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반 연속 강의를 했습니다. 관례에 따라 이박삼일 즐거운 자학의 시간에 들어갑니다. ㅠ_ㅠ
근데 수강생이 저보고 “조신하다”고 말했습니다아아아아아아..;;;;;;;;;;;;;;;;;;;;
도대체 어떤 연기를 하면 이런 평을 들을 수 있는 건가효?
아아… 이보다 더 가식적일 수 없다..랄까요? 크크
쓸모 없는 자격증
며칠 전 한 선생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고용시장에서 취직하려고 할 때 내가 쓸 수 있는 경력이 전혀 없더라고, 주류고용시장의 입장에서 나는 쓸모가 난감한 인간이더라고 얘기했다. 선생님은 단박에 동의했다. 만화로 치면 하나의 칸에 나의 말과 선생님의 말이 등장하는 격이다. 그 답에 나는 안도했다. 다음 달부터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입장에서 안도한다니 참 웃기겠지만, 어쩌겠는가. 사실인 것을.
나란 인간에게 자격증 같은 거 전혀 없을 거 같지만, 그래도 내가 가진 자격증이 하나 있긴 하다. 취직할 때 없다고는 써도 있다고 쓰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가장 흔하다는 운전면허증은 아니다. 한국에서 두 번째로 비싼 돈 들여 딸 수 있는 자격증이다. 바로 석사학위. 이 자격증을 따기 위해선, 시간도 정말 많이 든다. 근데 가장 쓸모 없는 자격증이지 않을까 싶다. 흐흐. 내가 알바로 하고 싶은 일을 구하기에 이 자격증은 과하고, 자격증에 맞춰 일을 구하려면 아예 쓸모가 없거나 부족하다. 고용주 입장에서, 간단한 알바나 사무보조로 나와 같은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채용하기엔 참 부담스럽다(고 한다). 자격증에 맞춰 지원하려면 고작 이걸로 지원하냔 말을 듣기 쉽다. 더구나 내가 가진 자격증의 구체적은 주제인 트랜스/젠더이론은, 부족하다고 핀잔을 주더라고 채용하려고 하는 이들 상당수가 기피할 법한 내용이다. 물론 이런 정황을 알고 딴 거지만, 현재 상황이 좀 난감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자격증으로 무얼 할 수 있을까? 근데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싶을까?
요즘은 가끔, 카페에서 커피 내리는 일을 하면 어떨까 싶다. 하루에 대여섯 시간 정도만 일할 수 있다면 꽤나 끌린다. 바리스타 자격증 없이 할 수 있을지 걱정이고, 커피 매장 알바가 상당한 중노동이란 건 짐작하고 있다. 근데 왠지 카페에서 일하고 싶다는 바람. 재미있을까? 재미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같은 종류의 일을 구하기란 불가능하다. 세상에 내가 하고 싶은 걸 눈치 안 보고 어느 정도 하면서 일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있을까. 아울러 나의 알바 인생은, 프리터로 살고자 하는 바람은 결국 주류고용시장에서 나의 위치를 더 불안정하게 한다. 이런 불안정이 불안한 건 아니다. 정규직 같은 자리가 생긴다면 더 불안할 것이다. 농담처럼 진담으로, 4대보험 적용한다면 바로 거절할 의사가 있고, 비정규직으로 뽑아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 정규직 필요없으니까 그냥 비정규직으로 일하겠다는 게 나의 입장이니까(배부른 소린가?).
