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성과 젠더] 출간

물론 아직 실물은 못 봤지만;;; 책이 나왔습니다. 대학 교재를 제외하면 세 번째 책이라는 점이 낯설어요.
제목: 남성성과 젠더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3)
저자: 권김현영, 나영정, 루인, 엄기호, 정희진, 한채윤
교보문고: http://goo.gl/oFCWf (책 소개글에 저자소개도 실려 있어서.. 저의 소개가 가장 재미없어요.. ㅠㅠ )
만족스러운 글은 아닙니다. 목차를 확인하니 제 글이 가장 재미없을 듯하고요. ;ㅅ; 늘 쓰고 나면 부끄러우니, 부끄럽지 않은 글은 언제 쓸 수 있을까요. 지금 제 실력에 공저로 책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니까요.
그래도 팬질하는 선생님들과 같은 책을 냈다는 점에 혼자 좋아하고 있습니다. 제 입장에선, 그저 운이 좋았습니다. 같은 책에 이름을 올린 다른 선생님께 누를 끼치지만 않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편집하느라 만날 야근하며 고생하신 편집장 선생님께 특별한 고마움을 전해요.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목차::
1. 정희진 | 편재(遍在)하는 남성성, 편재(偏在)하는 남성성
1) 메타 젠더: 성차에서 분석 범주로, 분석 범주에서 인식론으로
2) ‘양성평등’ 담론의 남성 중심성
3) 지배적 남성성 논의의 역사
4) 복수적 남성성과 남성성의 임의적 구성
5) 신자유주의 시대의 젠더와 계급: 여성의 지위 향상과 무관한 가부장제의 ‘쇠퇴’
6) 다중적 젠더: 남성 연대와 남성들 간의 차이
2. 권김현영 | 남장여자/남자/남자인간의 의미와 남성성 연구 방법
1) 규범적 젠더 문법의 회로 바깥에서
성차를 생산하는 젠더 문법
2) 남장여자, 여자의 눈에 비친 남자의 의미
근대 전환기, ‘여화위남’이라는 상상력
여화위남, 남장의 세 가지 층위
신여성의 남장 시비
3) 남자 되기의 가능성과 불가능성, 식민지 남자들의 처지
제국의 남성에 대한 ‘사랑’
제국-남자와의 동일시 열망으로서의 내선결혼
좌절된 이성애와 경성 모던보이들의 영혼결혼식
4) 성적 차이로서의 남성 주체와 남성성 연구 방법
근대의 문맥과 규범적 젠더 문법
남성이라는 성적 차이의 위치
젠더 연구로서의 남성성 연구
남성을 차이화하기
3. 루인 | 의료 기술 기획과 근대적 남성성의 발명
1) 근대 외과 의학의 발달과 남성성 규범 형성
2) 외부 성기로 증명하는 남성 신체
3) ‘국민’ 관리 제도와 근대적 남성성
4) 가장 생물학적인
4. 나영정 | 남성/비남성의 경계에서: 성전환남성의 남성성
1) 들어가며: 페니스 ‘없는’ 남성?
2) 성전환남성과 남성성 연구가 만난다면?
3) 몸의 이행과 남성성
잘못 태어난 몸? 마이크로 페니스!
