뒹굴거리며 행복 단상

하루 종일 방에서 뒹굴뒹굴. 웹서핑하고 참고문헌 정리하고 책도 읽으며 일요일을 만끽하고 있다. 좋다. 이런 여유. 하지만 마냥 느긋할 수는 없는 나날이다. 바쁜 와중에 일부러 하루 정도 뒹굴거리는 시간을 냈다.
문득 깨닫기를, 내가 행복하다면 그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안다는 점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말처럼 허황한 말도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탐색할 시간이 허용되지 않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니…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안다는 사실만으로도 복받은 건지도 모른다. 뭐, 이런 세상이 있나 싶지만… -_-;;
1년 전에 쓰고 묵히고 있는 원고를 수정할까 하여 다시 읽었다. 아니, 읽다가 관뒀다. 도저히 못 읽겠다.. ;ㅅ; 참고 읽으려고 해도 읽어줄 수가 없다. 1년 전 이 원고를 읽은 분들에게 존경과 고마움을! 어떻게 읽었을까? 결국 1년 사이 나의 문장과 글쓰기 방식이 조금은 변했다는 뜻이겠지.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1년 전 원고를 조금 수정할까 하던 바람은 휭, 가버리고 대대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우엥..
그래도 좋다. 글을 쓰기까진 참 괴롭지만 글을 쓰는 시간과 퇴고하는 시간을 좋아하니 다행이다. 그리고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일이 전업은 아니라도, 꾸준하게 할 수는 있으니 복 받았다. 생계는 알바로 유지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하고 싶다. 그 뿐이다.
+
그나저나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간극을 좁히는 건 참 쉽지 않다. ;ㅅ;

누구도 관심 없을 잡담

01
노트북에 우분투10.10을 설치했다. 지난 10월 말에 나왔는데, 바빠서 미루다 이제야 설치했다. 좋다. 편하기고 빠르다. 전원버튼을 누르고 1분 안에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의 속도다. 사실 40초 정도 걸리는 것 같지만 확실하지 않으니 대충 1분. 종료할 땐 더 빠르다. 10초가 안 걸린다. 특별히 건드릴 것도 없이 그냥 쓰고 있는데 만족.


02
주로 사용하는 웹브라우저를 파이어폭스에서 크롬으로 바꿨다. 애용하는 세 개의 브라우저(파이어폭스, 오페라, 크롬) 중 가장 선호하는 건 오페라, 가장 즐겨 사용하는 파이어폭스였다. 크롬은 보안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해서 꺼렸는데 이 부분은 최근 업데이트로 해결되었다. 하지만 보안 기능 강화만으로 웹브라우저를 갈아타는 건 쉽지 않다. 모든 것을 새롭게 꾸미고 적응해야 하는 문제니까. 구글 서비스라 더욱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럼에도 갈아탄 이유는 크롬 웹스토어 때문이다.

웹브라우저에 앱을 설치하는 개념인데 정말 괜찮다. 게임 앱도 많은데, 게임을 하다 시간을 마냥 쓸 것 같아 게임 앱 설치는 참고 있다.

걱정은 구글 서비스에 더 많이 종속된다는 것. 개인 정보 문제? 그런 건 애당초 믿지 않아서리…


03
퀴어락 사무실에서 사용할 전용 노트북이 생겼다. 새로 산 것은 아니고 채윤 님이 사용하던 노트북을 빌렸다. 하지만 기존의 OS인 윈도우XP를 밀고 우분투10.10을 설치했으니(정확하게는 xfce지만;;) 사실상 독점인가… 흐흐. 아무려나 5년 정도 사용한 제품이라는데, 쌩쌩, 잘 돌아간다. 이제 퀴어락에 갈 때 노트북을 안 챙겨도 되니 좋다. 후후.


04
MB가 외국에 갈 때면 돌아오지 말라는 댓글과 함께, 비행기 추락 속보를 듣고 싶다는 댓글이 추천 상위권에 든다. 이 속보를 들으면 정말 기쁠 거라고, 춤이라도 출 거라는 말을 한다. 궁금하다. 정말 이런 속보가 뜰 때, 춤을 추면서 마냥 좋아할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그리고 정말 그러하다면 화날 거 같다.


05
웹에서의 개인정보와 관련해서… 단언하건데, 지금 이 글을 공개하는 순간 국정원이나 정부의 어느 기관에서 몇 분 안에 확인할 것이다. 특정 단어(예를 들면, MB)를 필터링해서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일은 공공연한 비밀이니까.

섹슈얼리티 잡담

01
한국사회에서 섹슈얼리티가 무엇을 의미할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떤 프로젝트의 프로포절이 떨어졌는데, 그 이유가 섹슈얼리티 이슈는 인문학이 아니기 때문이랍니다. -_-;; 아놔…

02
지난 토요일(12월 4일) 어느 학술대회 갔다가 들은 대화

ㄱ: 성매매는 워낙 복잡하고 도덕이나 사회질서 문제로 볼 수 없고, 그래서 법으로 판단하고 금지할 수는 없어요… (후략)
ㄴ: ㄱ 선생님은 성매매의 비범죄화를 주장하셨는데… (후략)
ㄱ: ㄴ 선생님이 뭔가 오해하셨는데요, 성매매가 워낙 복잡하고 개개인의 맥락이 단순하지 않고 매우 섬세하게 접근해야 하는데, 감히 법으로는 이런 접근을 할 수 없다는 거죠.
ㄴ: 그러니까 비범죄화하자는 거잖아요.

이상, 실화였습니다. ㄱ은 법학전문대 교수고 ㄴ은 검사였습니다.

학술대회엔 몇 가지를 기대했습니다. 십대 여성과 성매매 이슈의 교차점 관련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검사와 판사가 재밌는 얘기를 많이 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발표자와 토론자 중 몇 명이 찬반 이분법으로 말해서 좀 짜증났습니다. 반성매매냐 성노동을 지지하느냐,와 같은 식으로요. 그래도 재밌는 자리였습니다.

03
일요일엔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재생산 관련 공부를 시작할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그전부터 관련 얘기를 조금씩 했지만, 이제 본격 시작할 듯합니다.

11월 중, 어느 발표장에서 제 발표문을 토론한 선생님이 재생산과 섹슈얼리티 통제, 위계 관련 매력적인 아이디어를 줬거든요. 그래서 재생산 관련 공부를 해야겠다고 고민했지만, 시작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근데 이제는 시작할 수 있을 듯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