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망설이고 있습니다. 이곳에 기록을 남겨야 하는지도 망설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곳이 저의 흔적을 남기는 곳이라는 믿음, 저 자신을 아카이빙하는 곳이라는 믿음으로 글을 남깁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난 주 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정황은 다음 기사를 참고해주세요.
갑작스런 사고였고, 장례식을 치르고 삼오에 초재를 지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서울로 돌아와선 이런저런 이유로 블로그에 글을 남기지 못 했습니다. 이메일로만 몇 분에게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고요.
장례식을 겪은 후 많은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풀어가야 할 많은 이슈들이 제 몸에 박혔고요.
사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사고가 정말 일어난 것인지, 제가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때론 몸이 너무 무겁고 몸 한 곳에 뜨거운 무언가가 저를 짖누르기도 하고 때론 아무 일 없었다는 것처럼 살고 있기도 합니다.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시간이 좀 더 지나야 뭔가 제대로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전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이러다 어느 순간, 툭 쓰러지기도 하겠지요. 그래도 괜찮아요. 손 잡아 줄 사람이 있으니까요. 억지로 무언가를 애도하지 않고, 또 억지로 정신을 차리지도 않으려고요. 그냥 시간이 흐르면 알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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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수업을 듣는 선생님에겐 소식을 알렸고 그래서 소문이 좀 났고, 고맙게도 몇 분이 장례식장에 찾아주셨습니다. 그런데 찾아준 분의 공통된 발언… “어머니는 정말 미인이고 아버지도 잘 생기셨는데…” 힝!

한숨 돌리다, 초벌원고를 꺼내다

01

하루 종일 원고를 썼다. 대략 11시간 정도 자리에 앉아 계속 썼다. 그리하여 구글독스 기준 10장, PDF 다운로드 파일 기준 13장(참고문헌 포함) 정도다.
물론 초고다. 완전 초고. 대대적 수정을 가해야 하는 상태다. 모든 글쓰기는 초벌원고가 나오면 그때부터 시작이다. 그러니 나도 이제 시작이다. 그래도 백지를 마주하는 부담과 뭐라도 만든 것을 마주하는 부담은 전혀 다르니까. 한숨 돌린 기분이긴 하다. (하지만 퇴고하려고 읽는데, 차라리 백지가 낫다면 어떡하지… ;ㅅ; )
원고 마감은 20일. 애초 초벌을 11일에 쓸 계획이었다. 실제 글을 썼다. 펜으로 열심히 썼지만 펜으로 글쓰기가 문제를 일으켜 5시간 만에 포기했다. 다섯 시간 동안 글만 썼는데 2/3쪽 정도 분량을 완성했달까… ;;; 펜으로 글쓰기가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더 큰 문제는 원고 구성의 문제였다. 다른 어떤 글보다 더 신경 써서 준비하다보니 구성 자체를 특별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양한 구성을 상상했고 이런저런 실험적 형태를 모색했다. 그러다보니 정작 내용을 쓸 수가 없더라. 그래서 가장 평범한 형태를 선택했다.
하루에 A4 13장 분량을 썼다면 많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애당초 목차와 세부 내용. 인용문 배치, 할 얘기도 거의 다 정리한 상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니었다면 불가능했겠지.
사실 욕심은 22일이나 23일에 원고를 넘기는 것. 그 전에 사람들에게 논평을 좀 받고 싶어서. 하지만 그랬다간 다른 일정이 다 꼬일 듯하여 그냥 참으려고. 아울러 마감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니까.
내가 글의 질은 보장 못 해도 마감은 최대한 지키잖아… 후후. ;;;
(물론 어긴 적도 몇 번 있습니다.. 미리 양해를 구하고 어긴 것이지만;; )
02
지인에게 보여주려고 혹은 자랑하려고 오랜 만에 석사논문의 초벌원고를 꺼냈다. 지도교수에게 제출하고 논평을 받은 원고다. 선생님은 모든 문장에 논평을 해줬고 나는 그에 따라 열심히 고쳤다. 오랫동안 꺼내지 않았기에 그저 아련한 기억처럼 남아 있었는데 다시 확인하니 선생님에게 너무 고맙고 또 내가 이렇게 배웠다는 사실이 기뻤다. 물론 선생님의 가르침에 못 미치는 학생이라는 게 에러지만. 흐흐. ;;;
대충 보여주면 다음과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거의 모든 페이지가 이런 상태다. 특별히 체크가 많은 페이지를 찍은 것이 아니라 그냥 대충 아무 페이지를 펼쳐 사진으로 찍은 것이다.
내 글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내가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인 동시에 선생님이 얼마나 공들이고 또 열심히 지도해주셨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흔적이다. 고마울 뿐이다.
03
어떤 일정을 조율하는데 정신 없이 바쁜 시기가 겹친다는 걸 발견했다. 바로 지금이다. 원고마감, 혹은 보고서 마감 등으로 다들 바빠 일정 연기에 기다렸다는 듯 답장을 한다. 참고로 일정 연기를 제안하는 메일에 1등으로 답장을 한 사람은 바로 나! 후후. ;;;;;;;;;;;;

비혼여성 정책 관련 아이디어 모집! [굽신굽신…]

어쩌다보니 서울시 비혼여성 정책 마련을 위한 간담회에 참가하기로 하였습니다. ㅇㄹ와 전화할 때만 해도 꼭 참가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며칠 지난 지금 ‘내가 왜 그랬을까…’ ㅠㅠㅠㅠㅠ
암튼 mtf/트랜스여성 맥락에서 간담회에 참가하기로 하였습니다. 담당자와 (저를 모르는)다른 참가자에게 저를 설명하는 것이 더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요.., 크크 ;;
제게 필요한 정책은 집을 무상 혹은 매우 싼 가격에 임대받을 수 있는 것, 그리고 캣맘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거주 환경을 갖추는 것이 거의 전부예요. 전자의 경우, 주민등록번호가 조건이 될 경우 많은 트랜스여성을 배제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언급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요. 즉, 정책에서 mtf/트랜스여성을 배제하지 않는 방식을 얘기할 수 있는 자리로 여기고 참석하려고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지 않을까요?
(캣맘은 단순히 비혼만의 이슈는 아니고 노인층과 더 관련 있는 이슈로 말하겠지만요… 제 아이디어는 아니고 다른 분의 아이디어입니다.)
도움을 요청합니다!
트랜스여성으로서건 비트랜스여성으로서건, 장애여성으로서건 비장애여성으로서건, 비이성애여성으로서건 이성애여성으로서건, 인종 맥락에서건 나이 맥락에서건, 그 어떤 다양한 맥락에서건 이런 정책은 꼭 있으면 좋겠다 싶은 것, 평소 비혼 ‘여성’으로 살면서 이런 정책은 정말 필요하다 싶은 것이 있으면 댓글 부탁해요. 가서 얘기할 게요.. 모든 의견이 반영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다양한 의견이 전달된다면 그 중 한두 가지는 반영되지 않을까요? 아하하..
(사실 많은 의견 중에서 트랜스젠더 맥락이 가장 반영 안 될 것 같지만요..)
귀찮으시겠지만 아이디어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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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인은 혐오가 없는 공동체를 제안했습니다. 괜찮더라고요. 만나기만 하면 인사랍시고 결혼하라고 말하는 이웃이 없는 마을이나 아파트, 내가 무슨 변태건 혐오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그런 공동체. 공동체 구성도 좋지만 혐오가 없는 것이 매우 중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