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동네 고양이에게 밥을 줄까?

2층 현관문 앞에 사료 그릇을 두었습니다. 언제부터일까.. 추석 전부터인 건 확실하네요. 동네 고양이가 여럿 있고, 이웃집 옥상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고양이가 넷 있거든요. 그들이 제 집까지 오는 건 쉽지 않지만 혹시나 싶어 현관문 앞에 사료 그릇을 두었습니다. 세들어 사는 입장에선 현관문 앞에 두는 것이 가장 무난하겠더라고요.
처음 며칠은 그대로였습니다. 추석때문에 부산에 가기 전, 누군가가 와서 먹고 갔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채워두고 갔습니다. 추석이 지나니 그릇이 깨끗하네요. 냄새를 맡고 왔거나 그냥 제 집을 지나다니던 냥이가 발견했거나. 그래서 다시 그릇을 채웠습니다.
참 묘하죠. 어느 순간 이웃집 고양이 넷이 안 보였습니다. 모두 어디로 간 걸까요? 아울러 사료 그릇은 언제나 그대로였습니다. 누구도 입을 댄 흔적이 없네요. 그냥 그렇게 끝나나 했습니다. (이 즈음 리카를 닮은 아이도 안 보이더라고요.)
며칠 전 비가 내렸습니다. 방치한 사료 그릇은 비에 젖었죠. 아침에 나갈 땐 괜찮았는데 저녁에 돌아오니 잔뜩 불었더라고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얼마간 먹은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아, 다시 찾아온 것일까? 그 동안 어디에 간 것일까? 어디서 무얼하다 나타난 것일까요?
그릇을 씻고 사료를 새로 담았습니다. 야금야금 먹은 흔적. 그리고 어느 날은 하룻밤 사이에 한 그릇을 비웠더라고요. 아웅, 귀여워라. 신나서 그릇을 채웠습니다.
어제 아침, 평소처럼 그릇을 채우고 현관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늘 창문을 열어 놓지만 현관문을 열어야 환기가 제대로 되는 느낌이거든요. 바람은 바깥으로 나가지 않으니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한 번은 바람을 꼭 껴안고 현관문 밖으로 나간 적이 있습니다. 바람은 잠깐 버티더니 제 몸에 상처를 남기곤 서둘러 방으로 도망갔습니다. 이 겁 많은 고양이!) 겁 많은 바람이 활짝 열린 현관문을 구경하다 갑자기 울기 시작했습니다. 전 그냥 심심해서 우는 건가 싶어 다가갔더니, 동네고양이가 사료를 먹고 있네요. 사료를 먹다가 제 발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고선 저를 빤히 보더라고요. 전 얼른 방으로 숨었습니다. 가끔 고개만 내밀어 구경했죠. 아그작, 와그작, 사료를 먹는 소리가 경쾌해요.
바람과 비슷한 무늬네요. 검은 색과 흰 색. 하지만 바람보다 예쁠 순 없습니다. 😛 전 고등어 무늬나 삼색을 기대했는데 바람과 비슷한 무늬라 조금 아쉬웠습니다. 크크. ;;
어제 저녁, 귀가하는 길에 집 근처를 살피니 그 아이가 여유롭게 쉬고 있습니다. 사료 그릇은 깨끗했고요. 후후. 사료 그릇을 채우고 나서 잠시 쉬다가 길냥이를 위한 사료를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oTL…
지금은 바람과 같은 아미캣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미캣이 좀 비싸요. 가난한 집사가 사기엔 좀 부담스러운 가격이죠. ㅠㅠ 더구나 지금 모든 판매처에서 품절이라 11월 중순까지는 구입할 수도 없는 상황. 심지어 베지펫도 가격이 상당히 올랐다는 -_-;; 아울러 동네냥이가 한 아이만 온다는 보장이 없네요. 그래서 길냥이용으로 싸고 양 많은 것으로 구매할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아.. 내 인생 왜 이러는 것이냐.. ㅠㅠㅠ 보관할 곳도 이미 다 정했어요. 보일러실이요. 이제 겨울이라 보일러실에 보관해도 큰 문제가 없겠더라고요. 여름이면 너무 뜨거우니 곤란하지만요. 뭐, 당장 살 것은 아닙니다. 아미캣 수급 상황도 확인하고, 길냥이가 꾸준히 오는지도 확인해야 하니까요. 사료를 잔뜩 샀는데 길냥이가 안 오면 이것도 곤란한 일이죠. 물론 사료셔틀을 다닐 수도 있지만 전 그냥 현관문 앞에서만 줄 거니까요.
아아… 또 혼자서 고민거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크크. ;;;

