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쓰는 볼펜

예전 글: 우주에서 글쓰기

링크한 글처럼, 예전에 우주에서 사용할 펜을 만들기 위해 나사에서 엄청난 돈을 들였다는 얘길 했었다. 근데 알고 보니 이는 과장된 소문일 수도 있더라는. 나사에서 만든 게 아니라 나사에 물건을 제공하는 업체에서, 우주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볼펜을 만들었는데 그게 나사에서 개발한 것으로 소문이 났다는 것. 하지만 나사에서 만들었다는 소문은 꽤나 유명한 것 같다. 나의 기억을 신뢰할 수 있다면, [20세기 소년]에도 나사에서 만들었다고, 우주에서도 쓸 수 있는 볼펜을 파는 장면이 나온다. 흐.

아무려나 미국에서 이런 노력을 할 때, 소련에선 연필을 사용했다고 했는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일반적인 볼펜도 우주에서 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그럼 도대체 우주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볼펜은 왜 만든 거니?
(볼펜의 잉크 배출이 중력의 원리라고 알고 있는데 꼭 그렇지는 않은가 보다.)

행사: 캘리포니아의 동성결혼 법적 투쟁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KSCRC)에서 해마다 진행하는 강연회 및 심포지움을 올해도 진행한다고 합니다. 주제는 캘리포니아에서 동성 결혼 합법 투쟁과 관련한 것이라고요. 결혼제도, 동성혼 등에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참가해서 들어보시면 좋을 거예요.

일시: 2008.10.03. 오후 2시~5시
장소: 이화여대 신세계관 202호
주제: 사회, 문화, 시민권을 통해 본 캘리포니아 동성결혼 법적 투쟁
강연자: 알마 송이 백(LGBT 전문 인권변호사)
주최: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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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비트랜스젠더 레즈비언, 게이, 바이의 맥락에선 동성혼이 금지되어 있지만, 트랜스젠더 레즈비언, 게이, 바이의 맥락에선, 적잖은 이들이 “합법적으로” 동성결혼을 하고 있죠. 물론 이 결혼은 제도적으론 이성결혼으로 읽히지만요. 이성애규범과 젠더이분법이 만들어낸 틈이랄까요. 개개인들의 외모, 행위, 여러 실천들을 인식할 수 없는 현재 사회의 한계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

수학, 반성

수학을 학부에서 4년 정도 배웠다. 수학이 논리학문이니, 내가 논리에 탄탄하면 좋을 텐데. 글을 쓸 때마다 가장 안타까운 건 이 부분이다. 수학을 배우며 논리적인 글쓰기를 훈련하지 못 한 거. 수학의 논증 과정은, 전체적인 틀을 잡고, 세부적으로 어떤 논리를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그래서 한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세부 전제들을 모두 증명하고, 그 세부 전제를 직조해서 하나의 증명구조를 만든다. 이는 글쓰기에 있어서 무척이나 도움이 되는 논리구조인데. 난, 안타깝게도 이런 논리구조를 훈련하지 못 했다. 매 시험마다 시험 준비에 급급해서, 구조를 몸에 익히지 못 했다. 이건 참 아쉬운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커다란 공부를 했다. 다름 아닌, 공리를 의심하란 것. 한 세계의 토대를 이루는 전제들, 한 세계가 바로 그 세계이게끔 하는 바탕들, 그래서 의심하기보다는 당연한 진리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 특정 집단의 합의를 통한 역사적인 산물임에도 당연한 것으로,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 이런 걸 공리라고 부를 수 있다. 그리고 수학은 철저하게 공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두 점을 잇는 직선은 하나다”이라고 한다면, 이는 증명 가능한 게 아니라, 이렇게 하자고 합의한 일종의 공리다. 이런 공리를 의심하는 순간, 이런 공리를 통해 이루어진 모든 수학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럼 이제, 이런 공리를 받아들이는 수학과 이런 공리를 의심하는 수학으로 분파가 나뉘는 방식으로 발전하겠지.

내가 수학을 공부하며 가장 중요하게 느끼는 건, 바로 이 지점이었다. 내가 당연하다고 전제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그것은 정말 당연할까? 의심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어떤 공리에 서있는지 스스로 밝혀야 한다. 내가 출발하고 있는 공리에 문제가 있다고, 그것을 전면 폐기할 필요는 없다. 하나의 체계가 어떤 공리에서 출발하는지 분명하게 밝히기만 한다면. 여타의 다른 논쟁이나 언설에서 문제가 되는 건, 이런 출발점을 분명하게 밝히기보단 그 출발점을 자연스러운 것, 당연한 것, 의심할 필요가 없는 절대 진리로 여기기 때문이다. 수학 수업을 들으러 가면, 개강 첫 날 가장 먼저 배우는 건, 이 수업에서 다룰 논리의 역사적인 맥락과 논리의 토대이다. 이 수업은 이런 공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것을 공리로 받아들일 것이며, 어떤 것은 정의를 통해 전제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공리와 정의를 통해 명제를 증명할 것입니다….

토대를 드러내고 그것을 의심하는 건, 그 토대를 통해 이루어진 세계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맥락 속에 위치 짓는 것이다. 그것이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라 공리를 통해 이루어진 여러 세계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상대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가장 힘든 건, 자신이 서 있는 토대, 공리를 의심하는 것이다. 타인의 공리를 읽고 비판하기는 쉽다. 하지만 자신의 공리를 파악하고 비판하는 건, 쉽지 않다. 어렵다.

물론 내가 겪는 어려움은, 나의 나태함과 나의 무지에 따른 것뿐이다. 요즘, 난 왜 이리도 태만했을까, 왜 이토록 공부를 안 했을까, 공부한다는 말만 하고 실제 한 건 아무 것도 없구나, 하는 반성을 하고 있다. 이제와 반성에만 빠져 허우적거릴 필요는 없지만, 암튼 좀 반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