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닫아두나 열어두나 차이가 없다. 닫았더니 이유를 묻는 사람, 걱정하는 사람이 두엇 있었는데 그것 빼고는 차이가 없다.
누워 있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책상 앞 의자에 앉는 것이 세상 가장 어려운 일이다. 이불에서 나오는 일이 태산을 옮기는 일이다.
식물을 몇 기르기 시작했다. 말려 죽일까 두려워 하고 있다. 윤리는 어디서 출발하고 어디서 그 숨을 잠시 멈출까? 잘 모르겠다. 어떤 죽음은 다른 죽음보다 가볍고 간편하고, 어떤 삶은 훨씬 더 쉽고 간편하게 거래된다. 여전히 윤리를 중시하는 고리타분하고 구닥다리인 나는, 하지만 그저 두려움만 안고 있을 뿐 삶과 죽음 앞에 무력하다. 무기력하다.
ㅎ 시인의 이번 시집은 두고두고 떠오른다. 썩은 사과… 사과가 썩는 시간…
답장을 못 한 메일이 여러 통인데 그저 괴로움만 몸에 켜켜히 쌓여갈 뿐이다.
커밍아웃을 한적 없는 나는 아웃팅을 당할 일도 없다. 나는 내가 00이라고 알려지는데 두려움이나 걱정이 없다. 더 정확하게는 그와 관련한 어떤 감각이 없다. 그것이 무슨 일인지 인지를 못하고 이해를 못한다. 무엇보다 내가 알려지는 방식은 내가 나라고 인지하는 방식과 다르기에 나랑 상관없는 일이다. 그것은 내가 아니니 나와는 무관하다. 하지만 나를 아는 사람, 얼굴을 아는 사람이 느는데 큰 부담이 있다. 어느 자리를 가나 익명의 ㄱ이고 싶다는 욕망이 매우 강하다. 나를 아는 사람이 없기를, 이미 친한 사람, 소중한 사람들이 아니면 아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조용히 참가했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삶. 생존을 위협하는 강렬한 욕망이라 어렵다. 언젠가 나는 향기가 없는 사람이고 싶다고 적었는데, 이 강렬한 바람은 이제 화두가 되었고 생존 문제가 되었다.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