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학교에 가고, 4년 만에 수업을 듣지만 그래도 박사과정이라 석사 때와는 다를 줄 알았다. 여유가 있을 줄 알았다. 아니다. 처음 석사에 입학했을 때보다 더 조급하고 안절부절 못 하고 있다. 석사 1학기 때는 아무 것도 몰랐기에 태평이었다. 지금은 대학원 생활을 한 번 겪은 상황이라 오히려 더 조급하다. 그러고 보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도 석사 때보다 지금이 더 많다. 하고 싶은 일, 공부는 석사 때보다 더 늘어났다. 그래서 더 조급하다. 이 조급함을 어떻게 해야 하겠지만, 사실 조급함이 추동하는 힘이기도 하니 어쩌겠는가.
트랜스젠더 운동, 페미니즘과 동성애 운동과의 관계: 미국과 한국의 경우
미국 트랜스젠더 활동가의 글을 읽을 때면 일부(!) 페미니즘과 동성애 운동에 대한 분노를 느낄 수 있다. 그것이 납득이 가기도 한다.
미국에서 트랜스젠더와 관련한 가장 심각한, 강도 높은 혐오발화를 한 집단은 급진주의/분리주의 페미니즘을 주장했던 이들이다. 그들은 mtf 트랜스여성을, 그 자체로 여성에 대한 강간범으로 설명했다. 이런 식의 비난은 지금도 일부 페미니스트를 통해 반복되고 있다. 물론 또 다른 일군의 비트랜스 페미니스트는 트랜스젠더 이론 작업과 운동에 상당한 공헌을 했다. 일부 페미니스트의 트랜스혐오에 적극 항의하며 트랜스젠더와 함께 행동한다.
미국 동성애자 운동의 일부 진영은 트랜스젠더를 받아들이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를테면 미국 대표적 자부심 행진에서 트랜스젠더를 포함할 것인가란 논쟁이 1990년대에 활발하기도 했다. 동성애 중심이며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이런 태도는 역사 서술에서도 상당한 문제를 일으켰다. 과거 역사를 기술하며 트랜스젠더의 흔적을 누락하거나 배제하고, 동성애의 역사로 전유하는 식이었다. 이런 태도는 2007년 고용에서의 차별금지법(ENDA)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다시 드러났다. 성적지향과 젠더정체성 항목을 모두 포함할 것인가, 성적지향만 포함할 것인가란 논쟁에서 일부 동성애 진영은 신속한 법안 통과를 위해, ENDA를 제정하는데 트랜스젠더는 아무런 공헌도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오도하며 성별정체성 항목을 빼고 성적지향만 넣기를 주장했다. 물론 또 다른 동성애자 운동 진영은 이런 태도를 맹비난했다.
미국의 이런 상황은 트랜스젠더가 페미니즘과 동성애 운동을 바라보는 태도를 양가적으로 만든 듯하다. 이 양가적 감정엔 트랜스젠더 개개인의 역사 및 현재 상황과도 밀접하다. 적잖은 트랜스젠더가 과거엔 레즈비언이나 게이로 자신을 설명했다. 어떤 ftm은 1970년대 분리주의 페미니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아울러 현재, 일부 트랜스젠더는 트랜스젠더인 동시에 레즈비언이거나 게이이기도 하다. 그 자신, 페미니스트인 경우도 적잖다. 즉, 어떤 트랜스젠더에겐 페미니스트와 동성애가 자신과 분리할 수 없는 범주다. 그래서 일부의 혐오발화는 자신의 복잡한 범주를 곤혹스러운 것으로 만든다.
이런저런 정황으로 미국 트랜스젠더 활동가, 이론가의 글에선 페미니즘과 동성애 운동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황과 감정이 한국에 그대로 적용되냐면 그렇지도 않다.
페미니즘과 트랜스젠더 이론의 관계는 엄청 치열한 논쟁이 일어나야 할 교차영역인에도 그런 것이 없다. 두어 명의 페미니스트가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글을 발표했지만 그게 전부다. 사석에선 불편함과 무지에 따른 혐오발화를 하는 이들도 글은 안 쓴다. 혹은 공적 발표 자리에선 몸을 사린달까. 그래, 맞다. 논쟁적 혐오 발화의 부재는 윤리적이라서가 아니라 몸을 사리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혹은 그냥 외면하거나. 그래서 논쟁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 편이다. 아울러 트랜스젠더 이슈에 감이 있는 (비트랜스)페미니스트도 글을 거의 안 쓴다;;; 대신 주요 사안에서 적극 연대하고 성명서를 발표한다.
