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기사 몇 개

트위터를 할 땐, 외국의 트랜스젠더 소식을 전해주는 트위터를 팔로워해서 소식을 쉽게 접했죠. 근데 트위터를 끊고 나니 그게 쉽지 않아 며칠 전부터 구글뉴스로 트랜스젠더 소식을 구독하고 있습니다.
다음날 구글리더에 영어소식이 여럿 올라왔는데요. DMV라는 구절이 들어간 뉴스가 여럿이더라고요. 확인하니 캘리포니아 교통국(DMV) 직원이 한 트랜스젠더에게 보낸 이메일이 사건의 발단이네요. 트랜스여성은 교통국에 들러 면허증의 성별(남 -> 여)과 이름을 바꿨는데, 이를 안 교통국 직원이 트랜스젠더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하고선 혐오발화로 가득한 메일을 보낸 거죠. 내용이 정말 가관입니다.
“나는 성전환수술을 하는 이유가 많다고 배웠는데, 그 중엔 동성애자라서 성전환수술을 한다고 한다. 동성애는 지옥에 가야할 가증스런 행동이다.”
교통국 국장은 유감을 표하고 해당 직원을 징계하겠다나 어쨌다나…
(사실 KSCRC 소식에 적어야 하는데 홈페이지에 문제가 생겨서 일단 여기에 대충…;; )
논평을 덧붙이는 게 아까워서 생략.
그나저나 미국의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마”라는 군대의 동성애 차별 정책이 폐지되었다네요.
요즘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는 기사는 따로 있습니다. 이미 많은 분이 읽었겠지만 링크하면: http://goo.gl/STWVp
아들이 그의 자식을 학대한다며 아들의 부모가 아들을 고소한 사건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아들이 자식 학대한다고 고소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사건은 아동학대로 고소한 사건이 아니라 트랜스혐오 사건일 가능성이 더 크죠. 위에 링크한 기사의 관점은 별로지만 그래도 한 번 읽어보시길.
같은 사건을 다룬 일요신문의 기사도 읽어보세요. http://goo.gl/9Rubx

레포트 판매 사이트 흔적

블로그 리퍼러로그에 재밌는 주소가 나와서 가봤다. 그랬더니… 두둥.
제목만 읽었을 땐 표절인가 싶어 당황했다. 내용을 읽으니 그건 아니다.
2007년 초인가, 모 대학교에서 한겨레21에 기고한 글을 독서수업용 교제교재에 실어도 되겠냐는 연락을 했다. 난 그러라고 했고, 단행본으로 나온 교제를 세 권인가 받았다(원래는 소정의 원고료를 준다고 했는데, 법률상 이름과 계좌번호를 알려주기 싫어 책을 받았다). 그 책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특정 시기마다 “나를 증명할 길은 수술 뿐인가”(http://goo.gl/o4wbq)라는 검색어유입이 잦다.
위의 주소는 바로 그 수업에서 발표한 자료를 레포트 판매 사이트에 올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럼, 이 사이트에서 레포트를 구매한 누군가는 자신이 속한 학교로 내용을 조금만 바꿔 다시 발표할까?
해피캠퍼스와 같은 레포트 판매 사이트의 기본 아이디어는 좋다. 내가 공들여 쓴 기말보고서를 적정한 가격에 판매하고, 그 결과 조별모임에 들어간 비용이라고 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다만 이런 사이트에서 남의 글도 무단으로 파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당혹스러울 뿐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될 일이지만.
아무려나 이곳에서 판매하는 글을 구매하고 싶지는 않다. 얼마나 매력적인 내용이 있을까 싶어서다. 나의 이런 태도를 누군가는 오만하다고 느끼겠지만, 솔직한 감정이다. 다만 어떤 내용이며, 어떻게 썼는지는 궁금하다. 더 정확하게는 사람들이 트랜스젠더 이슈를 어떤 식으로 다루는지가 궁금하다. 그래서 읽고 싶다. 돈을 지불하고 싶을 정도는 아니지만(돈을 지불하기엔 나의 통장잔고가 허락하지 않는다. 크크크). 🙂
위의 검색어유입이 처음은 아니다. 잊을만 하면 리퍼러로그에 흔적이 남는다. 누군가가 이곳을 인용문헌으로 표기해서 찾아오는 경우다. 소박한 바람이라면 이 블로그, www.runtoruin.com을 인용한 보고서를 쓴다면, 메일로 그 보고서를 보내줬으면 하는 거랄까? 아, 너무 큰 바람이다. 크크크. 내가 당신의 글을 인용했다고 고지할 의무란 없으니까. 그저 인용문헌에 기록하는 것만도 고마울 따름이다. 타인의 아이디어와 글을 인용할 때, 인용표시를 제대로 하는 것은 기본이지 고마워할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워낙 이를 제대로 안 지키니, 인용표시가 성실한 글에 고마움을 느낄 때가 있다.
(다 알겠지만, 출처를 명확하게 밝히는 것과 자료의 자유로운 유포는 다른 문제다.)
근데 위에 링크한 판매 레포트는 트랜스젠더의 입양 이슈를 다룬다고 하는데, 소개한 본문엔 그 내용이 빠져있다(이런 똑똑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짐작은 하지만, 그래도 어떤 결과인지 궁굼하다는… 흐.

묻고 답하기: 자신의 정체성을 언제 어떤 계기로 어떻게 확신?

