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주: 10년 뒤 거리는…

거의 모든 오프라인이 인터넷으로 이주하고 있는 기분입니다. 홈페이지는 기본이고 검색은 필수란 느낌입니다. 물론 저란 인간은 검색을 제 몸의 일부로 여기고 있긴 하지만요. 하하. ;;; 아무려나 10년 정도 지나면 거리의 풍경은 지금과 매우 다를 듯합니다. 오프라인에서도 영업이 가능한 상점은 음식점(술, 커피 등을 포함) 정도려나요?

헌책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책방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면, 질문의 상당수가 도서문의입니다. 책이 한두 권 정도일 경우엔 책 제목을 확인하고, 문의에 응하긴 합니다. 그런데 이때 약간의 문제가 생깁니다. 제가 일하는 책방을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책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관련 분야의 책장에 가서 직접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전화를 거는 분들 모두가 오프라인의 형태를 아는 건 아니죠. 검색해서 전화번호만 보고 문의하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그런 분들께, 검색이 안 되어서 직접 찾아야 하니 5분이나 10분 뒤에 다시 전화달라는 말을 하면 당황합니다. 제가 일하는 헌책방은, 아날로그로 운영되는 몇 안 되는 공간이죠. 제가 아날로그로 움직이는 몇 안 되는 공간이고요.

헌책방의 재미는, 품절되어 더 이상 새책방에서 구할 수 없는 책을 찾는 것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책을 찾는 재미가 더 큽니다. 만약 제가 헌책방을 다니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책들이 상당했을 테니까요. 1980년대 초반에 나와 조용히 사라졌지만 지금의 제게 너무 매력적인 책을 온라인으로 찾을 거란 기대 같은 건 없습니다. 온라인과 검색을 저팔 할로 여기지만, 온라인으론 결코 채울 수 없은 오프라인의 매력을 믿습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공간은 온라인으로 이주할 거 같습니다. 제가 일하는 책방이 문을 닫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아니, 이건 제가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전 그저 저녁에 잠깐 일하는 알바생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분위기는 심상찮아요. 예전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네요. 그래서 걱정입니다. 알바하는 곳이 없어지는 건 걱정이 아닙니다. 알바 자리야 또 어디서 구하면 되죠. 물론 이보다 좋은 곳은 없겠지만요. 하지만 헌책방이 없어진다면, 그것도 제가 좋아하는 책이 가득한 책방이 없어진다면, 이것 만큼 안타까운 일이 또 어딨겠어요. 그래서 걱정입니다. 10년 뒤, 거리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요?

주절주절: 어떤 일, 조용필, 우분투9.10, 집, 겨울

01
그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건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죠. 그나저나 저를 그렇게 싫어하면서, 마치 저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처럼 말하는 걸 보니 정치력은 대단하세요. 🙂 그럼 이제 그들의 혐오발화는 어떻게 할까요? 폭로를 해도 2년은 지나야 가능합니다. 현재 폭로하고 싶긴 하지만, 제게 피해가 오는 게 아니라 엉뚱한 사람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니 참아야죠. 후훗.

02
지구인 님에게서 마이클 잭슨의 앨범 [This Is It]을 빌려 들었습니다. 듣다가 조용필의 라이브 앨범을 다시 들었습니다. 그러며 ‘내년엔 꼭 조용필 콘서트에 가야겠어’라고 다짐했습니다. 전 조용필이 죽지 않을 거란 환상에 빠져 있었던 걸까요? 내년엔 꼭 조용필 콘서트에 가서 신나게 즐기렵니다. 예습을 하지 않아도 모든 노래를 따라 부를 자신은 있습니다. 후후.

