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나눔: 퀴어락 운영위원회에 함께 하실 분을 찾습니다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에서 운영위원으로 함께 하실 분을 찾는다고 합니다.
아카이브 운영에 관심 있거나, 자료 정리 등에 관심 있으신 분의 많은 지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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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queerarchive.org/bbs/27377
안녕하세요 퀴어락입니다.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은 2009년 아카이브 기획단이 운영의 주체가 되어 아카이브 구축 및 오픈을 준비했습니다.
지난 12월21일 아카이브가 무사히 오픈을 했고, 현재 계속해서 수정, 보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2010년 퀴어락은 한 걸음 더 도약하기 위해 책임주체를 기획단에서 운영위원회로 전환하고, 그에 맞는 운영위원회를 꾸리고 있는 중입니다. 2010년도는 추가적인 DB 입력과 함께 아카이브 운영체계를 잡아야 하는 기간이므로 기획단에서 운영위원회로 위상을 전환하고 그 안에 역할에 따라 팀을 나눌 예정입니다.

운영위원회는 아카이브의 운영 전반에 있어 공동의 책임을 가지며, 기록관리의 목표와 계획수립, 기록물의 수집과 폐기 등의 평가를 합니다. 운영위원은 전문 지식은 없더라도 퀴어아카이브 구축과 운영에 관심과 애정이 있으며, 운영위원회 회의에 결합할 수 있는 분이라면 누구라도 가능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운영위원회를 함께 하고 싶은 이유와 함께 간단한 자기소개서를 보내주시면 됩니다.
신청은 1월31일까지이며 kscrcqueer@naver.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퀴어락 –

결국 돈 문제

01
이사 날짜를 잡은지는 한참 지났다. 이제 이사 준비로 분주한데 새로 갈 집을 청소해야 하니, 이건 두 집 살림하는 기분이다. 하하.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비용이 많이 든다. 그렇잖아도 근근히 살아가는 삶인데 이사 준비에 따른 지출 증가는 은근히 스트레스.

실질적인 이사는 입금 예정에 있는 수입을 바탕에 두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어느 것도 입금이 안 되고 있다. 예상 수입 중 어느 것도 정확한 입금 일자가 없었기에 통장 잔고에 없는 비용을 책정한 것 자체가 잘못이긴 하다. 내가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미래수입은 수입이 아니라는 태도 때문인데… 어째 뭔가 실수한 듯. 더구나 어떤 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거 같다. 아아아…

02
새로 살 곳은 방이 두 칸이라 처음엔 작은 방을 월세로 낼까 하는 고민을 했다. 이 고민을 지금이라고 아예 접은 건 아니다. 월세를 고민한 솔직한 이유는 적은 금액이라도 월세를 받으면 공과금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꿍꿍이였다. 하하. ;;; 하지만 월세로 내기엔 차마 민망하다. 여러 가지로.

월세를 낼까 고민하고 있다는 농반진반에 사람들의 공통 반응이 있었다. 내가 내건 조건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나의 조건은 담배를 안 피는 사람, 술을 안 마시는 사람 등등. 하지만 사람들은 상대방이 나의 성격을 견디는 게 가장 큰 문제일 거라고 말했다. 으하하. 백 번 동의한다. 크크크. 맞다. 내가 봐도 상대방이 나의 성격을 견딜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 중 하나는 결국 고양이 정도만이 나를 견뎌 줄 수 있지 않을까? 흐흐. 그러며 월세로 다른 사람을 들이는 고민은 접었다.

그런데 오늘 낮에, 이사 갈 집에 청소하러 갔다가 다시 월세로 방을 내놓을까 하는 고민을 진지하게 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다양한 형태의 집에서 살았는데, 이번에 가는 집은 또 다른 형태다. 반지하에서도 살았고, 주택가 1층 문간방(별채? -_-;; )에서도 살았고, 옥탑에서도 살았고. 부산집에선 아파트와 시골집에서도 살아 봤고. 이번엔 주택가 2층이고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2년 계약을 다 채우면 더 연장할 수도 있고, 2년을 못 채우고 이사를 준비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바로 이런 동네에 살 예정인데, 집이 상당히 낡았고 묵은 때가 상당히 심했다. 청소를 하다보니 이건 결코 혼자서 관리할 수 있는 집이 아니란 걸 깨달았달까.

난 가끔 기본적인 일만 처리하고 그 외의 일은 전혀 할 수가 없는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이 상태가 좀 오래 지속되기도 하고, 몇 달만에 끝나기도 한다. 새로 이사갈 집에서 무기력 상태에 빠져 집 관리를 한번 그만두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턴 수습할 수 없는 상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그래서 월세를 매우 적게 받더라도 나를 좀 관리해줄 사람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불안 혹은 망상을 했다. 하지만 역시나 나의 성격이 문제다. 으하하.

03
봄가을에 신던 신발은 이미 물이 새는 상태였다. 그래서 봄가을 신발을 새로 사야 하는데…라고 예전에 쓴 적이 있지만 아직 안 샀다. 그리고 지금은 겨울이라 겨울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데. 눈이 내리거나 비가 오면 물이 새서, 운동화란 신발이 원래 그런가보다 했다. 그러며 그냥 지냈는데.

어제 玄牝에 갔을 때, 신발 상태를 이리저리 훑어보다가 한 곳이 심하게 찢어졌단 걸 깨달았다. 그러니 그냥 물이 새는 정도가 아니라 신발이 물을 마시는 상태랄까. 크크크. 겨울 운동화도 새로 사야 하는구나… 허허. 역시나 돈이 없다. 이사 비용 내고 나면 파산 직전으로 갈 듯? 후후. 주급으로 받는 알바가 있어 굶지는 않겠지만. 에헷.

