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깨닫기를

며칠 전, 이번에 석사 논문 심사에서 통과한 사람 몇 명과 얘기를 나누다가 문득 깨달았는데…

석사학위논문을 쓸 때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내 주제가 학제에서 고작 20년 정도 되었을 뿐이란 점이었다. 참고문헌의 태반이 1990년 이후 출판되었다. 이것은 여러 고민 거리를 안겼는데, 그 중엔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문헌을 인용하고 있다는 불안도 있었다. 물론 나는 그 논의를 신뢰하기에, 그 논의가 적절하다고 판단했기에 인용했다. 그럼에도 비교적 최근 논의를 다루고 있다는 것은 내게 좀 복잡한 감정이었다. 물론 트랜스젠더 이론은 얼추 20년 전만 해도 학제에선 다루지도 않던, 논의 거리로도 취급하지 않던 지적 전통의 산물이다. 이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힘이다. 이 힘은 다른 한편으론 조금 불안한 토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것이 배부른 고민이란 걸 깨달았다. 박사학위논문의 주제는, 좀 더 공부를 해야 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지만, 억지로 길게 잡아도 얼추 15년이 안 되었다. 트랜스젠더 이론은 그래도 학제에 본격 자라라도 잡았지. 박사학위논문의 주제는 학제에서 간헐적으로만 다룰 뿐 제대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아… 난 왜 이런 주제만 쓰려고 하는 것일까? 끄응.

정신이 혼미해지는 소식 02

지난주 일요일 집주인이 찾아와 말하길, 집 뒤에 고양이가 자꾸 응가를 눈다고 했다. 고양이가 시멘트 바닥에 똥을 눈다고? 금시초문. 고양이가 할 일이 아니지만 너무 갑작스런 말에 아무 말도 못 했다. 집주인이 계속 말하길 구청에 연락해서 고양이를 포획할 계획인데, 혹시나 집 근처 고양이 중 자네 고양이가 있으면 밖에 내놓지 말하고 했다. 현관문 앞에 내놓은 사료와 물은 길고양이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집고양이에게 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이 상황의 복잡함이란.. 사람과 함께 사는 고양이까지 어떻게 하지는 않겠다는 배려 아닌 배려와 길고양이를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감정. 이 사람을 나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월요일부터 당장 뭐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화요일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왔을 때 포획망이 1층 한 곳에 있었다. 포획망엔 TNR 등으로 고양이를 포획하는 용도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얼룩이2가 울고 있었다.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했다. 1층엔 집주인이 있었고, 고양이가 포획된 상황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얼룩이2는 밤새 울었다. 수요일에도 늦게 귀가했다. 포획망에 얼룩이1이 들어가 있었다. 순간 ‘이 바보!’라고 구시렁거렸다. 얼룩이1과 얼룩이2는 절친이라 제 친구가 포획망에서 어떻게 되었는지 뻔히 알면서 이 무슨 짓이냔 말이다. 마침 주인집에 아무도 없어 난 서둘러 포획망을 열었다. 그러며 “나가!”라고 낮게 말했다. 얼룩이1은 얼른 빠져나갔다. 그리고 나서 목요일부턴 어떤 고양이도 포획망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 물론 모를 일이다. 내가 모르는 사이 어느 고양이가 잡혀 갔는지…
길고 자세하게 쓰고 싶지만  것이 괴롭고 또 긴장이 넘치는 상태라 길게 쓰는 것도 쉽지 않다. 길고양이 이슈로 집 주인과 마주치고 싶지 않아, 평소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평소보다 더 숨죽이고 살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할까? 포획망은 언제까지 있는 것일까?
집 앞에 둔 사료는 줄어들고 있지만 전보다는 적게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시베리안 허냥이와 융은 만났다. 시베리안 허냥이는 이틀 전 저녁에 만났던가. 융은 어제 밤에 만났다. 계단을 올라오는데 집 근처에서 도망갈 태세였다. 나라는 것을 확인하곤 그 자리에 머물렀다. 집에 들어가 이것저것 정리하고 밖에 나가니 근처에서 늘어지게 앉아 있었다. 캔사료를 하나 주고 현관물을 닫았다.
불안한 나날이다. 융이 포획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잡담.. 짧게

01
어제 기말 페이퍼가 끝나고 오늘부터 딩가딩가 방학을 즐기려고 했는데.. 다음 주에 끝납니다.. oTL..
오늘부터 열심히 블로깅을 하려고 했지만… 일주일 연기! ㅠㅠ
02
집 근처 길고양이가 아이를 낳았습니다. 얼추 일주일 전 이웃집 지붕에서 뛰어노는 아깽이를 보았죠. 총 넷. 무사히 잘 자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아울러 먼 거리지만 그 아이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후후.
03
바람은 요즘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 불만이 가득가득… 미안..;;;
방학하면 많이 놀아줄게…라고 말하고 싶지만 방학하면 더 바쁘겠네요.. ||oTL
04
집주인의 반응, 그 이후의 이야기는 조만간에 정리해서 올릴게요.. 좀 심란합니다.
05
당신이 없는 시간을 견디는 연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