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이것저것

월간 블로깅도 아니고 오래 방치…는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얼추 한 달을 아무 글도 안 썼네.

8월에 말과활에서 강좌가 있어 그것 준비하느라 좀 분주하다. 강의를 했으면 그것으로 논문을 쓰건 책을 내건 뭘 좀 해야 할텐데 그동안 이와 관련한 작업을 전혀 안 했는데, 이번에는 강의를 토대로 단행본을 만들어볼까라는 기획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좀 더 품이 많이 든달까. 계약이나 구두로 진행한 약속 같은 것은 없고(당연하고) 일단 나 자신과의 약속 정도로 작업 중이다. 그러니까 철회하기 쉽지만 그래도 한 번 작업은 해보고 싶달까. 강좌 기획 자체로 일부러 이런 작업을 염두에 두고 작성하기도 했다.

느려진 작업 속도는 언제나 고민인데 과거와 달리 글을 쓰는 속도도 에너지도 줄어든지 오래고 회복시키려고 애쓰고 있지만 쉽지가 않아 내게 맞는 속도를 아직도 모색 중이다. 그럼에도 논문 두어 편 더 써야 하는데… 말과활이 끝나면 다시 열심히 해보자.

9월에는 오랜 만에 대중 강연을 하나 할 거 같다. 말과활이 학술적 강의에 좀 더 가깝다면 9월은 대중강좌라는 기획이라 준비하는 품은 비슷해도 성격은 다른데, 진짜 오랜 만에 들어온 대중강좌 요청이라 뭔가 어색했다. ㅎㅎㅎ 그나저나 강의안 폴더를 볼 때마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강의안이 있다는 것은 나름 잘한 일이다 싶다. 아쉬운 것은 2007년 처음 진행한 강의의 강의안과 두 번째 진행한 강의안을 못 찾고 있어 아쉬운데 그날의 기억은 남아 있다. 처음 한 강의는 그냥 떨었던 기억만 있고, 두 번째 한 강의는 생생한데 왜냐면 학부 수업에서 진행한 특강이었고 수강생들이 엄청나게 화를 냈기 때문이었다. ㅋㅋㅋㅋㅋㅋ

아, 운 좋게도 9월에는(실질적으로는 이미 시작했지만) 어느 한 연극에도 눈꼽만큼 기여할 기회가 생겼다. 연극이나 미술과 관련해서 불러주실 때마다 영광이면서도 늘 부끄러운 것은, 내가 해당 분야를 전공했거나, 몇 년이라도 헌신했던 적이 없기 때문에 늘 조심스럽다는 점이다. 내가 감히…라는 염려가 있어 불러줄 때마다 감사하고 또 조심하게 된다. 이런 염려가 논의를 망칠 때가 있음에도 조심스러워지는 것은 내가 잘 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말하는 것의 부끄러움을 더욱 깨닫게 되어서겠지.

부끄러움을 깨달아서만이 아니라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나서, 강의를 하거나 뭔가를 할 때면 과거보다 더욱 내가 모르거나 전공이 아닌 부분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내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강조하는 것에 집중한다 싶을 정도로 그러고 있다. 동시에 아직도 내가 모르는 것, 공부를 하지 않은 것이 너무 많아서 부끄럽다.

부끄러움은 부끄러움이고, 속도가 느린 것이 아쉬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쓰고 싶은 논문 주제가 차고 넘친다는 것은 다행이다. 지금 속도로 쓰고 싶은 주제 다 쓰고 죽으려면 300년은 필요할 듯 ㅋㅋㅋ

원고 분량의 문제

학술지 투고 논문을 작업 중인데, 4월부터 작업하던 논문 한 편은 정리 중이고(?) 다른 한 편은 투고하기 직전 상태로 완성했었다. 물론 이것은 크나큰 착오였는데, 구글 드라이브 문서로 논문을 작성했기에 투고 직전 상태의 논문을 이제 아래한글로 변환해서 투고 규정에 맞춰 작업을 진행했다(참고문헌, 꺽쇠, 인용 등의 형식 맞추기). 그러다 중요한 항목을 매우 늦게, 뒤늦게 발견했다(하지만 해당 항목은 첫 줄에 나와 있음). 원고지 150매 이내로 작성하고, 초과하면 매당 a만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고, 원고지는 최대 175매를 넘지 말 것. 그리고 내가 쓴 원고를 확인하니… 286매가 나왔다. 아하하… 나는 최대한 논의를 꼼꼼하게 가져가려고 보충하고 추가하고 자료를 더 찾아서 덧붙이고 했는데… 그러다보니 286매가 나왔고, 매수로만 따지만 논문 두 편을 하나로 쓰고 있는 셈이었다. 우어어 ㅠㅠㅠㅠㅠ

