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단백 혹은 콩고기로 불리는 어떤 식품에 관한 단상.

콩단백 혹은 콩고기는 육류 혹은 고기를 모방한 음식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아울러 어떤 이들은 콩단백/콩고기를 먹는 채식(주의)자를 불쌍히 여기기도 한다. 그렇게 먹을 바에야 그냥 고기를 먹지 왜 채식을 하냐며. 나 역시 얼마전까지 이렇게 이해했다. 콩고기를 처음 먹었을 땐 그 질감에 뜨악하며 다시는 못 먹을 음식으로 분류했고. 요즘은? 그냥 먹는다.

콩단백/콩고기를 이해하는 방식이 변했기때문이다. 육식 혹은 육류를 기준으로 하면 콩단백/콩고기는 육류를 모방한 제품이다. 어떻게든 고기와 비슷한 질감, 고기와 비슷한 모양을 갖추려고 노력하는 제품이다. 그리하여 고기를 먹고 싶지만 먹지 못 하는 이들의 대체제다. 하지만 콩단백/콩고기는 그냥 콩으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음식 중 하나로 이해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두부를 상상하면 편하다. 겉모습만 봤을 때 콩과 두부는 닮지 않았다. 두부의 출처가 콩이라고 상상하기도 어렵다. 콩단백/콩고기 역시 마찬가지. 그냥 콩과 여타의 채식 재료를 섞어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음식 중 하나일 뿐이다.
 
기준을 바꾸면 간단한 일이다. 콩단백/콩고기를 이해하는 방식은 다양하겠지만, 그 기준이 여전히 육식과 육류/고기라면 상당히 불편한 일이다.

정체성 정치학? 당사자주의?

01
며칠 전 어느 포럼 혹은 토론회 자리에서 꽤나 재밌는(?) 일이 있었다. 사실 그 일로 적잖은 사람이 상처 받았을 듯한데…

어떤 사람이 성적소수자의 어려움을 말했고, 그로 인해 논의가 촉발됐다. 근데 그는 성적소수자의 어려움을 논하려는 이에게 당신이 성적소수자냐고, 성적지향이 뭐냐고 대놓고 물었고, 곧 이건 아웃팅이죠,라며 냉소했다. 매우 당혹스러운 상황이었고 적잖은 사람이 그의 말에 화를 냈지만 누구도 대놓고 표현하지 않았다. 그는 성적소수자 이슈는 성적소수자만 말할 수 있다는 식의 태도였고, 그렇잖아도 민감하다고 불리는 이슈 중 하나인 성적소주자 이슈는 그 자리에서 더 이상 토론하기 힘든 이슈가 되었다.

그렇다고 그 자리에 LGBT나 퀴어 등으로 자신을 설명하는 이가 없었느냐면 그렇지도 않았다. 상당히 많았음에도 그는 마치 자신만이 성적소수자인냥 말했다. 할 말이 너무 많았고, 행사가 끝날 즈음에야 간단하게 나의 의견을 말하기도 했는데…

그 자리에서 말은 안 했지만, 난 그가 일 년 뒤에도 그렇게 말할까 궁금했다. 모두는 아니지만 적잖은 사람이 당사자주의에 경도될 때가 있으니(나 역시 그랬고), 지금이 그런 시기라고 믿고 싶다. 진화론적 변화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당사자주의의 문제를 인식하고 태도가 변할 거라는 기대.

02
그 자리에서 든 많은 고민 중엔 누군가가 당사자주의를 고집하고, 발언을 하는 사람에게 당사자이길 요구할 때, 소위 말하는 당사자가 말하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였다. 너무 강하게 당사자주의를 요구할 때, 그 당사자 범주에 속하는 이는 말하기 싫어진다. 하지만 주변에선 당사자에 해당하는 이가 말하길 기대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LGBT/퀴어 이슈가 아닌 다른 이슈에선 해당 운동에 속하는 이가 말해주길 바란다.

