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듣는 음악 목록을 확인하노라면 나는 10년도 더 전의 나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새로운 곡이 몇 곡 추가되었지만 별로 변하지 않았다. 그때 내 이름을 루인이라고 정한 계기가 된 그 앨범과 또 다른 앨범 몇 장을 지금도 유일한 위로처럼 듣고 있다.
그때, 10년도 더 전에, 나는 지금보다 상태가 더 안 좋았다. 도움 받을 곳도,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어 나는 음악만 들으며 버텼다. 출근해서 일을 하고 퇴근하면 방에서 음악만 들었다. 미국 바퀴, 날아다니는 바퀴가 들어오는 좁은 방에서 나는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다른 건 하지 않았다. 출근은 어쨌거나 간신히 했지만 그 뿐이었다. 그리고 그때 나는 자살을 시도했다. 못이 헐렁해서 실패했다. 내가 자살을 부정하지 않는 이유, 부정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종종 고민하기를 그때 못이 빠진 게 이후의 내 삶에 좋았던 일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리고 지금 상태가 그때와 그닥 다르지 않다. 그래서 불안하다. 그때와 지금 나를 둘러싼 상황 자체는 많이 달라졌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이 몇 있으며 블로그도 생겼다. 아직 먹지는 않고 있지만 렉사프로도 있다. 그럼에도 나로선 달라지지 않았다고 느낀다. 괜찮을까… 어느 쪽이건 괜찮은 건지, 어느 쪽이 괜찮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