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원문복사, 인터넷 해지, 장기고객, 비

01
며칠 전, 원문복사신청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던 논문이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여러 논문을 한꺼번에 하다보니 내가 무슨 논문을 신청했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것. 암튼 그래서 도서관에 가서 논문을 찾았는데.

담당자는 처음엔 무난하게 반응하더니 논문 제목을 읽곤 미묘하게 까칠하게 반응했다. 논문 제목은 기독교에서 본 동성연애 어쩌고 저쩌고. 그는 나를 게이로 이해하고 까칠하게 대한 건지, 논문 제목이 동성애혐오 성격이 짙어, 이런 논문을 읽는 내가 보수기독교에 동성애혐오인 사람이라고 이해하며 까칠하게 대한 건지는 확실하지 않다. 후자일 가능성에 한 표.

02
2001년 겨울부터 사용한 인터넷을 해지했다. 이유는 간단한데, 돈은 나가는데 인터넷이 안 되어서.

몇 달 전, 회선을 교체해야 하고 회선을 교체하지 않으면 인터넷이 안 된다는 내용의 전화가 왔다. 난 기사를 玄牝에 들이는 것도 싫고 기사가 제시한 시간에 玄牝에 머물지도 않아서 회선 교체를 안 했다. 그랬더니 얼추 한 달 전부터 인터넷이 안 되기 시작한 것. 이럴 바에야 어차피 몇 달 뒤 이사를 갈 거고, 玄牝에서 인터넷을 하는 일이 거의 없으니 그냥 해지했다.

근데 인터넷 해지 전화를 하고서야 깨달은 것. 나 3년 전에 3년 약정으로 계약했다고 하더라. 응? 3년 전에 3년 약정으로 내가 계약을 했다고? 그런 적 없는데? 하나로에서 SK브로드밴드로 넘어가면서 자기들 멋대로 한 거겠지. 따질까 했지만 해지하는 마당에 따져서 무엇하나 싶어 그냥 관뒀다. 하지만 황당할 따름. 그럼 2001년 12월부터 사용한 건 뭐가 되지? 얼추 8년 장기 고객이 아니라 3년 고객일 뿐인 이 황당한 약관이라니!

03
인터넷을 해지할 때 상담직원이 해지하지 말라고, 장기고객에게 주는 혜택이 아깝지 않느냐고 했다. 그냥 두면 기존의 가격에서 7,000원 정도 할인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별로 안 아깝다. 내가 계약한 적도 없는 약정을 만든 게 괘씸할 뿐.

암튼 장기고객이란 말을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건 핸드폰. 2001년 11월인가 12월부터 중간에 기기 한 번 바꾼 것을 제외하면 같은 통신사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난 장기고객 혜택에 무관하다. 몇 년 이상이란 조건엔 충분하지만 월 사용료 3만 원 이상이란 조건엔 한없이 부족하니까. 이젠 확인도 안 하는데. 나의 월 사용료는 기본료에 살짝 더 나온다. 1만 몇 천 원 수준. 정확한 금액은 나도 모른다. 그러니 장기고객 혜택이란 말은 나와 무관하다.

04
비가 내린다.
할 말이 없어도 무언가를 말하고 싶고, 쓰고 싶은 날이다.

어젠 마음이 뻥 뚫린 것만 같은 밤이었다. 음악이 없으면 잠들 수 없는 밤이었다.

책 수배합니다

제목: 행복을 파는 여자 / 행복을 파는 여자들 / 행복을 사는 여자 / 행복을 사는 여자들

뭐 대충 이런 제목입니다. 상당히 오래 전에 기자가 썼다고 합니다. 전 순간 르포작가가 쓴 “서울서 팔리는 여자들”인가 했지만 아닌 듯합니다. 내용은 레즈비언 관계를 다뤘다고 하니까요.
혹시 관련 정보를 아시면 제보 부탁합니다!!

정보 습득 경위
: 한 손님이 대충 이런 제목으로 매우 오래되었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이 책을 찾았습니다(그러니 정확한 제목은 아니며 전혀 다른 제목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낯설었지만 찾았으나 없었습니다. 그래서 없다고 하니, 레즈비언 소설 혹은 레즈비언이 나오는 소설이라는데, 그이는 제가 레즈비언이란 단어를 모르는 사람으로 대하며 부연 설명을 하려고 하더군요. 그래서 더 들을까 하다가 관뒀습니다. 레즈비언 관련 소설이란 정보를 획득한 순간, 그 책이 있어도 없다고 말해야 하니까요. 하하. ㅡ_ㅡ;; 불량 점원! 그리고 다시 한번 열심히 찾았지만 역시나 없네요. 그래서 조금 전 검색사이트를 통해 확인했지만 보험설계사 자서전만 나오고 제가 찾는 책은 안 나와요.

