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야 할 글도 있고 저녁 약속(이라고 쓰고 회의라고 읽는다ㅠ)도 있어서 일찍 玄牝으로 돌아 왔다. 그러나 약속이 취소되어 일단 저녁을 사러 밖으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 평소엔 잘 안 다니는 골목으로 움직였는데, 어디선가 작은 고양이가 길을 가로질러 달려갔다. 나는 너무 반가워서, 마치 예전에 살던 곳의 동네고양이라도 만난 것처럼 그렇게 반가움을 표현할 뻔했다. 나는 멈췄고 혹시라도 눈이 마주칠까 잠시 기다렸지만 고양이는 어딘가로 숨었다. 아쉬움을 달래며 걸었다. 계단을 올라가려고 하는데, 계단 한쪽에 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쓰레기 봉투가 지저분하게 놓여 있는 곳. 아마 먹이를 찾고 있는 중이었겠지. 고양이가 놀랄까봐 거리를 두고 잠시 멈췄다. 고양이는 나를 보더니 모퉁이로 숨었다. 조심스레 계단을 올라가자 고양이는 들어가기도 불편한 구석으로 기어들어갔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고양이캔을 꺼내 고양이가 앉아 있던 자리에 놓아두고 얼른 피했다. 추운 겨울을 살아 낸 귀한 생명… 다행이고 또 다행이다. 이유 없이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예전에 살던 곳의 고양이가 보고팠다. 잘 지내겠지? 내가 없다고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닌 세상. 내가 없다고 그 동네 고양이들에게 큰 일이 생기는 건 아니다. 안타깝고 또 아쉬운 건 나의 감정일 뿐이다. 나의 감정은 결국 자기연민, 자기만족일 따름. 그나저나 주택가에 사는 지금, 나는 내가 사는 곳에 고양이들이 슬쩍 지나가길 바라지만, 내가 사는 곳은 고양이들이 돌아다니기엔 너무 높은 곳이다. 나는 또 이곳에서 고양이를 찾아 다닐까? 혹은 어떤 사랑을 찾아 다닐까?
주절주절4: 바라는 삶, 왕따와 성폭력 사이
01
내가 가장 바라는 생활 방식 중 하나는 그냥 도서관에 콕 박혀 원하는 자료를 찾고, 그 자료를 읽는 일. 이를테면 아침에 도서관에 가서 읽고 싶은 자료도 찾고 글도 좀 쓰고, 오후엔 찾은 자료를 읽고 저녁엔 카페에서 느긋하게 빈둥거리며 책을 읽거나 영화관에 가고. 그러다 가끔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물론 개인약속이 없는 나로선 사람 만날 일도 거의 없겠지만. 🙂
만약 몇 년 동안 생계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면 이렇게 살고 싶다. 매우 행복할 거 같아.
02
입안이 쓴 날들이다. 나름, 불면의 나날이다.
03
아침 라디오에서 “중학생 동영상”이라는 뉴스를 들었다( http://bit.ly/bZtoLm ). 어떤 프로그램에선 왕따라고 얘기했다. 어떤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장난이라고, 다만 짓궂은 장난이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해석하기에 따라 성폭력일 수도 있다. 이 사건엔 젠더 간의 권력이 매우 명확하게 작용하고 있는데, 사건을 전한 진행자들은 이를 간과했다. 왕따라는 말이 그 동안 은폐한 폭력을 드러낸 면이 있긴 하지만, 개인들 간에 존재하는 권력 차이를 은폐하는 경향도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성폭력, 젠더 폭력, 인종차별과 같은 말을 순화하기 위해 왕따란 말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인간관은 재벌가의 8살 아이가 일용직 노동자 집안의 8살 아이보다 영어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피아노도 잘 친다면, 그건 경제적인/계급적인 차이가 아니라 개인의 능력 차이 때문이라고 보는 것. 왕따란 용어의 사용이 딱 이러하다.