03
우분투를 9.10으로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우분투/리눅스는 매년 4월과 10월에 새 버전이 나옵니다. 이를테면 윈도우가 과거 XP를 냈고, 다음 버전으로 비스타, 그리고 최근에 윈도우7을 낸 것처럼요. 농담으로, 어떤 사람은 윈도우 XP가 1년에 한 번 새로 깔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싫어서 우분투로 바꿨는데, 우분투를 사용하고 나선 6개월에 한 번 새로 깔고 있더라고 했죠. 하지만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물론 반드시 새로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상당기간 업데이트 지원을 계속하고, 장기지원버전이 따로 있기도 하니까요. 2년에 한번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버전도 있으니 어려움은 없죠. 2년에 한번 시스템 최적화 겸 포맷을 한다는 기분으로 바꿀 수도 있으니까요. 🙂

9.10은 2009년 10월에 나온 버전입니다. 10월에 나온 걸 이제야 설치했으니 늦었죠. 하지만 일부러 늦게 했습니다. 이번 버전은 초기에 불안하다는 얘기가 많았거든요. 그래도 한 달 정도 기다리면 각종 업데이트를 통해 안정적으로 바뀔 테니까요. 역시나 업그레이드를 하고 각종 업데이트를 설치하니 상당히 안정적입니다. 인터넷 결제를 안 하는 제 입장에선 이보다 좋은 OS가 없습니다. 물론 한국 이외의 지역에선 우분투/리눅스에서도 인터넷 결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요.

04
집주인에게 이사할 예정이라고 확답을 주니, 얼굴에 화색이 도네요. 아, 짜증나! ㅡ_ㅡ;;
역시 건물을 가진 자에겐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요즘이 좋긴 하겠어요. 꾸엑.

05
역시 겨울엔 이불 속에 파묻혀 귤이라도 까먹으며 추리소설을 읽는 게 최고죠! >_<

책책, 독후감은 아니지만

다른 얘기도 있지만 이번 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읽은 단행본 중 소설 얘기나 주절거릴까요?

다카노 가즈아키의 『13계단』을 읽었습니다. 뚜렷한 증거 없이, 정황에 따라 유죄확정과 사형선고를 받은 이가, 범인이 아님을 밝히는 내용입니다. 얼추 1년도 더 전에, 어쩌면 2년 정도 전에 산 거 같은데 이제야 읽었습니다. 어떤 책들은 명성에 기대어 읽었다가 실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대체로 만족입니다. 범죄와 사형제도, 생명이라는 것, 죄를 반성한다는 것 등을 이런 식으로 풀어갈 수도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전반적으로 매우 꼼꼼하게 치밀한 구성을 이루고 있지만, 핵심적인 부분에서 허술함을 보여줍니다. 그것이 아쉬웠지만, 이 작품이 공식적으로 첫 번째 소설이란 점을 감안하면 그런 자잘한 허술함이 오히려 다행입니다.(응?)

후지타 요시나가의 『텐텐』을 읽었습니다. 사채 80만 엔을 갚을 수 없어 고기잡이 배를 타야 할 지도 모르는 주인공이, 도쿄를 같이 여행하면 100만 엔을 준다는 말에 도쿄를 도보여행한다는 내용입니다. 뭔가 폼을 잡고 있긴 한데, 다소 진부합니다. 하지만 도쿄 시내(혹은 자신이 일상을 살아가는 공간이나 도시)를 여행한다는 아이디어는 매우 매력적입니다. 저의 경우,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서 거의 5년 정도 살고 있지만, 여전히 제가 사는 동네를 잘 모릅니다. 어떤 가게가 있는지, 어떤 골목이 있는지 ….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사는 동네를 도보여행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했습니다. 꽤나 재밌을 거 같습니다. 그 길엔 고양이들이 살아가고 있겠죠?