그럼에도 그 자리에서 내가 말하는 게 참 부담스러웠고, 망설여졌다. 그가 요구한 당사자주의에 말리는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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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민 중 하나는, ‘어떤 범주의 이슈는 해당 범주에 속하는 이들만 말할 수 있다면(예를 들어, 트랜스젠더 이슈는 트랜스젠더만 말할 수 있다고 한다면) 도대체 운동을 왜 할까?’다. 당사자가 말하면 비당사자는 얌전히 듣고만 있길 바란다면, 당사자의 말에 누구도 반론할 수 없는 권위를 부여한다면 운동이 왜 필요할까? 이런 상태는 운동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냥 혼자 떠드는 것과 같으니까. 그냥 웹에 블로그나 트위터 계정 만들어서 혼자 열심히 떠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단상이지만.. 이번의 논란이 내게 당사자주의와 운동/활동을 다시 고민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런저런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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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살까 고민했다. 기종은 넥서스원. 작년 말이었나, 출고할 당시부터 원했던 폰이라 심각하게 고민했다. 심지어 ㅈ과 함께 요금제를 비교하기도 했다. 폰을 바꾸고 번호도 바꾸는 것으로 거의 굳혔는데, 돌연 안 사기로 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넥서스원을 구매하길 망설였던 가장 큰 이유는 하루 종일 웹에 접속해서 다른 일을 안 할 거 같은 불길함이었는데, 이런 이유에서는 아니다. 이런 이유로 망설였지만, 그럼에도 구매하려고 했다. 매달 들어가는 상당한 요금도 부담스럽지만 미친척 지르기로 했다. 근데 결국 구매하지 않기로 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어느날 아침의 갑작스런 결정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2G 핸드폰이 2006년부터 쓰기 시작했지만 아직 더 사용할 만하다. 내년까지 버티기로 하자. 흐.

02
스마트폰과 함께 고민했던 제품이 하나 더 있으니 넷북. 노트북이 있지만 너무 무거워서, 여름이면 가지고 다닐 수가 없다. 8~9인치 정도 크기의 가볍고 싼 제품으로 고민하고 있다. 태블릿PC가 나오면서 이제 넷북은 사양길이라는데 무슨 넷북이냐 싶겠지만 서브제품의 주요 용도는 워드다.

태블릿은 아무래도 워드를 하기엔 불편할 거 같달까. 물론 크기가 작은 넷북 역시 자판이 있어도 워드가 편하진 않다고 하지만.. 아울러 태블릿을 산다면 안드로이드나 크롬 태플릿을 사고 싶은데, 이 두 종류는 빨라야 내년 여름, 혹은 내후년에나 괜찮고 안정적인 제품이 나올 거 같다. 선택지도 넓어질 듯하고. 흐흐.

암튼 현재 30만 원대로 이것저것 비교하고 있다. 당연히 OS가 깔려있지 않은 것으로. 우분투나 다른 리눅스를 설치할 예정이고, 클라우드를 실험할 제품이기도 하다. 재밌을 듯.

… 뭐, 이렇게 말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흥이 떨어져선 사지 않을 수도.. 흐.

03
이태원에서 살기 시작하며, 뭐랄까 나름 지역연구를 하려고 했다. 냥이와 살면서 그냥 방콕이다. 그래도 재밌는 풍경을 자주 접한다.

이를테면 이태원에 있는 몇몇 슈퍼마켓은 할랄 제품을 파는 곳이라고 표시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선 찾기 힘든 표시다. 이슬람 관련 서점이나 식당이 많은 것도 재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길가에 늘어서 있는 트랜스젠더 클럽이 가장 재밌고, 좋다. 아울러 클럽에 출근해서 화장을 하지 않고 집에서 화장을 다 하고 출근하는 이를 보면,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싶다. 클럽의 차이일까? 경력의 차이일까? 뭐, 이런 사소 것이 궁금하다.

그나저나 이곳이 재개발되면 어떻게 되려나? 재개발 확정인 줄 알았는데, 동의서 찍는 문제로 갈등이 있는 거 같기도 하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 정말 재개발되면 이슬람 사원과 관련 식당들, 트랜스젠더 클럽과 게이클럽, 후커힐의 가게는 모두 어디로 갈까? 어디에 새로운 거처를 마련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