혹시나 해서, 이 넓고 넓은 웹의 바다에서, 여러분들의 엄청난 정보력을 믿으면서 부탁합니다.
혹시 정확한 제목이나 관련 정보를 아는 것 있으신가요?

『흑인 페미니즘 사상』: 매우 짧은 리뷰

인종차별주의와 연관된 공포가 상당히 가시적으로 대상화된 흑인의 몸에 투사된 관념에서 나오는 것인 반면, 동성애공포증에 깔려있는 공포는 누구나 게이나 레즈비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온다. (231)

혐오범죄는 개인을 처벌함으로써 가시적인 동성애의 사례를 만들어내는데, 이러한 사례로 인해 나머지 동성애자들을 벽장 속에 가두어 두는 효과가 발생한다. 게다가, 동성애가 제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 인식되자, 동성애를 공적이고 합법화된 공간에서 제거하려는 전략이 의도된다. 동성애자 결혼금지법은 동성애의 “확산”을 멈추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232)

에이즈 담론에서 아프리카, 동물, 표면상 일탈적으로 보이는 섹슈얼리티가 서로 연결된다는 점은 이러한 관념들이 끈질기게 지속되고 있음을 말해준다(Hammonds 1986; Watney 1990). 폴라 기딩스가 논의한 대로, “믿을 만한 학회지에서도 예컨대 녹색원숭이와 흑인여성을 연결한다거나 에이즈의 기원이 아프리카 성매매여성(흑인여성의 오염된 성기)에게 있다고 추정하려 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계속해서 인종차별주의 이데올로기에 취약하다는 것을 드러낸다”(Giddings 1992, 458). (246-247)

그 이후 윌리암스는 포르노그래피가 성관계와 필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사고방식이라고 논의한다. 윌리암스는 포르노그래피를 지배와 복종의 관계를 재연하는 “사유관습”이라고 보게 되었다. 윌리암스에게 포르노그래피는

관음증적인 응시주체로 하여금 상상력을 펼치며 관찰대상의 주체성을 말소해버리는 자동감각에 탐닉하게 한다. 온전한 타인과 상호작용하며 듣고 대화하고 상대를 돌보는 대신에 그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낸 감각으로 대체해 버리는 사유습관인 것이다. … 대상은 진압되어 이러한 감각이 투사되는 유순한 “사물”이 된다.(Williams 1995, 123) (249)



패트리샤 힐 콜린스의 책 『흑인 페미니즘 사상』(박미선, 주해연 옮김. 서울: 여이연, 2009)을 읽고 있습니다. 저는 섹슈얼리티와 성정치를 다룬 6장을 가장 좋아해요. 그 중에서도 포르노그래피를 사유습관으로 분석한 윌리암스의 통찰은 매우 매력적이라는. 에헷.

한국에 페미니즘 이론 공부할 때 보통 로즈마리 통의 『페미니즘 사상』을 많이 사용했는데요(요즘도 그런가요?). 저는 콜린스의 책이 훨씬 좋다고 느껴요. 기초입문으로 벨 훅스의 『행복한 페미니즘』을 읽고 콜린스의 책을 읽는다면 무척 좋을 듯. 통의 책은 젠더를 중심으로 여타의 범주를 덧붙이며 설명합니다. 젠더는 이런데 계급에서는 저렇고, 인종이 더해지면 또 다르고 …. 어떤 보편적인 젠더(혹은 ‘여성’)를 가정하고 그 기준에 계급이나 인종을 더하며 다양성을 만드는 식이죠. 사실 많은 이들의 글이 이렇고요. 하지만 콜린스의 책은 덧붙이기 식의 설명이 아니라 뒤섞여 있는 상태에서 설명합니다. 최소한 세 가지 범주, 젠더-인종-계급의 교차점, 그리고 (이성애)섹슈얼리티의 교차점들에서 이들이 서로 얽혀 있음을 매우 잘 분석하고 있습니다. 전 이 책이 다양한 범주의 교차점을 분석하는 글쓰기나 방법론의 역할모델로, 교차점에서 사유하는 방식의 역할모델로 매우 좋다고 판단해요.

불만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이 책에서 콜린스는 트랜스젠더를 여러 번 언급합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가 분석 범주는 아닙니다. LGBT를 나열할 때만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굳이 트랜스젠더를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요? 반면 흑인 레즈비언 인식론은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양가적인 감정이 든다는. 하하.

+또 다른 리뷰가 어딘가에 실릴 예정입니다만 … 아하하;;;;;;;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