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나 나스타샤 신곡

몰랐는데 한 달이 지나도록 핑크 플로이드만 듣고 있다. 최근에야 다른 이들의 음악을 듣고 있다. 며칠 전 핑크 플로이드와 관련한 글을 언제 올렸나 하고 찾아보니, 이미 한 달이 지났더라. 아, 이 얼마만의 집중인가. 혹은 즐거움인가. 히히.

뮤즈의 첫 번째 앨범과 두 번째 앨범이 나왔을 당시, 하루 종일 이 두 장만 들었던 적이 있다. 물론 그땐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하루에 두어 시간 뿐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두 장을 한 번씩 다 들었는데 시간이 남으면 다시 들었다. 들을 만한 좋은 앨범은 많았지만 그냥 뮤즈만 들었다. 그래서 세 번째 앨범이 나왔을 때 얼마나 좋았던가. -_-;; 흐.

이에 비하면 핑크 플로이드를 듣는 건 좀 더 행복하다. 현재 지지(mp3p)에 들어가 있는 핑크 플로이드 앨범은 총 15장. 그나마 최근에 한 장을 뺏다. 하루 종일 들으면 다 들을 수도 있고, 이틀에 나눠 들을 수도 있고. 15장엔 정규앨범에 B사이드+싱글 모음 앨범, 베스트 앨범, 라이브 앨범까지 섞여 있다. 이러니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암튼 이런 와중에 무척이나 반갑고 기쁜 소식! 니나 나스타샤(Nina Nastasia)의 신곡 소식!!!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어찌 아니 기쁠 수 있으랴! 히히. 비록 새 앨범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새로운 곡은 나왔다. 히히.

그냥, 나스타샤 소속 레이블 홈페이지에 갔다가 올 초에 신곡 두 곡이 들어간 싱글을 발매했다는 글을 발견. 너무 좋아서 싱글을 주문할 수 있는지 알아봤지만 구할 길이 없었다. 폭넓게 판매하는 건 아닌지, 일단 올뮤직에 앨범 정보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개인주문을 주로 하는 향뮤직에 문의하지 않은 상태. 홈페이지를 다시 확인하니 mp3로도 판매하고 있더라는. 물론 신용카드가 없으니 결제는 불가. ㅠ_ㅠ 그런데 다행히도 어떻게 하여, 파일을 받았다. 홈페이지에서 살짝 불법으로. 나중에 카드로 결제할 수 있으면 그때 제대로 된 파일을 받기를 기약하면서.

음악은? 당연히 좋다.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다방에 올렸으니, 직접 확인해보세요. 히히. 니나의 음악은 언제나, 즐겁다. 이히히.

기억-중학생 시절 그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요즘 들어 부쩍 자주 중학생 시절이 떠오른다. 이유가 있다.

내가 다닌 중학교는 소위 말하는 공학이다(지금도 공학인지는 모르겠다). 사복이었고(교복으로 바뀌었다는 얘길 얼핏 들었다). 초등학교와는 같은 동네에 있었다. 초등학생들 거의 대부분이 같은 중학교에 진학하기에 새로운 얼굴은 별로 없는, 이미 익숙한 얼굴이 대부분인 곳이었다. 오지랖만 넓으면, 중학교에 입학할 때 이미 전교생을 알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였을까, 3학년 때였을까. 아마 중3 때이지 않았을까. 확실한 건 아니지만.

어떤 소문이 돌았다. 아니다. 소문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한 말이 돌고 돌았다. 그리고 우연히 어떤 자리에서 그 얘길 전해 들었다. 꽤나 여러 사람들이 있는 자리였는데. 지금이라면 다들 쉬쉬하려나? 그때니까 가능한 거였을까? 아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공공연히 말하고 쉬쉬하는 건 마찬가지다. 말하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

동급생 중 한 명이, 자기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소위 말하는 남성호르몬을 맞을 거라는 얘길 했다는 소식. 그 얘길 같은 반 아이들에게 공공연히 얘기하고 다닌다는 소식. 그 동급생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다. 초등학생 시절, 짝지였으니까. 전혀 안 친했기에 누군지 모를 수도 있었는데, 그 얘길 듣는 순간, 누군지 깨달았다.

그 일을 오랫동안 잊고 지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일이 떠올랐다. 이건 활동이 촉매로 작용한 걸까? 나의 상황이 촉매로 작용한 걸까? 하지만 그 일이 떠오른 건 기껏해야 1년 전이다.