가끔 이메일로 트랜스젠더와 관련해서 인터뷰를 요청 받거나, 간단한 질문을 받곤 합니다. 그때마다 답장을 보내곤 하는데요. 그러다보니 비슷한 내용을 반복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아울러 이메일을 보낸 분만 읽기엔 아쉽기도 하고요. 제가 쓴 내용이 좋아서가 아니라(!!) 글을 쓰는 동안 들인 품이 아깝달까요. 하하 ;; 그래서 앞으로는 관련 내용을 정리해서 이곳에 올릴까 합니다. 올리는 주기는 없습니다. 이메일이 오면 그때마다 정리해서 올릴 수도 있고 귀찮으면 한두 번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
이 글 혹은 이 시리즈의 독자는 이제 처음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트랜스섹슈얼) 이슈나 퀴어 이슈에 관심을 가진 이들입니다. 그러니 내용은 최대한 단순하게 정리했습니다. 내용이 단순하니 문제가 되는 부분이 상당하지만 어쩌겠어요. 😛 이 시리즈(?)에 실릴 글의 상당 부분은 다른 단체에서 발간한 자료집에도 비슷한 내용이 많으니 꼭 함께 읽으시길 바랍니다. 🙂
기본 용어는 KSCRC사전을 참고하세요. 🙂 출판물로는 [젠더의 채널을 돌려라]에 실린 용어정리가 있고, 다른 여러 단체에서 발간한 다양한 자료집도 있습니다.
모든 관련 기록물은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www.queerarchive.org)을 참고하세요. 🙂
+무려 2010년 1월 초 대충 기획하고, 단 두 번 쓰고 잊었다가 연말에 기억나서 또 쓰는 연재(?)입니다. 크크크. 사실 며칠 전 서면인터뷰가 있어서…;;; 재활용이라는..;;; 크. 앞으로 몇 번 나눠 쓸 예정입니다만… 귀찮으면 내년으로 넘어갈 수도.. 크.;;
질문:
자신의 정체성을 언제 어떤 계기로 고민하고, 어떻게 인식/확신했나요?
답변:
글쎄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아요. 계기를 모르겠다고 해서, 트랜스젠더란 저의 범주가 자연스러웠다는 뜻은 아니고요. 매우 어릴 때부터 저의 몸이 낯설었다거나, 주변 사람이 저를 남자/여자로 대하는 것이 싫었다는 식의 계기를 만들려면 어떻게든 만들 수 있겠지요. 계기라는 게, 애당초 현재 상황이 정당하다고 주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니까요. 그러니 뭐든 말할 수도 있겠지요.
물론 ‘잘’ 만들어야 합니다. 질문을 한 사람이 바라는 그런 계기, 이 사회에서 통용하는 계기를 만들어야죠. 나의 ‘계기’가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mtf라면, 어릴 때부터 엄마 화장품을 사용하고 치마 입는 걸 좋아했다는 식의 계기를 만들어야죠. 어릴 땐 집이 가난해서 밥도 간신히 먹었고요, 십대 어느 시절부터 갑자기 채식을 시작했어요,라는 식의 역사와 계기를 말하면 상대방은 아마 벙찐 표정을 지을 테죠. 그것이 내게 아무리 중요한 계기/역사라고 해도, 상대방이 원하는 내용이 아니라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러니 누군가가 ‘계기’를 묻는다면 ‘어떤 계기’를 듣고 싶은지 다시 물을 필요가 있겠네요. 🙂
(*쓰고보니 여성주의/페미니즘에서 말하는 인터뷰 방법론이네요..;; )
그럼 지금 정체성을 어떻게 확신했느냐고요? 전 확신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어요? 범주라는 것이, 정체성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확신할 수 있던가요? 거의 매일, 매순간 다시 고민하고 갈등합니다. 전 제가 트랜스젠더라고 확신한 적 없습니다. 저를 트랜스젠더라고 소개하면서, 매 순간 확인하고 다시 검토할 뿐이지요.
역으로, 이렇게 질문하는 사람이 만약 이성애-비트랜스라면, 이를 언제 어떻게 확신했을까요? 그리고 이 확신은 얼마나 굳건할까요? 아울러 자신을 이성애-비트랜스라고 고민한 계기는 무엇일까요? 이 진부한 되묻기에 핵심이 있습니다.
“정체성을 고민한 계기”와 같은 류의 질문은 언제나 특정 범주에 속하는 사람에게만 향합니다. 이성애자나 비트랜스에겐 이런 질문을 하지 않지요. 이성애-비트랜스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규범으로 여기니까요. 그리고 이런 태도에서 동성애/양성애/트랜스젠더/인터섹스(간성)와 같은 이들을 향한 혐오와 공포가 발생합니다. 너무 심한가요? ^^;; 아무려나 만약 자신이 이성애-비트랜스인데 비이성애자/트랜스가 정체성을 고민한 어떤 계기나 과정이 궁금하다면, 이성애-비트랜스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한 어떤 계기를 먼저 떠올리면 됩니다. 일단은 여기서 시작하면 되고요. 🙂
그러고 나면 트랜스젠더/동성애자/양성애자에게 건네는 질문에서 기준으로 삼고 있는 지점, 질문이 문제 삼지 않고 당연하게 여기는 지점을 고민하면 좋겠죠. 어렵진 않아요. 익숙하지 않을 뿐이죠. 이제 시작인 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