어쩐지 논문 심사를 할 때면, 투고논문마다 논의를 하려다가 그만뒀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는데 다들 분량 초과로 내용을 덜어낸 거였나 싶은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4월부터 작업하던 논문은 아직 작성 중인데 드라이브 문서(글자크기 11)로 40쪽에 이르고 있다… 허허허… 나 뭐하고 살았냐… ㅋㅋㅋ ㅠㅠㅠ

그나마 개인적 목표로 올해 작성할 논문을 엮어서 단행본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어 내용을 덜어내도 큰 아쉬움은 없는 편이다. 나중에 단행본으로 만들 때 모두 살리면 되니까. 트랜스젠더퀴어 페미니즘의 이론적 맥락과 운동사의 지형을 담고 있는데, 일단 원고를 모두 완성하고 여기저기 연락을 해봐야지…

연극 로비, 영화 ‘에디 앨리스: 리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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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로비: 기어코 그 손을 잡고>를 봤다. 나는 공연을 볼 때 미리 소개글을 자세히 읽고 가기보다 대충의 키워드 정도만 살피고 공연장에서 작품의 내용을 알아가는 편이다. 스포일러를 싫어하기에는, 이미 종영한 드라마나 영화 같은 경우에는 미리 결과를 찾아 읽어가면서 볼 때가 많다(갈등이 고조되면 재빨리 스포를 찾는다 ㅋ). 그런데도 연극이나 뮤지컬을 볼 때는 상세한 내용을 읽어두고 관람하기보다 그냥 몇 가지 키워드만 알고 가는데 이번에는 노동과 연대, 청소노동자 같은 것이었다. 기대하며 봤는데, 중간에 덜컥거리며 눈물이 났고 여러 장면에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미리 스포할 필요는 없으니 쓰지 않지만, 산재 혹은 노동하다 죽는 삶, 정규직 전환을 말하며 인턴만 시키는 기업, 노동자를 손실로만 이해하는 회사 혹은 사회, 고인을 애도한다며 모욕하는 태도, 매우 쉽게 청소노동자를 자르고 무시하는 회사와 일부 노동자, 그리고 퀴어 파트너 관계, 나보다 먼저 떠난 파트너 혹은 소중한 사람과 나 혼자 계속 대화하며 애도하는 일상… 이 모든 것이 이렇게 저렇게 얽히고 관계를 만들어간다.

이 연극은 대부분의 사람이 노동자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상기해주고, 또 애도하는 이들을 외롭게 만들지 않기 위한 다양한 모색을 한다. 이 연극은 시위하고 투쟁하는 이들에게 어떤 태도를 취할지에 대한 윤리적 혹은 유쾌한 대답을 준다. 그래서 퀴어와 애도와 노동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이 연극을 보기를 추천한다. 한 번 더 볼 예정이라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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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한국퀴어영화제의 폐막작 <에디 앨리스: 리버스>를 봤다. 나중에 들으니, 리버스를 더 많이 개봉하고 테이크 판본도 따로 상영 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4년을 작업한 작품인데 다큐라고 할 수도 있고 드라마 영화라고 할 수도 있겠다. 감독 혹은 기획팀의 연출 의도를 전면에, 매우 두드러진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또한 많은 의도와 상징을 그냥 흘려보내고 있다.

일단 앨리스가 목욕탕에 갔을 때의 표정을 잊을 수 없는데 그 장면에서 많이 울었고 그 장면만으로 이 영화를 볼 가치가 있다. 그리고 이 다큐를 다 보고 나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진다는 점에서 진짜 좋은 작품이라고 고민한다. 필름과 삶을 엮은 장면은 나중에 감독에게 부탁해서 이 작품을 분석하는 논문을 쓰고 싶어진다(게으름만 극복하면 된다!). 여러 장면에서 감독의 의도 혹은 조작적 재편집/연출이 두드러지는데 이것은 다큐멘터리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이것은 내가 영화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몰라서 하는 소리다). 에디의 삶과 앨리스의 삶의 다른 양태가 다큐멘터리 촬영이라는 장소에서 만난다는 점, 의도적으로 몇몇 장소를 겹치는 연출, 앨리스가 ‘제4의 벽'(?)을 깨고 나오는 장면 등은 이 영화를 매개로 하고 싶어지는 이야기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달리말해 다큐멘터리에서 익숙하게 전개되는 문법을 따르는 것 같으면서도 많은 부분에서 거스러고 있고 이를 통해 트랜스젠더퀴어의 삶과 욕망,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모색을 담아내고 있다. 진짜 논문 써야지… 내가 게을러서 방치한 논문만 30편…이지만 이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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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a Nastasia의 신보가 나왔다. 그런데 밴드캠프에서만 배포-판매하고 있다. 다행이라면 밴드캠프를 사용하고 있어서 신보 소식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이번 앨범도 좋다. 얼마 전에 Jolie Laide의 신보도 나왔다. 오래 활동을 중단하고 지내더니 다시 활동이 활발하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