아무려나 이런 나의 입장과 무관하게 나의 자격증은 참 난감하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할까를 고민하며 사는 요즘, 앞으론 어떻게 살까를 고민하는 요즘, 이 자격증 고민을 자주 한다. 사실 내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이유는 자격증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타의 다른 일들(정말 좋아하는 일들)에 큰 지장을 안 주면서 구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니 어려울 뿐이다. 하지만 거창한 조건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를테면 오전에 대여섯 시간, 시급 5,000원. 후후. 시급은 확실히 배부른 소리다. -_-;; 그런데 고양이와 살기 시작하면서 나의 이런 고민도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뜬금없이 실없는 소리를 보태자면, 미묘란 단어를 쓸 때마다 美猫가 떠올라 혼자 실실 웃는달까. 하하. ;;)
이를테면 그냥 지금까지 한 일(밥벌이로는 부족해도 정말 좋아하는 일)을 다 중단하고, 생계를 위한 일자리를 구한 후, 나머지 시간은 고양이와 빈둥거리며 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와 같은 고민. (지금까지 같이 일한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아쉬울까?) 혹은 이 자격증이 없는 것처럼 경력을 적당히 위조해서 대충 아무 일자리를 구한 다음 적당히 일하고 고양이와 빈둥거리는 거다. … 결국 고양이와 빈둥거리는 걸 중심으로 생활을 짜는 건가. -_-;; 흐흐. 농담이고. 고양이를 감안하지 않는다면 밖에서 일하는 걸 찾으려고 했는데, 고양이와 살기 시작하면서 프리랜서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특히 여름이 다가오면서, 화장실 처리가 매우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면서 가급적 프리랜서로 구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이 와중에 몇몇 분들이 번역일을 추천하고 있다. 오오, 이거 꽤나 끌린다.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두 가지 문제만 빼면 정말 끝내주는 일이다(정신의 진을 끝내버리는 건지, 무얼 끝내는 건지는 좀 확실하지 않지만.. 크크). 번역을 하려면 해당 외국어와 한국어에 모두 능해야 하는데, 나는 외국어도 한국어도 모두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달까. 아하하. 여기에 영어를 옮긴 글을 올린 적이 있으니 쉽게 확인할 수 있을 듯. ㅠ_ㅠ
이러나저러나 나란 인간 참 무능하구나. 크크크.
+ 근데 카페는 나이제한이 심하다고.. ㅠ
논문
석사학위 논문을 단행본으로 출판하는 문제를 고민했다. 매우 뻔뻔한 얘기다. 그런데도 한동안 이 문제로 고민했다. 그리고 작업에 착수하려고 했다. 근데 관두기로 했다. 흐흐. 책으로 낼 만한 내용이 아니라는 판단도 있지만, 앞으로 작업할 글과 주제 및 내용에서 많이 겹치기 때문이다. 아니, 책으로 내려면 내용을 새로 써야 하는데, 수정하고 보충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쓸 예정인 글들과 상당히 겹칠 거 같다. 무얼 포기하냐고? 과거의 글을 포기하는 게 가장 현명하다.
그러고 보면 나의 석사학위논문은 슈퍼울트라초한정판이다. 심지어 다녔던 학교도서관에서도 열람할 수 없다. 으하하. -_-;; 좀 심했다 싶지만 이건 학교에서 행정적인 잘못으로 발생한 일이다. 열람할 수 있도록 하려면 담당부서에 내가 직접 연락하면 되겠지만 그럴 의지가 없다는… 흐흐. 아울러 퀴어락에서 열람할 수 있으니까, 이것으로 충분하다. 🙂
이제 남은 고민은 엉망인 문장을 고쳐서 웹으로 무단배포하는 것인데… 사실 이 작업을 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쓰는 노동을 해야 한다. 문장도 고쳐야 하고, 참고문헌 표기법도 고쳐야 하고(심사위원의 요청으로 내가 싫어하는 방식으로 참고문헌을 바꿔야 해서, 이걸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다시 바꿔야 한다), 논문심사를 거치면서 지운 부분을 살려내고… 이 작업을 하고 싶지만 솔직히 귀찮다. 암튼 수정 작업을 하면, 내용과 제목을 바꿀 예정이라 도서관에 걸려 있는 저작권 문제는 피할 수 있을 듯하다. 배포는 이곳 [Run To 루인]과 받아 준다면 퀴어락 게시판을 통해서? 몇 권 제본해서 팔아볼까? 크크크. 수요가 없을 거 같으니 이건 관두자. 흐흐. ㅠ_ㅠ 아, 파일형식은 ODT로 하고 싶지만 참기로 하고, PDF로 할 예정. 근데 배포하는 PDF에 인쇄금지기능을 포함시키면 사람들이 짜증내겠지? 아하하. ;;;
암튼 작업을 하려면 지금이 적기인데.. 어떻게 할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