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소수자, 드디어 산부인과를 만나다!

퀴어운동에서, 특히 트랜스젠더 운동에서 의학과 만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공식적으로 이런 자리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고요. 지난 4월 초, 성형외과 의사를 만났다면 이번엔 산부인과입니다. 이번 기회에 많은 분들이 참여해서 함께 하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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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심신산부인과학회와 함께하는 ‘성적소수자, 드디어 산부인과를 만나다!’
친성적소수자 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 KSCRC가 마련한 특별한 자리에 초대합니다.
15:00-16:20 우리가 꿈꾸는 산부인과에 대한 수다방
16:20-16:40 쉬는 시간
16:40-17:30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묻다(이은실, 김정식, 최규연, 이정재 등)
일시: 2013년 5월 7일 화요일
장소: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신관 1층 청원홀
참가신청: 이메일( kscrcqueer@naver.com )로 신청
문의사항은 kscrcqueer@naver.com로 메일주세요. 🙂

상호교차성 2 : 수업쪽글

일전에 지하철에서 휘리릭 쓴 쪽글이 있다고 했는데 그 글입니다. 상호교차성과 관련한 수업 쪽글이고요.
논문의 내용을 충실히 요약해야 해서 그렇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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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0.수. 14:00-
-루인
이벳 테일러(Yvette Taylor)는 계급과 섹슈얼리티가 상호교차해서 작동하는 과정을 구체적 경험 연구를 통해 논한다. 기본적으로 상호교차성은 사회적 구분이 서로 밀착해 있는 속성과 일상 생활에서 개개인이 이 범주를 겪고 재생산하고 때때로 이 범주에 저항하는 일련의 방법을 지칭한다(190).
상호교차성에서 얘기하는 사회적 구분 혹은 인간의 삶을 인식하는 범주는 말 그대로 삶을 설명하는 중요한 분석도구지만 때때로 배타적 경계로 이해된다. 그래서 계급 경험과 섹슈얼리티 경험은 별개의 혹은 양자택일 이슈로 인식되고 이것은 인간의 삶을 보편적이고 단일한 것으로 환원하는 문제를 야기한다. 이를테면 레즈비언과 게이 연구는 대체로 특권적 백인 중산층 레즈비언/게이의 경험에 주로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190). 만약 이 집단의 경험을 레즈비언/게이의 일반적 삶으로 이해할 때 노동계급 레즈비언은 어디에 존재할까? 이벳 테일러의 문제 의식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젠더와 계급, 특히 계급 분석은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혹은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오랜 논의 속에 중요한 분석틀로 기능했지만 현재는 철지난 분석도구로 인식되곤 한다(193). 그렇다고 과거에 집중해서 논했던 이슈가 충분히 설명되었거나 어떤 식으로건 해결되었냐면 그렇지도 않다. 젠더와 계급, 섹슈얼리티와 계급의 교차점에 대한 분석은 과거의 유행이란 듯 철지난 이슈로 얘기되면서 지금은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상호교차성 분석에서 포함과 배제의 역사는 또한 페미니즘의 역사를 상징한다. 제2 물결 페미니즘은 여성의 경험을 중시했지만 이때 여성은 특정 범주로 제한되었다(192). 이에 많은 (흑인)페미니스트가 페미니즘 논의에 팽배한 인종차별주의에 문제제기했다. 아울러 많은 (레즈비언)페미니스트가 페미니즘 논의에 만연한 이성애중심주의에 문제제기했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인간의 삶과 경험을 분석함에 있어 어느 단일 범주로 수렴해선 “총체적 이론”(194)을 생산할 수 없으며 인간의 삶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는 구체적 필요에서 등장했다. 가장 배제된 존재가 주류 이론, 논의 등에 포섭되지 못하고 있듯(191), 현재 통용되는 논의로는 ‘내’ 삶을 설명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상호교차성 논의가 나왔다. 그래서 상호교차성이 비록 학제의 유행어처럼 쓰인다고 해서, 상호교차적 분석/방법론이 학제의 현학적이고 추상적 용어는 아니다. 오히려 상호교차성은 인간 삶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도구며 “살고 숨쉬고 움직이는 무엇”(194)이며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리고 인간 삶에서 작동하는 다양한 범주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가장 잘 조명하는 방법론이란 점에서(200) 상호교차성은 경험연구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
노동계급 레즈비언의 삶을 연구하는 이벳 테일러는 상호교차성 연구 방법론을 통해 레즈비언의 보편적 경험이 있고 노동계급이란 특수성이 따로 있을 것이란 인식을 비판한다. 이를테면 중산층 규범으로 구성된 레즈비언 공간(레즈비언 바와 같은)은 노동계급 레즈비언에게 단순히 술을 마시고 음악을 듣는 곳이 아니라 자신의 섹슈얼리티가 승인되거나 부인되는 곳으로 기능한다(198). 그래서 이런 문화공간에 거주하기 위해선 불편해도 중산층인냥 행동하거나 노동계급 공간에 머물러야 한다. 이것은 계급이 단순히 범주, 기술어[descriptor]가 아니라 정서적 감정적 의미로 구성되며, 제 삶의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아비투스와 같다(197). 이처럼 상호교차 분석은 더하기 모델이 아니라 인간 삶의 복잡한 양상을 복합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이란 점에서 연구의 기본일 수밖에 없다.

