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인권위원장 내정자, 폭우와 미디어법 강행: 카더라 통신

01
지난 16일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장으로 현병철씨가 내정되었다는 소식을 언론들이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내정 하루 만에 취임식을 강행하려고 했지만 인권단체 활동가들의 항의방문으로 취임식은 20일로 미뤄졌습니다. 16일 내정하고 17일 취임식을 진행한다는 건, 결국 그 전에 이미 내정했지만 언론에 알린 게 16일이란 뜻이지요. 아마 16일 내정 발표, 17일 취임식이란 일정은 다른 저항을 차단하려는 꼼수 같아요. 이렇게 일을 진행하면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아무런 대응도 못 할 거라고 믿은 걸까요? 몰라도 너무 모르네요.

현병철씨가 무색무취에 인권 관련 활동 경험이 전무하다죠? 그래서인지 현병철씨는 인권위원장이 되면 인권을 배워가겠다고 말했다네요. ㅡ_ㅡ;; 암튼 이 사람과 관련 있는 카더라 통신이 몇 가지 있네요.

하나는 친일후손으로 갑부라네요.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낸 현준호.이 인물은 친일명단에 등재 된 인물 입니다.
현기봉의 아들이 현준호.전남 영암이죠. 현준호의 후손입니다.
인척으론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있습니다.
누구냐 하면 국가인권위원장 지명자 현병철의 현씨 가족내력입니다.
출처: osta2000 “듣보 새 인권위원장 ‘현병철’ 도대체 그가 누구야?”


연좌제를 들먹이려는 게 아니라, 친일후손이고 인권 관련 활동이 전무한 사람이 인권위원장이라니 당혹스러워요. 자신의 기득권을 비판하지 않는 사람이 ‘인권’을 매개로 사회 전반의 기득권을 비판할 수 있을까요? 현병철씨를 잘 모르니, 일단 지켜볼 일이죠. 현재로선 회의적이고요.

다른 하나는 위에도 나와 있듯,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먼 친척이란 소식입니다.

현 내정자는 또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과 먼 친척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경향신문 “인권위원장 현병철 내정…자격 논란”


그가 재벌과 먼 친척인 게 또 무슨 상관이겠어요. 근데 여기서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병철씨 내정이 현대그룹 달래기라는 거죠. 대충 알 듯해요. 현재 남북관계가 워낙 엉망이라 대북관련 사업에 가장 활발했던 현대그룹에 지장이 많죠. 그러니 현정은씨의 먼 친척인 현병철씨의 인권위원장 내정은 일종에 위로용 ‘선물’인 거죠. 2MB가 현대출신이기도 하고요. 이러니 현대그룹에서 천거한 것 아니냐는 카더라 통신까지 나돌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의혹들을 일축하는 또 다른(어쩌면 가장 설득력 있는) 설도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도저히 예측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아스트랄한”) 2MB의 머리에서 나온 우발적인 행태란 거죠. 순간, 수긍했습니다.

02
부산집이 이번 폭우로 잠겼다고 합니다. ;;;;;;;;;;;;;; 비가 많이 와서 안부 연락을 했다가 들었는데, “설마”라고 반응했다가 욕만 잔뜩 먹었습니다. ㅜ_ㅜ 이 와중에도 서민과 중도실용을 강조하시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미디어법 강행 처리에만 골몰하고 계십니다. 어제 밤 라디오 뉴스를 듣다가, 한나라당이 미디어법 강행 처리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소식에 울컥했습니다.

이제 시절은 하 수상한 정도가 아닙니다. 아차 하는 순간, 잠시 다른 곳에 신경을 쓰는 순간 그냥 뒤통수를 맞는 시대네요.

03
이곳 [Run To 루인]은 지극히 정치적인 블로그지만, 정당정치와 관련 있는 내용을 쓰긴 싫어 합니다. 하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네요.