그때 나는 어떤 감정이었을까? 매료되었을까, 당황했을까, 놀랐을까. 아님 무서웠을까? 이제와 그때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말한다는 건 의미가 없다. 내가 기억하고 싶은 방식으로, 해석하고 싶은 방식으로 떠올릴 테니. 다만, 기묘한 느낌이었고, 나 혼자 다른 곳에 있다는 느낌은 선명하다. 이것이 기원론을 말하려는 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 말을 우스개로 반응했다. 난 그저 궁금했던 거 같다. 호르몬을 투여하면 몸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주변 사람들이 그를 희화화했을 때, 불쾌했지만 이런 불쾌함이 그때부터 내가 나를 트랜스로 여겼기 때문이 아니다. 그럴 리가.

지금은, 그 시절 어떻게 그런 정보를 알았을까가 궁금하다. 호르몬을 투여하면 몸이 변한다는 걸, 중학생의 나이에, 인터넷이 거의 없던, 통신을 하기엔 집이 가난하다고 알고 있는 그가, 어떻게 알았을까.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살아갈까? 호르몬 투여를 하고 살아갈까? 아님 많은 고민 끝에 연기했을까?

그 시절 알고 지냈던 이들 중, 지금의 내게 연락할 수 있는 이가 아무도 없듯, 나 역시 그를 찾을 의사가 없다. 그래서 그냥 가끔 떠올릴 뿐이다. 어떻게 알았을까,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정도의 궁금함과 함께.

아침, 비가 내리는

어떤 시인은 헤비메탈 같은 비가 내린다고 했다. 그런 비가 내리는 소릴 잠결에 들었다. 빗방울이 유리 창문에 부딪는 소리. 옥탑방에선 이런 소리가 유난히 잘 들린다. 하지만 잠결이었고, 빗소리인지 선풍기가 돌아가는 소리인지 헷갈렸다. 선풍이가 덜덜 거리며 돌아가는 소리와 유리창에 부딪는 빗방울 소리. 소리 향연. 잠결에 소리의 흐름을 느끼다, 알람으로 설정한 라디오 소리가 들려왔다. 아침의 라디오. 비가 내리는 이른 새벽의 라디오.

그래, 나도 한땐 라디오 DJ를 하고 싶었지. 라디오를 좋아하는 많은 이들이 그렇겠지만, 나도 한땐 라디오 DJ를 해보고 싶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라디오 DJ 정도는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좋아하는 음악 틀고, 곡 설명 하고. 지금이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걸 안다. 그리고 공중파 라디오만이 유일한 채널이 아니란 것도 안다. 더구나 내가 하고 싶은 라디오는 말없이 음악만 나오는 거였다.

성시완은 1980년대 초반 라디오 DJ를 하며, 단 두 곡만 튼 적이 있다고 했다. 단 두 곡이라니. 요즘 같으면 못 할 것도 없다. 광고도 들어야지, 게스트와 얘기도 나눠야지. 실제 한 두 곡의 노래만 나오는 라디오 방송도 적지 않고. 하지만 새벽 1시부터 2시까지 하는 라디오에서 두 곡이라니. 아, 물론 신해철이라면 노래를 한 곡도 안 틀거나, 노래만 트는 날도 종종 있다고 하는데. 성시완의 경우엔 두 곡만 틀었는데, 단지 곡이 좀 길었다고 한다. Pink Floyd의 “Echoes”와 Led Zeppelin의 “Dazes and Confused”. 앞의 곡은 23분 38초, 뒤의 곡은 28분 35초. 지금으로선 하기 힘든 일이지만, 참 근사한 일이다. 곡 설명 조금하고 곡을 트니, 한 시간이 다 갔다는 얘기. 하지만 이보다 더 근사한 일은, 핑크 플로이드가 해체했을 당시(실제 해체한 건 아니니, 멤버가 탈퇴한 걸 의미하는 듯), 이를 기념하여 39일 동안 “핑크 플로이드” 특집 방송을 했다고 한다. 정말 근사한 일이다. 핑크 플로이드의 팬인지 여부를 떠나, 이런 기획을 하고 기획을 밀고 갈 수 있는 저력 하나는 정말 대단 하다. 팬이기까지 했다면, 하루하루가 설렜을 테고.

여름날 아침인데, 유난히 어두웠다. 날씨가 많이 궂고, 비가 내리는 소리가 방을 가득 채웠다. 옥탑방은 이래서 좋다. 이사를 갈까 말까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