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사회가 트랜스젠더를 존중하는 사회로 변하길 바라지 않는다. 존중이라니. 그런 거 필요없다. 트랜스젠더란 이유로 존중하지 않는 사회를 바란다. 트랜스젠더건 뭐건 상관없이 그저 사람이기에 존중하는 사회로 변하길 바란다. 그러니 존중을 요구하지 않는다. 트랜스젠더를 존중하지 마라. 트랜스젠더는 존중할 대상이 아니다. 존중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사고 방식 자체를 바꿔라. 이것이 내가 요구하는 변화다. 트랜스젠더를 존중할 줄 아는 태도, 그리하여 트랜스젠더를 여전히 특이하고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 태도는 이 사회를 별로 바꾸지 않는다. 개별 관계에서 이런 태도는 중요하지만 개별 관계에서 이 정도 태도로 끝난다면 트랜스젠더는 끊임없이 존중을 얻기 위해 매순간, 각자 자신의 관계에서 싸워야 한다. 그래서 성공하는 사람은 존중받을 것이며 실패하는 사람은 위험할 것이다. 혹은 바닐라 이성애 트랜스젠더는 존중받고 그렇지 않은 트랜스젠더는 존중받지 못 할 뿐만 아니라 저어함의 대상, 혐오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도대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러니 비트랜스젠더 맥락에서 트랜스젠더를 존중하는 태도 말고, 트랜스젠더 맥락에서 인간의 젠더 경험 자체, 인간 주체성을 구성하는 근본 토대 자체를 바꾸길 요구한다. 존중해봐야 어차피 위계는 유지되는데 존중해서 뭐하겠는가.
나는 나의 아내다, 트랜스젠더 관련 연극
출처:
제목: 나는 나의 아내다 I Am My Own Wife
일시: 2013/05/28 ~ 2013/06/29 // 화수목금 8시, 토 3시 7시, 일 3시
장소: 두산아트센터 Space111
금액: 일반회원 30,000원
::작품설명::
초연의 세계적 작품
브로드웨이, 웨스트앤드 등 모든 시상에서 최고의 상을 휩쓸며 각종 평단에서 최고의 찬사를 받았던, 그러면서도 연극이란 장르로 약 1년 동안 브로드웨이 장기공연에 성공한 세계적 작품이다.
논픽션 드라마
이 연극은 동베를린에서 태어나 격동의 세월 속에서 살아갔던 CHARLOTTE VON MAHLSDORF 라는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가 가지는 시대적 혹은 개인적 특수성, 그리고 인간으로서 가지는 일반적 가치성 등의 이야기가 그려내는 사실설으로 더욱 깊은 감동을 준다.
1명의 배우가 30인 이상의 역할을 하는 모노 드라마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독특한 소재와 작품성을 바탕으로 그리고 단 한 명의 연기자가 30인 이상의 역할을 연기하는 국내의 대표적 남자배우 모노드라마가 될 것이다.
::줄거리::
존은 동베를린의 붕괴 이후 동독에서 근무하고 있던 미국 기자인데 어느 날 '샬롯'이라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샬롯은 로다라는 이름으로 동베를린에서 태어나 히틀러가 파워를 갖기 시작할 때 자라났고 나치제제와 독일의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 살아 왔던 트랜스젠더였다. 또한 그가 1800년대 독일의 축음기, 시계, 가구 등을 수집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임이 알려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존은 이 이야기를 미국에 살고 있는 그의 작가 친구 '도우'에게 들려 주게 되고 도우는 이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어렵게 여비를 마련하여 독일로 여행을 와 샬롯의 개인 박물관을 방문하여 그를 만나게 된다. 샬롯의 삶의 매혹된 도우는 그(그녀)에게 그녀의 인생에 관한 연극을 만들어 보겠다는 허락을 받고 그녀와의 인터뷰를 시작한다.
뮤지컬 드랙퀸: 패러디, 패러디
지난 주 목요일, 두 가지 좋은 일이 있었다. 그 중 하나는 하리수 씨 주연의 <뮤지컬 드랙퀸>을 관람했다는 점이다. 아는 분이 소개해줘서 하리수 씨 공연이 있음을 알았는데 때마침 초대권이 생겨서 미루지 않고 다녀왔다. 결과만 말하면 정말 좋았다. 즐거웠고.
내용은 간단하다. 가게를 닫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할 정도로 장사가 안 되는 드랙퀸바에서 일하는 드랙퀸(오마담, 소희, 지화자, 에밀리)이 어떤 계기로 홍사장을 만나고 성공한다는 얘기. 이렇게만 요약하면 별 것 없는 듯하지만 깨알같은 재미와 공연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심지어 트랜스젠더를 이해하는데 있어 기본 정보와 인권감수성까지 빼놓지 않았다. 그래서 공연이 끝났을 때 ‘추천할 수 있는 트랜스젠더 입문’으로 판단했다. 다시 찾고 싶고.
간단하게 몇 가지만 메모하면..
일단 패러디의 향연이 매력을 더한다. 다양한 패러디가 있겠지만, 어설픔을 어설픔으로 패러디하는 장면은 특히 좋았다. 패러디가 아닌 건 아닐까라는 고민도 있지만, 어설프게 공연해야 하는 장면에선 계속 어설펐고 깔끔하게 공연해야 하는 장면에선 깔끔했다. 이것이 좋았다. 작품 속 드랙퀸 업소 <블랙로즈>가 인기 없는, 뭔가 어설픈 업소란 점에서, 만약 배우의 연기가 매우 깔끔했다면 오히려 이상했을 듯하다.
(물론 어설프지 말아야 하는 장면에서 삑사리가 나기도 했지만..;; )
“나, 해병대 나온 여자야”라는 장면은 꽤나 흥미로웠다. 사건의 갈등을 어떻게 풀까 궁금했는데, 행여라도 갈등 과정에서 눈이 맞아 갈등이 풀린다는 식이면 리뷰를 쓰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하리수 씨가 “나, 해병대 나온 여자야”라고 말하면서 갈등을 풀어가다니.. 하리수 씨가 드랙퀸을 연기했다는 점도 좋았고 또 매력적인 풍경이지만, 해병대라는 대표적 남성공간으로 불리는 곳을 이렇게 패러디하다니!
눈물이 난 곳도 있었다. 드랙퀸으로 혹은 트랜스젠더로 살며 겪는 어려움을 노래하는 과정에서 “네 엄마는 미역국 먹었냐”라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고 하리수 씨가 말했을 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오마담(하리수 역)과 홍사장이 마지막까지 친구로 남은 점 역시 좋았다. 어설프게 연애관계로 만들었다면 싫었을 듯. 너무 진부하지 않나. 깔끔한 친구 관계, 딱 좋았다.
혹시나 갈까말까를 망설인다면 꼭 보러 가시길 권합니다. 인터파크에서 예매하고 있어요.
난 몇 번 더 볼까를 고민하고 있다. <뮤지컬 드랙퀸>으로 글을 쓰고 싶어서. 시기가 참 애매한데 어떻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