녹취 알바로 배운 지식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면 인터뷰를 하는 경우가 있다. 영화 음향 녹음 발달사 프로젝트라면 음향 기사들과 인터뷰를 하고, 1990년대 초반의 퀴어운동 역사쓰기 프로젝트라면 그 당시에 활동한 활동가들, 방송작가나 PD들을 인터뷰 하는 식으로. 인터뷰한 자료는 녹취를 풀어야 하는데,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프로젝트의 경우 사업 진행자들이 직접 녹취를 푸는 경우는 드문 듯하다. 분량이 상당한데다 다른 일도 많아 녹취만 푸는 알바를 구할 때가 많다. 개인 연구일 땐 대체로 연구자가 직접 인터뷰 녹취를 풀지만 가끔씩은 알바를 구하기도 한다.

모든 인터뷰는 연구자 혹은 프로젝트 기획단의 주제의식에 따라 내용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질문을 구성하고 인터뷰 참가자와의 관계에서 반응을 끌어내는 일 자체가 연구의 핵심이기도 하고. 그러니 인터뷰 내용은 그 자체로 연구성과다. 그래서일까? 인터뷰 내용을 가장 먼저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연구자 혹은 프로젝트 기획단이며 알바로 녹취를 푸는 사람이 인터뷰 내용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는 듯하다(정확한 건 아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알바로 녹취를 푸는 사람은 인터뷰 내용을 사용할 수 있을까, 없을까? 만약 연구자의 관심과 인터뷰 녹취를 푸는 사람의 관심이 일치하거나 유사하며, 녹취 알바를 하는 사람 역시 ‘연구자’이기도 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 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생계형 알바로 한국 퀴어 운동의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의 인터뷰 파일을 풀고 있다. 녹취를 풀며, 그동안 몰랐거나 큰 줄기만 알고 세부사항은 몰랐던 내용을 배우고 있다. 녹취 푸는 일 자체는 괴롭지만 내용은 무척 신나는 일이라 좋아하고 있긴 한데 …. ‘난 이 내용을 다른 글이나 강의 같은 자리에서 사용해도 괜찮을까?’란 고민에 빠졌다. 알다시피 나 역시 퀴어/트랜스젠더와 관련 있는 글을 쓰고 아주 가끔은 강의/발표도 나간다. 내가 나를 연구자로 인식하건 하지 않건, 활동가로 인식하건 하지 않건 상관없이 녹음 파일의 내용은 내가 사용할 수도 있는 내용들이다. 아니 활용한다면 무척 풍성한 얘기를 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근데 이 녹음 파일의 내용은 다른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를 위해 작업한 결과물이다. 아마도 그 연구자는 인터뷰 내용을 자신이 가장 먼저 사용할 것이라고 예상했을 테다. 그럼 난 들어서 ‘알고’ 있다고 믿는 내용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모른 척 해야 할까? 사용한다면 어떤 식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 고민은 “혀 논란”과 유사하지 않을까? (표절이다, 아니다를 따져 묻는 건 아님.)

물론 인터뷰 파일에 있는 내용들은 언젠가 다른 자리에서 들을 수도 있다. 오랜 시간 이 바닥에 있다보면 언젠간 알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난 특정 누군가의 연구 과정에서 사용할 자료를 먼저 접했다는 점에서 내가 ‘알고’ 있다고 믿는 내용의 출처는 모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것은 도용일까? 참고문헌 표시, 인용의 출처 표시는 내가 도움 받은 글을 쓴 사람에게 존중을 표하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이 자신의 연구를 위해 인터뷰 한 내용을 알고 있는 나는 어떤 식으로 표시할 수 있을까?

글을 쓰다 보니 내용이 모호하다. -_-;; 새삼스럽진 않지만 … 하, 하, 하;; 글을 쓰다가 깨달았는데, 녹취알바의 윤리(?)와 출처표시 방법을 고민한 거 같다. 근데 양쪽 모두 어렵다. ㅠ_ㅠ

의도하지 않은 2MB 정권의 공적(?)

