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사온 것 중…

퀴어아카데미 준비를 하다보니 블로그를 계속 방치하고 있다. 퀴어아카데미 강의는 늘 가장 큰 스트레스라서 어쩔 수 없긴 하다. 마냥 방치하긴 애매해서 그냥 쓰는 글…

태국의 방콕과 파타야를 여행하며 몇 가지 기념품 같은 물건을 몇 개 샀다. 여행지에서 무언가를 사려면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는 걸 한국에 와서야 깨달았다. 태국어를 모르니 문맹과 같아 뭘 고를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도 몇 가지를 샀고, 이건 잘 샀다 싶은 것도 있다.
일단 야돔은 여행을 가기 전부터 왕창 구매해야겠다고 작정한 물품이다. 야돔이 뭐냐면…
여기를 참조: http://goo.gl/IJwK9m
달라이 라마께서 야돔을 사용하고 계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이러고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졸릴 때 잠을 깨워준다고도 하지만, 야돔이 비염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비염을 치료하는 효과가 아니라 막힌 코를 뚫어 주는 효과, 숨을 쉴 수 있다) 구매했다. 요즘은 코에 달고 산다. 최근 비염이 두어 번 약하게 터졌는데 달라이 라마처럼 야돔을 코에 끼우고 있으면 숨은 쉴 수 있어 좋다. 비염이 조금은 진정 되기도 한다. 비염이 조금은 진정되는 이유는 유칼립투스 오일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인 듯하다. 비염이 터졌을 때 유칼립투스 오일을 수증기가 나는 물에 몇 방을 뿌려 그 증기를 흡입하면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왕창 구매했으니 필요하신 한두 분에겐 선물로 드릴 수도 있다.
야돔과 함께 사온 건 야몽, 그 중에서도 빨간색 호랑이연고(Tiger Balm). 태국에선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한다고 해서 사왔는데… 사실 별 기대는 안 했다. 그저 어릴 때 친척집에 호랑이연고가 있었는데 이를 귀하게 여겼던 기억은 있어, 좋은가보다 했을 뿐. 그런데 목이 뻐근하거나 근육통이 있을 때 발라주면 시원하고 한시적이나마 괜찮아지는 효과가 있다! E에 의하면 모기 같은 벌레에 물렸을 때 사용하면 즉각 효과가 있다고 한다. 몇 개 안 샀는데(어머니와 언니에게 선물할 거라) 더 많이 사올 걸 그랬다. 태국 여행가는 사람에게 구매대행 부탁하고 싶은 제품이다.
(호랑이연고 파스도 팔았고, 이걸 살까말까 하다가 안 샀다. 하지만 지난 주 어머니를 만나고 와서는 사야했다는 걸 깨달았다. 어머니는 파스를 사랑하셨…)
어쩐지 팟타이 소스와 태국간장도 몇 개 사왔다. 팟타이 소스는 비건용 소스인데 한 병만 사와서 아쉽고(하지만 돈도 없거니와 무엇보다 수화물 무게때문에 많이 살 수가 없었다) 간장은 가볍고 저렴해서 몇 병 사왔는데 팟타이 해먹거나 볶음국수 해먹을 때 유용할 듯하다. (E느님 덕분에 음식을 해먹기 시작하면서, 낯선 곳에 가면 식재료부터 구경한다… 하하. 물론 이런 이유만은 아니고 한국보다 채식/비건 식재료가 풍부한 외국에 가면 안 살 수가 없다.)
하지만 이런저런 것보다 만족스러운 구매품이 따로 있다. 바로 조리 스타일의 샌달. 가격은 49바트니까 한국돈으로 1600원 정도! 그 어디를 둘러봐도 이보다 저렴한 가격의 신발은 없었다. 외출용으론 어려워도(조리 신고 출근했다가 신발을 잃고 맨발로 출근한 기억이…) 집 근처에 나가거나 장보러 갈 때 사용하기에 딱 좋은 신발이다. 무척 만족스러워서 볼때마다 뿌듯하다. 후후후.

태국 휴가 간단 메모

휴가 끝나고 집에 왔더니 모뎀이 고장나 있다… 금요일에 기사님이 방문한다니 얄짤없이 금요일에 휴가 내게 생겼다… ㅠㅠㅠ 어쩐지 오늘 출근하고 싶더라니…
한국이 아닌 나라는 고작 두 곳 가봤지만, 한국을 벗어나면 먹을 게 많다. 비건은 아닐지라도 채식인이라면 먹을 게 정말 많다. 어제 아침 귀국해서 공항의 푸드코트에서 아침 식사를 하려는데 나의 선택지는 비빔밥 뿐이었다. 그것도 별도의 요청 사항을 추가한 것으로.
태국은 어땠냐면 버거킹에 베지와퍼가 있다. 채식인이라도 먹을 수 있는 와퍼 메뉴가 있다.
태국 서브웨이엔 베지딜라이트 뿐만 아니라 베지페티도 있다.
길에서 파는 팟타이의 경우, 모든 노점이 베지터블 팟타이를 팔지는 않지만 판다면 먹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사용하는 소스를 봤는데 제(齋, เจ)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제는 무오신채 비건채식을 뜻한다.

한국처럼 채식하기 어려운 나라도 드물다. 물론 내가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평가는 태국에 부당할 수도 있지만.


방콕과 파타야에 다녀왔더니 고속도로에서도 무단횡단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 하하하. 길을 건너려는데 횡단보도 표시를 찾기 어렵거나 있어도 신호등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 횡단보도에서 건너려고 해도 차가 무시하고 밀고 들어왔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가 적당히 밀리거나 속도를 줄인다 싶으면 건너더라. 첫 며칠은 적응하기 어려웠는데 나중엔 이것도 익숙해지더라는.. 하하.. 참고로 12차선 도로를 그냥 건너는 사람도 봤다.
처음엔 한국의 보행자신호 시스템이 좋은거구나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태국엔 보행자신호가 없는 상태에서의 어떤 질서 혹은 규칙이 있음이 느껴지기도 했다. 고작 며칠로 알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ㄹ.
한국의 식당이나 호텔에선, 특히나 나름 고급을 지향한다고 할 수록 직원의 젠더표현과 실천을 규제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모두가 같거나 유사한 젠더표현을 하고 있다. 방콕이나 파타야에선 꼭 그렇지는 않았다. 톰보이 스타일로 서빙을 하는 등 다른 젠더표현이 공존하고 있었다.
태국은 젠더표현에 관대하다는 뜻은 아니다.
여홍을 하자가 어느 순간부터 면도를 하지 않았다. 수염 흔적이 뚜렷해질 수록 나를 집요하게 쳐다보거나 훔쳐보는 사람이 늘었다. 저 인간 도대체 뭐냐는 눈빛으로, 상투어로(그러니까 안 좋은 표현방식으로) 남녀노소 현지인 관광객 구분할 것 없이 정말 많은 사람이 나를 보았다. 어떤 꼬마는 숙덕거리기도 했다.
개개인이 복잡다단한 젠더표현을 잘 받아들이느냐와 채용에 문제가 없느냐는 다른 문제다. 그리고 적어도 채용에 있어 이원젠더규범에 부합하지 않은 방식도 가능하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모든 곳이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ㅁ.
한국이 안 더운 건 아닌데 태국 갔다왔더니 한국이 덜 더운 느낌이다. 참고로 발에 선크림 안 발랐다가 화상입었다. 하하하.
태국에선 꼭 전신으로 선크림 바르고 양산 꼭 쓰세요.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