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요즘 듣는 음악 목록을 확인하노라면 나는 10년도 더 전의 나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새로운 곡이 몇 곡 추가되었지만 별로 변하지 않았다. 그때 내 이름을 루인이라고 정한 계기가 된 그 앨범과 또 다른 앨범 몇 장을 지금도 유일한 위로처럼 듣고 있다.

그때, 10년도 더 전에, 나는 지금보다 상태가 더 안 좋았다. 도움 받을 곳도,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어 나는 음악만 들으며 버텼다. 출근해서 일을 하고 퇴근하면 방에서 음악만 들었다. 미국 바퀴, 날아다니는 바퀴가 들어오는 좁은 방에서 나는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다른 건 하지 않았다. 출근은 어쨌거나 간신히 했지만 그 뿐이었다. 그리고 그때 나는 자살을 시도했다. 못이 헐렁해서 실패했다. 내가 자살을 부정하지 않는 이유, 부정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종종 고민하기를 그때 못이 빠진 게 이후의 내 삶에 좋았던 일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리고 지금 상태가 그때와 그닥 다르지 않다. 그래서 불안하다. 그때와 지금 나를 둘러싼 상황 자체는 많이 달라졌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이 몇 있으며 블로그도 생겼다. 아직 먹지는 않고 있지만 렉사프로도 있다. 그럼에도 나로선 달라지지 않았다고 느낀다. 괜찮을까… 어느 쪽이건 괜찮은 건지, 어느 쪽이 괜찮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을까.

잡담: 비염, 블로그의 의미

오늘 원고를 마무리하고 내일은 덕질을 하려 했으나 비염이 터졌다. 그것도 제대로 터져서 얼굴과 목 근육이 모두 아픈 수준이었고 결국 드러누웠다. 하루를 공쳤고 내일은 글을 써야 하고 추석에 부산 가기 전에 덕질을 한 번은 할 수 있을까 고민이다. 읽어야 하는 책, 읽고 싶은 책은 이번 주 정말 공쳤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아는 사람만 아는 블로그라 조용한 곳이고 그래서 편하다. 댓글이 많으면 그건 그것대로 즐겁겠지만 “댓글 많이 달아주세요!”라고 요청한다고 될 문제는 아니며, 내 블로깅은 댓글을 달기 무척 애매한 내용이란 말도 들었으니. 이런 내용과 상관없이 가끔 블로그가 더 무슨 의미일까란 고민(까지는 아니고 그냥 짦은 망상)을 한다. SNS 시대와 상관없는 고민이다. 10년 전 즈음인가, 나는 향기가 나지 않는 사람, 그래서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했다. 이런 소망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고, 지금까지는 이런 나의 바람을 그럭저럭 잘 이뤄가고 있다고 믿는다. 극소수의 친밀한 사람을 제외하면 아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앞으로 새로운 친한 관계를 맺을 기회가 생기겠지만 많이 늘지는 않겠지. 그러니 돌연 내가 사라져도, 돌연 이 블로그가 사라져도 세상엔 아무 일 안 일어나며 그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흘러갈 것이다. 그럴 때 이 블로그는 나의 일기, 혹은 소박한 개인 기록이란 의미 외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물론 하고 싶은 말을 글로 푸는 습관이 붙어, 말은 못 하고 글로 쓰는 인간이라 이것만으로도 이 블로그는 내게 매우 중요하다. 내 안의 언어을 유일하게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니 무척 중요하다. 이 블로그가 사라져도 나는 곧 다시 어딘가에 새로운 블로그를 만들테니까. 하지만 이 블로그를 유지하는 게 무슨 의미일까? 답은 알고 있다. 아무 의미 없다. 이 블로그는 그냥 무의미하다. 지금 당장 닫아도 아무 일 안 생긴다. 그래서 내게 소중하다. 언제 닫아도 문제가 안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역대 가장 적은 수의 블로깅을 할 듯하다. 몇 년 전 128건의 글을 썼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적게 쓸 것 같다. 물론 작정하고 쓴다면 그보다는 많이 쓸 것 같지만 그냥 올해는 드문드문 쓰기로 했으니 그보다 적게 쓸 것 같다. 참고로 이 블로그를 처음 만든 2005년엔, 8월에 만들었음에도 가장 적은 블로깅이 아니었다. 그때는 꽤 많은 글을 썼다. 블로깅 수가 줄어든 게 석사논문 쓸 때였는데 그럼 내년엔 어떻게 될까… 하하…
(다시 확인하니 그때가 아니라 그 이후였… 흠…)

잡담

또 페북에서 왔다는 리퍼러로그가 폭주하고 있다. 흠… 끄응…
글루콤이라고 피로회복에 그렇게 좋다는 보충제가 있어 테스트 삼아 몇 개 사서 먹었고, 이번엔 월급도 받았겠다 과감하게 작은 크기로 한 통을 샀다. 작은통이지만 한통을 샀으니 효과가 있어서 샀겠거니 하겠지만, 전혀. 글루콤을 먹고 나면 온 몸이 나른하고 졸린다. 피로회복제인데 나는 졸리고, 어떤 땐 극심하게 졸려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런데도 왜 글루콤을 샀느냐면 성분이 아미노산이고 그럼 단백질 보충제 정도의 효과는 있겠거니라는 전혀 다른 용도. 하지만 먹고 나면 노곤해지면서 졸리니 난감.
시간도 돈도 안 드는 덕질이 있다면 참 좋겠지만 현실은… 덕질하겠다고 며칠 째 노트북을 켜놓고 있다. 인생은 타이밍인데 타이밍을 놓친 후 계속 새로고침을 시전… 하하 ㅠㅠㅠ 그나저나 애용하는 가게가 대리점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어쩐지 걱정이 된다. 흠…
약을 안 먹어도 괜찮겠다 싶으면 불쑥 약을 먹어야 하는 상태로 바뀐다. 결국 먹어야 하는 걸까. 일단 글부터 다 쓰고.. ㅠㅠㅠ 원래 지난주 일요일에 글이 끝날 줄 알았는데 회의를 거치고 전면 재개정에 가까운 수정이 필요해서 이번주말까지 다시 써야 한다. 하하 ㅠㅠㅠ 이번주 계획은 완전 틀어졌고 나는 글을 쓸 “삘”을 못 받아서(왜 아직도 글이 안 끝난 거야!!! ㅠㅠㅠ) 대략 멍한 상태다. 허허허.
이번 학기에 수업을 하나 듣기로 했다. 오랜 만에 수업이다. 재밌을 듯하여 기쁘다.
어쩐지 뮤즈보다 모과이가 새로 내한하면 좋겠다는 기분이다. 그래서 라이브로 Batcat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정말 황홀하겠지.
주말까지 글을 다 쓸 수 있을까… 하아…
+댓글은 원고 좀 마감하고 달겠습니다..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