호르몬과 성전환수술을 통한 삶의 가능성과 제약
4) ‘남성-비남성-여성’ 사이의 거리
5) 어떤 남성이 될 것인가: 양가적인 주체화
남성 되기를 위한 ‘재사회화’
‘어머’에서 해방! 삐딱한 남자 되기
6) 나가며: 젠더의 다른 사용 방법을 향해
5. 한채윤 | 레즈비언의 남성성: 공존, 반전, 경쟁, 갈등하는 젠더
1) 소녀는 어떻게 레즈비언이 되었는가
2) 젠더의 위반인가, 젠더의 강화인가
레즈비언의 남성성, 혐오하거나 선망하거나
부치/펨 이분법의 반전
3) 부치와 FTM: 남성성의 원본은 없다
불충분한 여장 vs 충분한 남장
부치와 트랜스남성의 남성성
젠더는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다
4) 페니스의 바느질: 섹스와 젠더, 그리고 섹슈얼리티의 봉합
젠더에 구속된 섹슈얼리티
젠더에 대한 사유를 넓히기
5) 무엇이 다른지가 아니라 무엇이 만들어지는지를 보자
6. 엄기호 | 신자유주의 이후, 새로운 남성성의 가능성/불가능성
1) 이 ‘남루한’ 남성들은 누구인가
2) 남성의 위기, 노동에서 추방되고 국민권을 박탈당하다
3) 평등의 문 앞에서 엎어지다: 찌질이라는 속물
4) 평등? 나 혼자 즐기련다: 동물이 된 우아한 초식남
5) 평등! 남녀 간의 평등 말고 남성들 간의 평등: 괴물로 진화하는 사이버 마초
6) 찌질이: 속물, 동물 그리고 괴물을 넘어

[고양이] 리카와 1년

처음엔 고양이가 무서웠다. 고양이는 좋아했지만 막상 함께 살기로 했을 땐, 무서웠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어떤 식으로 동거를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함께 살겠다는 연락을 하고서도 그 연락을 물리고 싶었다. 리카를 임보하고 있던 집도 더 좋은 집을 물색하고 있었다는 얘길 들었을 때, 리카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아쉽기도 했다. 나보다 더 좋은 집을 찾아 갔다면 리카는 더 행복하고, 나의 두려움도 없었을 텐데.
하지만 난 다시 연락을 했고 리카와 만났다. 그때가 2010년 3월 5일이다. 날씨가 조금 흐렸고 바람이 찼다. 길고양이로 살던 리카는 내게로 왔다. 임보하던 곳에서 내게로 차를 타고 오는 시간,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리카는 임시 박스에 오줌을 눴다. 몸은 좀 지저분했다. 그리고 나는 모든 것이 어색했다.
리카와 처음으로 단 둘이 남은 시간, 그 짧은 시간. 리카를 집에 들이고, 알바를 하러 가기까지 매우 짧은 시간. 모든 것이 어색하고 고양이를 무서워한 감정이 집을 채우고 있던 시간. 리카는 방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게 다가왔다. 나는 무릎을 꿇고 앉았다. 리카는 내 무릎에 올라와 잠시 그릉거리다 내 손을 물곤 내려갔다.
나는 방안에 사료와 물, 화장실을 몰아 넣고 방문을 닫았다. 고양이도 무서웠지만, 외출했다 돌아왔을 때 리카가 문을 박차고 달아날까봐 두려웠다. 기우였다. 리카는 잠깐 문앞을 탐색할 뿐 내게서 떠나려 하지 않았다. 나의 걱정이 기우란 걸 깨닫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리카와 살기 시작한 얼추 일주일 정도, 나는 리카를 방안에 가뒀다. 내가 집에 있을 땐 방문을 열어뒀지만 외출할 때면 방안에 필요한 것을 모두 넣어두곤 방문을 닫았다. 미안해서 음악을 틀어놓고 갈 때도 있었지만 이것이 무슨 소용이랴… 넓은 길에서 좁은 방으로… 리카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리카는 순했다. 나와 살던 초기, 리카는 침대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어딘가로 이동할 때면 침대를 빙 돌아갔다. 고마웠다. 미안했다. 감탄했다. 의심했다. 리카가 길고양이 출신이 아니라 집에서 버림받은 고양이라고 의심했다. 고양이가 집에서 살며 어떤 관습을 지킬 수 있는지를 깨달으며 감탄했다. 목욕을 하기 전이라 리카의 몸은 지저분했기에, 침대에 올라오지 않는 리카가 고마웠고 나의 이기심에 미안했다. 리카는 무려, 아기고양이가 침대를 놀이터 삼을 때까지 올라오지 않았다. 아기고양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지금도 침대에 올라오지 않았을까?
1년 조금 더 된 고양이로 추정하는 리카는, 여덟 아깽을 임신한 엄마고양이였다. 몰랐다. 초산이라고 추정했기에 많아야 너댓 아깽을 품었으리라, 짐작했다. 그래서 출산 2주 전부터 긴장했다. 언제 출산할지 몰라 전전긍긍했다. 그러다 4월 초, 여덟 아이를 낳았다. 모두가 건강했다. 리카도 건강했고, 여덟 아깽도 무사히 다 살아남았다. 그 모습이 애잔해서, 혼자 울었다. 리카는 아무렇지 않은데 나 혼자 감상에 잠겨 울었다.
