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도피하기

언젠가 한 선생님은 책과 논문을 읽는다는 건 현실에서 도피하는 일이라고 했다. 혹은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책과 논문을 읽는다고 했다. 그땐 그때 나름의 방식으로 어림짐작했지만 또렷한 느낌은 아니었다.
지금은 그 말의 의미를 온 몸으로 절감한다. 몸의 괴로움, 관계의 괴로움을 잊기 위해 책과 논문으로 도망치는 나를 발견한다. 몸이 괴로워서, 고민이 자꾸만 몸을 흔들고 또 불안하게 만들어서 책으로, 논문으로 도망치고 더 열중해서 읽으려 애쓴다.
몸이 괴로우면 자는 걸 선택하는 사람도 있고 나도 한때 그랬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났을 때의 그 상실감 혹은 공백을 감당할 수 없어 잠으로 도망치는 일은 오래 전에 그만뒀다. 대신 책으로, 논문으로, 혹은 일거리로 도망쳤다. 어쩌면 내가 읽은 텍스트의 팔 할은 내 심란한 고민의 산물인지도 모른다. 회피하려는 힘으로 공부를 하는 건지도 모른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심란하거나 조금 괴로운 고민에 몸이 짜부라질 것 같아 조금은 억지로 책에 집증하려 한다. 텍스트에 빠져드는 순간만은 그 고민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고민을 풀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고.
무더운 여름이다. 정말 무더운 여름이다.

의미, 캣파워

01
내가 살아온 시간만큼 앞으로 더 살아갈 줄 알았던 사람이, 너무도 당연히 존재해서 앞으로도 그러하리라 여겼던 사람이 한 순간에 없어졌다. 그런데도 나는 부재를 미처 깨닫기도 전에 적응하고 익숙해지고 있다. 삶이란 그런 것일까… 내가 무정한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어떤 의미로 여기 있는 것일까. 나는 여기 굳이 있어야 하는 것일까. 내가 부재한다고 달라질 것 없고 별 영향도 없을 공간에 혹은 세상에 머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나는 굳이 삶을 유지해야 할까. 나는 굳이 이 공간에 있어야 할까. 만약 그러하다면 어째서일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02
캣 파워 신보가 9월에 나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처음으로 위키피디아에서 캣 파워 항목을 훑었다. 과거 삶이 아찔하고 또 내 몸을 흔든다. 그 시절, 그 반짝이는 앨범을 냈구나 싶었다. 그리고 과거의 반짝임이 한풀 꺽인 시기, 캣 파워는 대중의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다.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일까.
03
여름이다. 모른 것이 퍼지는 여름이다.

스스로 놀라는 상태

블로그를 방치하는 것도 아니고 만날 들어오는데… 내일 글 써야지 하다보면 어느새 일주일이 훌쩍 지나가 있습니다. 물론 바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블로깅을 못 할 정도는 아닌데 이건 또 무슨 조화인지.

글은 거의 매일 쓰고 있습니다. 이메일을 제외하고, 어떤 형태를 갖춘 것만 한정해서요. 글을 못 쓰면 문장 쓰는 연습이라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계속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메일은 옛말로 서간문인데 저는 왜 이메일을 글쓰기에서 제외할까요? 이메일만큼 중요한 글쓰기도 없는데요. 독자가 가장 확실하고 관계를 가장 많이 고민해야 하는 글인데도 저는 글쓰기에서 이메일을 제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자 메시지 수준의 짧은 내용 혹은 업무용 내용만 있는 것도 아닌데…
더위가 기세를 더할 수록 저는 대략 멍합니다… oTL 얼른 가을이 오고 겨울이 와야 하는데요. 더운 건 싫어요. 참, 몇 주 전 엄마가 해준 얘기인데, 한달에 두통약 세 알 이상 먹으면 병원에 가야한다는 방송이 나왔다는데 정말인가요? 엄마에겐 일주일에 한 알 정도라고 말했지만 사실 일주일에 두 알 정도 먹는 편이거든요. 물론 엄마도 알고 저도 알듯, 병원에 가서 검사 받진 않습니다. 병원비도 없거니와 정말 무슨 병이 있다면 그건 더 골치 아프거든요. 그냥 모르고 사는 것이 약이죠. 흐흐흐.
바람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작년엔 6개월에 한 번 정기검진을 받았다면 올해부턴 8개월 주기로 정기검진을 받기로 해서 병원엔 아직 안 갔습니다. 8월에 가야죠. DNA 검사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지만 비용에 따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바람이 특별히 어디 아픈 것은 아니지만 괜한 걱정인 거죠. 아무려나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도 무더운 하루가 끝나갑니다. 그리고 무한도전이 하는 날입니다! 하악하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