태초의 인간은…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들었다는 성경의 소설에 상상력을 덧붙이자면…

아담의 생물학적 기관으로 이브의 생물학적 기관을 만들었다는 얘기는 아담에게 이브의 생물학적 기관을 만들 토대가 있다는 뜻이며, 이브에겐 아담의 생물학적 기관의 일부가 있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 남성에겐 여성의 생물학적 특징으로 불리는 흔적이 기본적으로 존재하고, 여성에겐 남성의 생물학적 특징이라 불리는 흔적이 기본적으로 존재한다. 그리하여 태초의 인간은 인터섹스거나 트랜스젠더였는지도 모른다, 성경에 따르면.
… 요즘 의료기술 발달과 인간이란 범주의 발명 관련 글을 읽다가 떠올린 상상. 하지만 이 상상은 20세기 초중반에 걸쳐 매우 중요한 이슈였다. 아울러 섹스와 젠더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둘러싼 중요한 이슈기도 하다. 더 자세한 것은 다음에…

[고양이] 리카와 바람

01
밤에 자려고 누우면 리카가 떠오릅니다. 지난 겨울의 어떤 일 때문에…
어떤 집 고양이는 집사의 이불 속에 들어와 잔다던데 리카는 그런 적 없습니다. 늘 이불 언저리에서 잠들었습니다. 그게 아쉬워서 잠들 때면 리카를 억지로 껴안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리카는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제가 꼭 붙잡았죠. 리카는 나가길 포기했고 전 한동안 붙잡고 있다가 놓아줬죠. 그럼 리카는 후다닥 빠져나갔습니다. 이런 일이 여러 번 반복되자 리카는 제가 잘 준비를 하면 후다닥 도망쳤습니다. 저는 얼른 따라가선 구석에 숨은 리카를 억지로 끄집어 냈죠.
이런 밤을 보내던 어느날 리카에게 미안했습니다. 리카가 무척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미안함. 그래서 리카를 억지로 붙잡는 일을 중단했습니다. 전 중단했지만 리카는 습관처럼 우엥, 울면서 도망갔습니다. 전 따라가지 않았죠. 저 혼자 이불 속에 들어갔죠. 한참 후 리카는 뭔가 겸연쩍은 듯 구석에서 나왔습니다. 그땐 여기까지만 고민했는데…
제가 따라가지 않았던 그때, 리카 혼자 도망가서 숨어 있던 그 시간, 리카는 나를 기다리진 않았을까? 자신을 잡으러 올 나를 기다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아, 짦은 시간이나마 쓸쓸하지 않았을까?
그 쓸쓸함을 떠올리는 날입니다.
02
지난 여름 바람과 난 따로 잤다. 날이 더웠는지 바람은 늘 바닥에서 뒹굴었다. 가을이 오고 날이 쌀쌀하니 바람이 매트리스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새벽에 잠깐 눈을 뜨면 바람이 오른쪽 어깨 부근에서 식빵을 굽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아… 그 자리… 리카가 머물던 자리다. 리카는 이불 속에서 잠들지 않고 언제나 내 오른쪽 어깨 부근에서 식빵을 구우며 잠을 잤다. 리카가 머물던 그 자리에 이제 바람이 있다.
아… 이불을 같이 덮고 자는 고양이는 내가 바랄 수 없는 로망인가…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