출산 후, 비쩍 말랐을 땐 속이 상했다. 밥을 잘 안 먹을 땐 걱정이 상당했다. 그 시절, 나는 알바와 프로젝트로 상당히 바빠 리카를 제대로 돌봐줄 수 없었다. 미안했다. 하지만 그 복잡한 상황에서 벗어날 핑계가 있다는 점에서, 가끔은 바쁜 일정이 고마웠다. 미안했다. 집에 돌아올 때면 두부를 샀다. 미역을 우린 물에 사료와 두부를 섞어 리카에게 주기도 했다. 한창 많이 먹어야 할 시기에, 먹는 게 부실해서 전전긍긍했다. 여덟 아깽에게 젖을 주려면 무척 많이 먹어야 할 텐데, 리카는 하루에 사료 한줌을 안 먹을 때도 있었다. 무서웠다.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되더라. 너무 안 먹어서 큰일이 생길 줄 알았는데, 아가들을 하나, 둘 떠나보내고 리카도 여유가 생기면서 살이 붙기 시작했다. 비쩍 마른 모습만 봐서 살이 붙은 모습을 살찐 모습을 착각하기도 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해서 어떤 모습이 좋은 것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리카는 나와 동거한 첫 번째 고양이라, 모든 것이 낯설었다. 임신했던 시절의 배가 만삭의 배가 아니라 원래 그런 것으로 보였듯,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했다.
리카와 나의 관계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 출산 이후, 여덟 아깽이 우다다 달리던 시절, 리카와 나의 관계는 최악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경계했다. 리카가 곤란한 상황에서 나는 리카를 도와주려고 했지만 리카는 나를 공격하려 했다. 그랬다. 그 시절, 초보 집사인 나는 사소한 일에도 지쳐있었다. 리카의 감정을 살피기보단 나의 피곤함이 앞섰다. 지금은 그때가 부끄럽지만, 다시 그 시절도 돌아간다면, 아마 그때와 똑같이 행동을 하리라. 그리고 뒤늦게 나의 감정이 잘못이라고 깨닫고 태도를 바꾸리라. 그래. 그 시절에 비하면 작년 6월부터 얼추 두 달에 걸친 발정기는 그저 괴로운 시기일 뿐이었다. 만날 득음하는 리카를 판소리 대회에 보내고 싶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래. 리카가 발정기일 때, 만날 잠을 설치며 괴로웠지만 농담을 할 여유는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어느 순간 리카와의 삶이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집을 단 하루도 비우면 안 되는 줄 알았는데 이틀 정도 비워도 큰 문제가 없다는 걸 깨달으며, 내가 바쁠 땐 조금 덜 신경써도 괜찮다는 것을 깨달으며 동거생활에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두 가지 못 잊을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하나는 중성화수술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날. 마취가 덜 풀린 리카는 몇 번을 토했는데 매번 화장실에 토하려고 애썼다. 그냥 아무 곳에 토했어도 그러려니 했을 텐데 토기를 참으며 화장실까지 기어가곤 했다. 또 다른 에피소드. 언젠가 몸이 안 좋아 밥도 제대로 못 챙겨 주고 잠들었다. 새벽인가, 목이 너무 말라 잠에서 깨어나 물을 마시러 가는데 리카와 바람이 우다다 달려왔다. 배가 고프니 나를 깨울 수도 있었을 텐데… 내가 깨어나길 기다렸다. 고마웠고 미안했다.
나의 고양이가 리카라서 정말 다행이다.
+이곳에는 처음 공개하는 사진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을 이곳에 공개한 적도 없거니와 리카와 바람 사진을 이곳에 공개한 적도 없어서..;; )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3월 4일, 정확하게 365일 되던 날 저녁. 침대 위에서 자고 있는 리카. 아니.. 잠들려는 찰나 내가 사진을 찍어 깨운 상황이다. 흐.
사용자 삽입 이미지오랜 만에 올리는 사진이라, 바람도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