가쿠다 마쓰요의 『더 드라마』를 읽었습니다. 예전에 『공중정원』을 읽고 반해서 이 책도 읽었습니다. 『공중정원』은 일체의 거짓 없이 진실만 말하는 걸 모토로 하는 가족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진실이 어떻게 기획되는지, 진실해야 한다는 약속이 만드는 진실한 거짓을 매우 잘 풀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다 떠나 흥미로운 소설이죠. 그래서 『더 드라마』도 읽었습니다. 헌데 이 책은 야마모토 후미오, 에쿠니 가오리 류의 소설입니다. 30대 여성의 연애에 관한 소설이고요. 물론 작가가 다른 만큼 또 다른 재미가 있긴 합니다. 뭐랄까, 읽고 있노라면 공감하는(응?)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공중정원』의 인상이 너무 강해서인지 조금 아쉽더라고요. 나중에 『삼면기사』를 읽을 예정입니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유령 인명구조대』를 읽었습니다. 『13계단』을 읽은 김에 『유령 인명구조대』도 같이 읽었습니다. 자살한 4명의 주인공이 천국에 가기 위해 자살하려는 100명을 구조한다는 얘기입니다. 소설 자체는 재밌는데, 이야기가 너무 많습니다. 100명을 구조하니 적어도 10명의 에피소드가 등장합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히키코모리, 우울증, 사채금융과 카드빚, 이혼, 성적, 장애 등 각종 사회 이슈를 다 다루려고 합니다. 너무 산만해서 못 읽을 정도는 아니지만 차라리 각각의 이슈를 별도의 책으로 다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 그리고 책 편집이 엉망입니다. 글자 크기는 보통 단행본보다 1~2포인트 정도 작습니다. 오탈자는 수시로 등장하고 심지어 줄나누기를 잘못한 부분도 있습니다. 어쩌자는 건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이렇게 편집하다니, 출판사가 너무하다 싶더군요.

요코야미 히데오의 『종신 검시관』을 읽었습니다. 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현장으로 가서 검시를 하는 인물이 주인공입니다. 헌데 주인공의 능력이 출중하여 주변에서 다른 부서로 인사이동을 못 하도록 로비를 할 정도고, 부하 형사들은 주인공을 교장선생님으로 부를 정도로 존경 받습니다. 이 책의 미덕은 전통적인 추리물의 형식에 충실하단 점입니다. 사건이 발생하면 자살인지 살인인지 밝히고, 살인이면 어떤 방식으로 살인을 했는지, 살인 같은 자살이면 어떤 방식으로 자살했는지를 밝히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즉, 추리 자체를 강조하여 주인공의 매력을 부각하는 소설이랄까요? 비교적 최근에 쓴 소설 중에 이렇게 추리 자체를 강조한 소설은 오랜만이라 재밌게 읽었습니다.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재판하는 사람 집행하는 사람』을 읽었습니다. 감히 강추합니다. 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 피해자는 현직 경찰. 경찰과 검찰은 사건을 비밀에 붙이고 내사에 들어갑니다. 사건을 최초 발견한 경찰은, 자동차 안에서 총에 맞아 죽은 이를 조수석으로 밀어내고 그 차를 운전해서 경찰서로 갑니다. 이 장면에서 잠시 뜨악했습니다. 바로 전에 읽은 『종신 검시관』에서 가장 중시한 건, 현장보존이거든요. 근데 『재판하는 사람 집행하는 사람』의 시작 장면은 현장 훼손이거든요. 이 소설은 현장보존과 논리적인 추론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기존의 추리물과 상당히 다릅니다. 1950년대 나온 책이지만, 최근 읽은 소설 중 가장 매력적입니다. 더 이상 말하는 건 스포일러겠죠? 아무려나 추리형식부터 재판과 처벌 등에 관해 매우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는 소설입니다.

제임스 시겔의 『탈선』을 읽었습니다. 아내와 딸을 사랑하는 주인공이 기차에서 만난 여성과 사랑에 빠지고 바람을 핍니다. 근데 그 장면이 어떤 범죄자에게 들키고, 이후 협박을 받는다는 내용입니다. 끔찍합니다.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묘사와 몇몇 장면은 끔찍해서 차마 이 책을 읽었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을 정도입니다. 소설 뒷표지엔 ‘충격적인 반전의 연속’, ‘최고’ 등 갖은 찬사를 나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찬사가 현란할 수록 실체는 현란한 수사를 못 따라 간다는 걸, 이 책은 매우 잘 증명합니다. 물론 추리소설로서 재미는 있습니다. 심심할 때 한번 읽어도 무방하겠지요. 하지만 전 이미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소설을 읽었는 걸요. 현란한 소설적 장치, 복잡한 구성 같은 거 없이도 훨씬 빼어난 반전과 의미를 담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요즘 소설은 지나치게 복잡해지고 있는 건 아닐는지요. 하긴 …. 추리소설의 기본 아이디어는 이미 에드가 앨런 포Edgar Allan Poe가 다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어쩔 수 없겠죠.

아무려나 추리와 소설의 형식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런 걸 고민해서 뭐하죠?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