알 수 없는 오류, 구형 노트북 구매 갈등
#01은 안 읽고 넘어가셔도 무방합니다. ;;;
01
최근 며칠 내가 한 뻘짓을 트위터 식으로 적으면
@아악. 후치가 이상해.
@후치를 켜고 우분투를 실행했다. (커널로 추정하는)2.6.31-19를 포함 여러 가지를 업데이트했다. 그러고 재실행을 했는데. 아악. 갑자기
@
GNU GRUB version 1.97~beta4
[Minimal BASH-like line editing is supported … 어쩌고 저쩌고]sh:grub>
… 무슨 소리야?
@첨엔 커널 선택 화면으로 넘어가겠거니 했는데 그냥 멈춤. 엔터 키를 치면 그냥 sh:grub> 라는 라인만 추가될 뿐. 아아악. 이건 도대체 뭐야!!!
@다행인 건 지금은 KSCRC사무실. 다른 컴으로 검색 시작. 이것저것 확인하니 wubi 사용자에게만 발생하는 문제인 듯.
@임시방편으로 나온 해결책은 http://bit.ly/aFVont … 아악!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어. ㅠ_ㅠ 재설치 해야 할듯?
@좀 더 찾으니, 재설치했지만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우비를 포기해야 할 때가 된 것인가? ㅠ_ㅠ
…
뭐, 대충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위에 링크한 블로그에서 알려준 해법이 무슨 소린지 모릅니다. 아무려나 문제는 wubi와 ext4가 충돌을 일으켰거나, 우비가 불완전해서 ext4에서 문제를 일으켰다는 소리 같긴 한데. 당최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 꾸에~.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우분투(ubuntu) 이전 버전(9.04)을 우비로 설치하는 것. 대충 해결은 된 듯하지만 다운그레이드는 업그레이드보다 적응이 더 힘들다는.. 흑흑. 그래픽카드(ATi) 문제만 아니라면 우비가 아니라 직접 설치했을 듯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죠.
02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 님께 5년 사용한 델노트북(11인치, 80Gb)이 있는데, 이 아이를 누군가에게 판다고 할 경우, 얼마를 받으시겠어요? 반대로 이 노트북을 구매한다면 얼마에 살 의향이 있으세요?
전 농담으로 5,000원을 불렀다가 바로 유찰되었습니다. 흐흐. 말 그대로 농담이니까요. 하지만 5년 지난 노트북이라도 리눅스 계열 OS만 잘 깔면 몇 년은 더 사용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물론 그래픽 카드를 확인해야 하지만요. 아무려나 이것저것 설치하면서 놀고 싶은 욕심이 생긴거죠. 그래서 그 분과 헤어지고 나서야 정말 협상을 해볼까 싶더라고요. 흐흐.
후치는 그래픽카드 문제로 직접 설치는 다소 무리입니다. 아예 못 하는 건 아니지만요. 나스타샤(데스크탑)는 백업이 힘든 자료가 좀 있어서 막 다루긴 해도 졸도하지 않을 정도로 다뤄야 하고요. 그래서 막 다루면서도 무난하게 쓸 수 있는 노트북이 생기면 좋겠다 싶었죠. 불필요한 소비긴 합니다. 하하 ;;
사실 처음부터 제가 얘기를 제대로 했으면 밥 한 끼에도 업어 올 수 있을 테니 농담을 좀 과하게 한 셈이죠. 큭큭. ㅠ_ㅠ 그나저나 5년 전 제품이니 많이 무겁겠죠? ;;; 아… 쓰다가 들고 다니기 힘들지만 웹서핑과 워드 작업에 문제가 없다면 ‘다른 곳’에 두고 사용해도 괜찮겠군요(기증을 고민했다가 상태를 모르는 상황에서 막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 오홋. 한번 노려볼까나? 물론 실물을 확인한 다음에 결정할 문제긴 합니다만…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