동성애 운동과의 관계는, 트랜스젠더 운동의 많은 부분이 동성애운동과 함께 하고 있다. 공동체의 개인 차원에서 혐오발화를 하는 이들이 있긴 하지만 이건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일 터. 운동이나 이론 차원에서 동성애 운동은 언제나 트랜스젠더 운동과 함께 하고 있다. 사실상 트랜스젠더 운동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동성애자 단체 혹은 성적소수자 단체에서 트랜스젠더 이슈를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
약간 뜬금없인 글일 수도 있지만, 정리하는 차원에서 쓴 메모. 트랜스젠더 역사 관련 글을 읽다가 든 고민이기도 하고. 🙂
잡담 이것저것: 월화수목금금금, 펜, 바람, 원고수정
01
지난 일요일은 향후 최소 5년 동안의 마지막 일요일이었음에도 성실하게 뒹굴거리지 못 했다. 무척 아쉽다. 지난 1년,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뒹굴거리며 쉬는 날이었는데 당분간 이런 시간도 없겠지.
학부 마지막 1년부터였나, 일상은 언제나 월화수목금금금이었다. 그 습관이 몸에 남아 석사 졸업하고도 2년 정도 더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살았다. 작년에야 비로소 주말은 쉬는 날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별도의 일정이 없으면 집에서 뒹굴거리며 아무것도 안 하고 보냈다. 아무것도 안 하는 생활, 이것도 나름 괜찮았다.
오는 금요일이면 개강이다. 드디어, 정말로, 진짜로 학교에 가는구나 싶다.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다. 그리고 이제 다시 월화수목금금금인 생활을 하겠구나,라고 몸의 준비를 하고 있다. 특별한 것도 유별난 것도 아니다. 전업학생으로 생활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알바로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줄어드니 휴식 시간을 줄일 수밖에.
그러고 보면 이런 감상도 주말에 쉬어봐서 할 수 있는 거네… 예전엔 주말에 쉬는 것을 이해 못 했으니까. 하하. ;;;
02
나는 왜 펜에 정신을 못 차릴까. 어젠 파일을 살 일이 있어 문구점에 갔다가 엄청나게 많은 펜 앞에서 잠시 정신줄을 놓았다. 주로 사용하는 펜이 있고 향후 1년은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음에도 새로운 펜을 사고 싶어 안절부절 못 했다. 입학 기념으로 나 자신에게 선물하겠다고 하나 골랐다(지름에 핑계는.. -_-;; ). 그것은 리필형이라 리필심과 같이 구매하려고 직원에게 물어보니 지금은 재고가 없고 주문하면 다음주에 입고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사지 않기로 했다. 리필심이 단종되면 제대로 쓰지도 못 하는 펜이 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다 하이텍 콜레토 리필심이 내게 준 교훈이다. ;;;
03
바람을 한참 바라보다가 가끔 슬퍼지면 눈을 감는다. 바람이 내 슬픔을, 내가 떠올리는 풍경을 볼 수 없도록.
바람아, 미안해.
04
살면서 매우 드문 짓을 하나 했다. 마감이 없는데도 원고를 수정한 것. 오오…
2010년 가을에 연재한 화학적 거세 관련 원고가 있다. 지금 즈음 단행본으로 나와야 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붕 떠있는 상태다. 아마도 올해는 단행본으로 나올 듯한데(계약을 했기 때문에 책이 안 나오면 출판사만 손해), 출판사에서 언제 “*월 *일까지 수정해서 원고를 보내주세요”라고 연락이 올지 알 수가 없다. 그 시기를 미리 예측할 수 있어도 곤란한 것은 마찬가지. 개강하고, 백과사전 집필하고 하면 정신이 없을테니까.
그래서 나는 매우 기특하게도, 그나마 시간 여유가 좀 있는 2월 중으로 원고를 수정하기로 했다. 보통 이렇게 다짐하면 수정을 안 하는데(언제나 마감 일정에 맞춰 몸이 움직이는 1인;; ) 정말로 원고를 수정했다. 덜덜덜.
내가 쓴 어느 글이 만족스럽겠느냐만, 이번 글도 불만이다. 사실 처음부터 새로 쓰고 싶은 욕심도 있다. 근데 정말 그랬다간 내가 망하고, 내 일정이 모두 엉킬 것 같아 현재 수준에서 수정하기로 했다. ;ㅅ; 어떤 부분은 들어내고 새로운 내용을 추가했고, 어떤 부분은 자잘하게 고치는 식이었다.
수정 과정에서 덧붙인 내용이 있는데, 화학적거세법(성충동 약물치료법)의 연령이 16세인 이유를 밝혔다. 지금 즈음 널리 알려진 내용이려나… 원고를 쓸 때부터 알고 있었고 초안엔 별도의 장으로 논했지만, 원고 전체 분량 문제와 전체 논의에서 뜬금없는 내용이라 삭제했었다. 하지만 언급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기 아쉬워서 각주로 짧게(정말 짧게) 덧붙였다. 알면 허망할 테니 나중에 책이 나오면(근데 정말 나올까? 덜덜덜) 그때 확인하시기를… ;;;
05
염색했다. 거의 10년만에. 첨엔 보라색으로 할까 했다. 미용사에게 물어보니, 탈색하지 않고 염색만 하면 색깔이 충분히 살아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붉은색으로 했다. 내 눈엔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지만 좀 가벼운 느낌은 든다. 후후. 더 가벼워져야 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