글쓰기 일정, 고민, 욕심

4월부터 6월까지 총 여섯 개의 원고(기말페이퍼 하나 포함)를 마감해야 하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순전히 거절 못 하는 나의 성격이 야기한 문제고, 그동안 빚진 걸 갚느라 발생한 문제기도 하고, 내 욕심이 빚은 사태기도 하다. 그래서 하반기엔 따로 더 원고를 쓰지 않겠노라고 다짐에 또 다짐을 하고 있다. 8월 말이 마감인 잡지에 원고를 투고할지 말지를 결정해서 알려달라는 제안을 받기도 했는데, 여기에 답을 미루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상반기 내내 원고를 쓰고 있다보니, 든 것도 없는 통에서 뭔가를 억지로 긁어내는 느낌이랄까. 물론 글을 쓸 기회가 있다는 것 자체는 고마운 일이다. 글을 쓰는 일 자체는 즐거운 일이고. 그럼에도 나 자신을 좀 채운 다음에 퍼내야 하는데, 채우기도 전에, 숙성하기도 전에 급하게 퍼내기만 하니 더 이상은 아니다 싶다. 그래서 하반기엔 기존 일정을 제외하면 추가로 원고 작업을 받지 않을 예정이다(과연… 원고료를 준다면 무조건 쓴다에 한 표;;; ). 백과사전 작업도 진행해야 하니 시간을 비워둘 필요도 있다.
그런데… 더 이상 쓸 얘기도 없겠다 싶었는데, 쓰고 싶은 주제가 생겼다. 두둥… ㅠㅠㅠㅠㅠㅠ 아, 정말 이러면 안 되는데.. 물론 당장 급하게 출판해야 하는 주제는 아니다. 그냥 혼자 묵혔다가 천천히 내도 괜찮은 주제다. 잘 묵혔다가 나중에 급하게 내야 하는 원고가 생기면 그때 활용해도 되는 주제다. 그럼에도 또 쓰고 싶은 주제가 생겼다고 좋아하는 꼴이라니.. 또 다른 주제가 생겼다고 그냥 이번에 출판할까를 고민하는 꼴이라니… 아휴..
그럼에도 이번엔 정말 참아야지. 이렇게 다짐하는데엔 작년 초부터 기획하고 있는 일이 또 하나 있는데 박사과정 진학을 핑계로 전혀 못 하고 있어서다. 학위 논문을 쓰기 전에 진행을 하면 좋겠는데.. 아, 그러고 보니 퀴어이론독본도 내고 싶다고 했는데.. 아니, 그 전에 백과사전도 계속 진행을 해야 하는데… 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