1997년 12월 중순 즈음이었다. ㅈㅗ선일보는 당시 김영삼 정권이 대통령 후보시절 내세운 공약 중 실천한 것 다섯 가지를 정리한 기사를 실었다. 난 머리가 나빠 다섯 가지를 다 기억하는 건 아니고, 두 가지만 기억하고 있다. 하나는 북조선을 지원해서 북조선과 남한의 경제 격차를 줄이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동차 사용을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ㅈㅗ선일보는 북조선과 남한의 경제적 격차가 김영삼 취임 전에 비해 상당히 줄었고, 자동차 사용도 상당히 줄었다고 보도했다. 그 기사를 읽으며 나는 무척 당황했다. 분명 비꼬는 기사는 아니었다. 근데 그 기사를 칭찬 혹은 업적 정리로 이해하기엔 당시 시대 상황으로 그럴 수가 없었다. 다섯 가지 공약 실천은 모두 IMF로 인해 가능했기 때문이다. IMF로 남한 경제가 무너지면서 북조선과의 경제 격차가 줄었고, 사람들은 기름값이라도 아끼려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그 기사도 IMF의 효과라고 지적하긴 했다. 하지만 아무리 읽어도 비판이나 조롱이 아니라 어쨌든 공약을 실천 했음을 강조한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10년도 더 지난 기사기에, 뉘앙스에 대한 내 기억이 정확한 건 아니다.)

천성관 사건을 접하며 난 2MB의 공적을 떠올렸다. 2MB의 의도는 아니겠지만 고위공직자의 비리, 재산 기준으로 상위 몇 %에 속하는 이들의 비리를 이토록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 있었던 정권이 또 있을까? 천성관과 같은 행적이 아는 사람들에겐 공공연하겠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은 의심만 할 뿐 실체를 알 수 없었던 일이 아닐까 싶다. 근데 이것이 문제 없다고 느낀 계층의 사람들이 서로를 추천한 덕분(!)에 각종 비리를 일상으로 접할 수 있다. 정확한 건 아닌데, “잃어버린 10년”의 정권에선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 지난 정권에서 임명하는 공직자들은 ‘어느 정도 검증’한 인물이었다. 즉, 청문회에서 문제가 되더라도 지금과 같은 수위의 비리가 드러날 사람들은 아니었다. 천성관 사건에 비추어 보면, ‘어느 정도 검증’한 인물을 지명하는 일이 특정 직종과 계층에 있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비리를 감추었다. 상대적으로 비리가 적은 사람들만 지명했기에 공적으로 알 수 있는 비리도 그 정도였다. 지난 정권에선 비리가 있다고 인식하는 이들(즉, 그들의 입장에서 비리라고 분류하는 일에 관련 있는 이들)은 걸렀기에 많은 비리를 드러낼 수 없었다. 근데 2MB 정권은 다르다. 그들에게 천성관의 비리는 비리가 아니라 “청렴”이라 지명하는데 부담이 없는 듯하다. 그 덕분-_-;;에 날이면 날마다 ‘예전엔 미처 몰랐던’ 각종 비리를 접할 수 있다. 김대중정권이나 노무현정권이 검찰과 스폰서의 관계를 몰랐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드러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을 듯하다. 행여 지나가는 말로 언급만 해도 검찰에서 ‘검찰 죽이기’라고 난리였겠지. 하지만 2MB는 다르다. 검찰과 스폰서의 관계를 비롯해 특정 계층과 직종의 비리를 드러낼 기회를 너무 많이 주신다.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경기도 무료 급식안 폐지 건도 그렇다. “잃어버린 10년”의 정권이었으면 이렇게까지 이슈가 되었을까? 폐지하고도 그렇게 큰 소리 칠 수 있었을까? 다 2MB 정권 덕분이다. 어쨌든 업적은 하나 남기셨다.

이민 갈까? ㅡ_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