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나무

아침, 학교에서 사무실이 있는 건물로 가는 길이었다. 길옆 나무들. 잎들이 떨어져 길엔 낙엽이 쌓여 있었다. 나뭇가지엔 새들이 무더기로 매달려 죽어 있었다. 나뭇가지에 잎들이 매달린 상태로 말라가고 있었다. 착각했다. 하지만 말라비틀어진 나뭇잎이란 걸 확인하고서도 작은 새가 매달려 있는 듯 했다. 작은 새들이 집단 자살한 줄 알았다. 난 뭐라도 들킨 사람처럼 서둘러 그곳을 벗어났다.

바늘

자신을 향해 바늘을 찔렀는데 그 바늘이 너무 길고 커서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바늘에 찔리는 경우가 있다. 단지 나 자신만을 겨누었는데, 결과적으론 곁에 있는 사람도 피해를 보는 경우다. 요즘 나의 바늘 길이가 어느 정도 되는지 나도 잘 모른다. 조금 위험한 상태란 것 외에 내가 알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이론을 배운다는 건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건데, 난 아직 멀었나 보다.

근황

01
아침 7시. 학교 오는 길. 공기가 차가웠고 나는 기뻤다. 난 오늘 아침과 같은 기온을 무척 좋아한다. 차가운 초겨울 아침. 귀에선 핑크 플로이드의 첫 번째 앨범에 수록된 음악들이 흘렀다. 하루아침에 떨어진 노란 은행잎들이 거리를 덮고 있었다.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건지 헷갈렸다.

02
어떤 논문을 볼 때, 참고문헌이나 인용문헌을 확인하면 저자가 대충 어떤 내용을 쓰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난 아직 훈련이 부족하여 잘 모르겠지만. 근데 가장 심각한 건, 지금 내 논문의 인용문헌을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이 인간이 무슨 내용을 쓰고 있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가장 황당한 인용문헌이 될 듯. 훗… ㅠ_ㅠ

03
글을 쓰다보면 종종 어떤 누군가의 글이나 어떤 이론가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 논할 가치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고, 이미 자신의 언어가 되었기에 논하지 않을 수도 있고, 언급하기엔 부담스러워서 논하지 않기도 한다. 이번 글쓰기에서 난 몇몇 유명한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외면했다. 부담스러웠다.

일례로 ㄱ이란 이론가와 그의 이론을 내가 알고는 있지만, 난 ㄱ을 언급하기 부담스러웠다. 나의 기준에서 그를 제대로 읽은 적이 없기 때문. 그러니 나의 기준에서 내가 ㄱ에 대해 아는 건 이름뿐이다. 안다고 말하기도 민망한 상황에서 인용문헌에 하나 더 추가하는 것만큼 부끄러운 일도 없다. 하지만 나의 선생님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인용하기 부담스러우면 이름이라도 언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적잖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니 이름 정도라도 언급하면 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명백한 표절이라고 지적하며.

…나는 나의 선생님에게서 이런 엄격함 혹은 꼼꼼함도 훈련받고 있는 중이다. 이런 훈련을 받고 있어서 기쁘다. 이런 훈련을 기대했지만 실제 받고 있을 때 느끼는 기쁨은 더 크다.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