으로는 클로젯도 아닌 듯하다(물론 추정일 수밖에 없다). 남성에 그토록 부정적이라면 연애 각본이 조금은 다를 수 있지 않나? 인간 관계에서 남성은 신뢰할 수 없지만 인간 관계의 일부인 연애 관계에선 남성 뿐이라니…
이 사람은 얼마 전, 동성애의 원인, 트랜스젠더의 원인, 바이의 원인 같은 게 궁금하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내가 질문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을 때도 여전히 소위 퀴어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이 타고나는 것인지 선택인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 사람과 가끔씩 얘기를 하다보면, 혹은 이 사람의 얘기를 듣다보면 소위 퀴어 범주에 속하는 이들의 ‘원인’을 묻기 전에 이성애의 원인과 이성애를 향한 지속적 욕망부터 탐문해야 한다는 믿음이 더 강화된다. 이성애가 단순히 연애 관계가 아니라 사회 제도, 특권, 권력 관계, 혐오 폭력 등과 밀접한 제도란 점에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납득이 안 된다. 도대체 왜? 도대체 왜 그런 거지?
그러고 보면 언젠가 어느 선생님이 그랬다. 가부장제는 ‘내 남자만은 다를 것이다’ 혹은 ‘저 사람[애인, 남편]이 비록 지금은 저래도 언젠간 변하겠지’라며 이성애 여성에게 희망고문을 하는 제도라고. 아무래도 이게 맞는 거 같아. 정말 그런 거 같아. 자발성은 어떤 식으로건 희망을 밑절미 삼으니까.
아.. 그러고 보니.. 언젠가 적었듯 “혐오 폭력과 이성애 범주의 구성”이란 주제로 강의 요청 받습니다. 비용은 협의 가능하며 불러만 주시면 어디든 갑니다.. 흐흐흐 ;;;

일본 트랜스젠더 인권 활동가 ‘우에다치히로’ 초청 간담회가 열립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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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프로젝트의 하나인 ‘트랜스젠더 삶의조각보 만들기’에서 준비한  
일본 트랜스젠더 인권 활동가 ‘우에다치히로’ 초청 간담회가 열립니다. 😀
1. 일본 티지 활동가에게 듣는 일본 티지 커뮤니티와 사회의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
2. 본인 소개와 활동에 대한 소개(티지차별금지법조례진정, 건강보험증상성별표기변경요구, 강연활동)와 이런 활동을 시작한 계기와 목적에 대한 이야기
일시 : 2013년 7월 31일 수요일 저녁 7:30분
장소 :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2호선 홍대입구역 9번출구 인근)
신청방법 : jogakbo1315@naver.com  
 
* 통역 지원됩니다!
[출처] [조각보] 일본 트랜스젠더 인권 활동가 ‘우에다치히로’ 초청 간담회가 열립니다. :D|작성자 KSCRC

아이들 구경하기

언젠가 적었듯 내가 사는 동네는 거주 밀집 지역이라 어린 아이들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다니는 모습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고 그들이 나누는 대화도 종종 접할 수 있다.
집 근처에서 지금 공사를 하고 있는데 그게 좀 깊은 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그 근처에서 양육자와 아이가 얘기를 나누는데..
“나 저거, 아래에서 공사하는 장면 찍었는데 보여줄까?”
라고 아이가 말했다. 양육자는 그 말에 잠시 머뭇.. 뭔가 궁금해서 보고싶어하는 표정이기도 했다. 하지만 난 그 말을 듣는 순간, ‘저 녀석 혼나겠구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양육자는 버럭 화를 냈다.
“떨어지면 어떡하려고 그렇게 위험한 짓을 하냐!”
자랑하고 싶었던 아이는 당황하며 위험하지 않았다고 우겼지만 이미 상황 반전… 아이는 한참을 혼났다.
그 찰나, 내가 나이가 들긴 들었구나 싶었다. 내가 그 아이 나이였다면 나 역시 자랑하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겠지. 하지만 지금 나는 그 아이의 말을 듣는 순간,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알겠고 아이 입장에선 억울하지만 양육자가 혼을 내겠다는 것도 알겠다. 혼을 낼만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츠바랑!>에서였다면 조심했는지만 확인하고 사진을 얼마나 잘 찍었는지를 주로 얘기했겠지?
또 하루는 집 근처에 있는데 한 양육자가 왔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한 아이가 우아앙 울면서 걸어왔다. 아이는 울면서 양육자 근처를 위성처럼 돌았는데… 양육자가 화를 내며
“유치원에서 횡단보도 건너는 법 안 배웠어? 누가 그렇게 건너래?”
라고 말하자 아이는 (예상대로)
“앙.. 안 배웠어..”
(속으로 크크크크크크) 양육자는 다시 화를 내며
“그럼 유치원 선생님을 혼내야겠네.”
그러자 아이는
“안 돼…”
라며 다시 양육자를 따라갔다.
난 아이가 거짓말을 했을 거라고 믿지 않는다. 유치원에서 가르치지 않았을 거라고도 믿지 않는다. 유치원에선 가르쳤지만 아이의 관심이 아니라 기억을 못 했겠지. 혹은 양육자나 다른 어른(아이보다 나이 많은 어떤 존재)이 무단횡단을 하는 모습 등을 보여, 배운 것과는 달리 행동해도 괜찮다고 여겼거나. 종종 무단횡단을 하는 1인으로서..;;; 반성하겠습니다.
암튼 그 짧은 순간에 배우지 않았다고 우기는 모습이 귀여웠다. 물론 옆에서 구경하는 입장이라 귀여웠겠지만…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