근데 옛날 일을 떠올려보면 어릴 때부터 신발이 찢어질 때까지 신지 않은 적이 없는 듯하다. 신발이 찢어져도 그냥 신고 다녔던 적도 많고. 찢어진 걸 모르기도 했지만 신발이나 옷가지에 욕심이 없기도 하고 무심하기도 하고. 집안 형편 문제도 있긴 했지만 이건 별개로 하고. 흐흐. 찢어진 걸 알고 있어도 그냥 신고 다닌 적이 많다. 남들은 신발을 바꾸라고 하는데 내가 무심해서 상대방이 당황한 적도 있고. 큭큭.

이것보다 좀 더 재밌는 일은 라디오를 들을 때 일어난다. 진행자가 청취자 사연을 읽다보면, 어릴 때 집이 가난해서 찢어진 신발을 신고 다닌 경험이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 자식들 신발이 찢어졌는데도 새 신을 못 사줘 가슴이 아팠다는 경험이 나오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난 항상, 내겐 이런 경험이 없었다는 듯 들었다. 이건 어떤 의미에서 사실이다. 동일한 방식으로/감정으로 경험하지 않은 일을 동일한 경험으로 묶을 수는 없으니까. (조금 딴 소리를 하면, 표면적으로 동일한 경험 같지만 동일한 방식으로, 유사한 감정으로 겪지 않은 일을 ‘다른 경험’으로 분류한다면, 인터뷰나 질적연구는 이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문득 궁금.)

04
암튼 이러나 저러나 다 돈 문제다. 돈이 문제다.

묻고 답하기: ‘있는 그대로의 나’?

가끔 이메일로 트랜스젠더와 관련해서 인터뷰를
요청 받거나, 간단한 질문을 받곤 합니다. 그때마다 답장을 보내곤 하는데요. 그러다보니 비슷한 내용을 반복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아울러 이메일을 보낸 분만 읽기엔 아쉽기도 하고요. 제가 쓴 내용이 좋아서가 아니라(!!) 글을 쓰는 동안 들인
품이 아깝달까요. 하하 ;; 그래서 앞으로는 관련 내용을 정리해서 이곳에 올릴까 합니다. 올리는 주기는 없습니다. 이메일이 오면
그때마다 정리해서 올릴 수도 있고 귀찮으면 한두 번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



글 혹은 이 시리즈의 독자는 이제 처음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트랜스섹슈얼) 이슈나 퀴어 이슈에
관심을 가진 이들입니다. 그러니 내용은 최대한 단순하게 정리했습니다. 내용이 단순하니 문제가 되는 부분이 상당하지만 어쩌겠어요.
😛 이 시리즈(?)에 실릴 글의 상당 부분은 다른 단체에서 발간한 자료집에도 비슷한 내용이 많으니 꼭 함께 읽으시길 바랍니다.
🙂

기본 용어는 KSCRC사전을 참고하세요. 🙂 출판물로는 [젠더의 채널을 돌려라]에 실린 용어정리가 있고, 다른 여러 단체에서 발간한 다양한 자료집도 있습니다.

모든 관련 기록물은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www.queerarchive.org)을 참고하세요. 🙂



질문: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꼭 수술을 해야 할까요?

답변:
다이어트를 하려는 사람에게, 성형수술을 하려는 사람에게, 혹은 자신감이 없는 사람에게 “있는 그대로의 네 자신을 인정해”란 식의 조언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네. 가장 무난한(=맥빠지는) 조언이긴 합니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란 개념 자체를 다시 고민하는 것이 더 좋은 게 아닐까요?

트랜스젠더의 맥락에서, 주민등록번호 상으로 남자의 몸으로 태어난 사람이 자신을 여성으로 생각하고 단 한 번도 자신이 여자가 아니란 사실을 의심한 적이 없다고 가정할 때, 이 사람에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은 남들 보기에 남자인 몸일까요, 자신이 인식하는 여성이라는 젠더정체성일까요? 이것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이 ‘있는 그대로의 나’라고 생각하는 ‘나’와 다른 이들이 생각하는 ‘있는 그대로의 너’는 다르기 마련입니다. 이 차이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것을 누가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가도 논쟁거리고요.

비단 이런 경우만이 아닙니다. 한 쪽 손의 손가락이 여섯 개일 때, 의사 중에서 수술을 해서 손가락을 다섯 개로 만들지 않고 여섯 개를 그대로 두는 것에 동의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샴쌍둥이가 태어나면 거의 언제나 분리수술 기사가 함께 합니다. 많은 의사들은 아이가 간성으로 태어났을 때, 간성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항상 여성 아니면 남성 어느 하나의 젠더로 만드는 간성수술을 그 부모에게 권합니다(많은 경우, 간성의 의견은 무시되고요). 이런 맥락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는 어쩌면 사회에서 가장 규범적인 형태에 맞춘 몸, 규범에 완벽하게 들어 맞지는 않아도 대충 그에 근접하는 형태의 몸일 가능성이 큽니다. 사회가 용인하는 수준의 몸을 갖추었을 때, ‘있는 그대로’라는 언설이 그나마 가능합니다. 아니, 사회에서 용인할 수 있는 ‘있는 그대로’의 수위와 기준이 있고, 그에 맞춘 몸일 때만 ‘있는 그대로’라는 말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트랜스젠더의 맥락에서, 여성이면서 고환과 음경을 유지하는 몸, 남성이면서 질을 유지하는 몸을 ‘있는 그대로의 몸’으로 여기진 않는다는 거죠.

질문 자체에 대한 대답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있는 그대로’란 표현 자체를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건 분명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