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신발을 잃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내리다가 신발을 잃어버렸다. 많은 사람에게 밀려 내리다가 신발이 벗겨졌고 벗겨진 신발을 찾지 못 했다.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한참 당황하며 E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냥 신발 없는 상태로 출근하기로 했다. 근처 신발 파는 매장이 없진 않지만 아직 여는 시간이 아니라 당장 신발을 살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냥 맨발로 사무실까지 걷기로 했다. 허허허허허하허허허허
멘탈 강한 편인데 어쩐지 무너지는 느낌이다. 근육통으로 허리도 안 좋은데 신발까지… 허허허허허허허허허
출근은 어떻게 했지만 그냥 집에 가서 눕고 싶은 기분이다.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글을 써야 할까…

강남역 살인사건’ 재발 막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 모음
이번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떤 일이 생기고 있는지 알기 위해 최대한 추적하고 있다(하지만 나의 추적은 언제나 무척 많이 부족하고, 한없이 부족하기에 이런 표현이 부끄럽다). 아울려 주목할만한 기사나 게시판 글 등을 모두 따로 저장해두고 있다. 그러면서 트랜스젠더퀴어 연구활동가인 나는 이 이슈로 관련 글을 써야 한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글이 있겠지만 논문 형식이건 에세이건 어떤 형태로건 충분한 길이의 글을 써야 한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
물론 안다. 강제할 기회가 없다면 결국 쓰지 않으리란 걸… 이미 얼추 초고가 나와 있거나 그에 준하는 수준의 내용이 있는 글만 해도 10편 가량이고 그 중 몇 개는 이제 꼭 써야지 하면서도 안 쓰고 있으니… 강남역 살인 사건 관련 고민과 글도 결국 영원히 밀리겠지만… 여성혐오, 젠더폭력, 화장실, 정신병, 트랜스젠더퀴어란 키워드도 있지만…
그럼에도 관련 글을 제대로 써야 한다는 고민이 든다. 최소한 정신병과 트랜스젠더퀴어란 주제로라도 글을 써야 한다는 고민…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흠… ㅠㅠㅠ
게으르니 결국 영원한 쪼렙으로 지내는 구나…
+
한 가지 분명한 건, 살인사건 피의자에게 정신병 병력이 없었다면 경찰은 다른 이유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어떻게든 여성혐오가 아니고 혐오범죄가 아니라는 논리를 구축했을 것이다. 이것이 혐오범죄의 구조기 때문이다.
++
여성혐오와 관련한 논의에서 우에노 치즈코의 책이 끊임없이 긍정적으로 언급되는 건 내게 당혹스러운 일이다. 우에노 치즈코는 그 책에서 트랜스 혐오를 공공연히 표현하며 여성혐오를 설명했기 때문이다. 비록 비트랜스, 비퀴어 중심으로 여성혐오를 잘 설명했다고 해도 나로선 납득하기 어렵다.

잡담

허리 근육통은 여전히 심한 편이라 별 차도가 없다. 뭔가 덜 아프다 싶어 움직이면 어김없이 아파온다. 하지만 이번은 좀 다른 경우인데 어제 새벽 비염이 터져 기침을 계속했더니 근육통이 거의 초기화되었다. … 나름 웃기다면 웃긴 상황. 재채기를 하면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가는데 비염으로 재채기를 연달아 수십번을 하니 그럴 수밖에. 그나저나 이제는 아무 것도 모르겠다. 종종 MRI라도 찍어봐야 할까란 고민을 한다. 하지만 그 비용이 무척 비싸서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그저 스트레칭을 조금씩 하면서 허리 근육통이 낫기를 바랄 뿐. 그나저나 어느 정도면 허리 근육통이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까?
새벽에 두 종류의 꿈을 꿨다. 깨고 나니 내용을 다 잊어버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쩐지 심란하다. 싱숭생숭하다. 이런 느낌만 남아 있다. 무슨 꿈이었을까? 그래도 납치 당하는 꿈은 아니었다. 한동안 꿈을 꾸면 납치당하는 꿈이었다. 어느 조직에 납치되어 인신매매되는 꿈이었고, 그곳에서 탈출하려하지만 동네 주민부터 택시기사까지 모두 한통속이라 탈출할 수 없는 그런 내용이었다. 지금도 한국 사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니까 꿈은 아니지만 꿈에서 내가 그 일을 겪곤 했다. 어제 꿈은 그런 꿈은 아니었다. 하지만 깨어나선 어쩐지 싱숭생숭 심란하다.
누웠다가 일어나면 머리가 멍해서 무얼 할 수가 없다. 날이 더우니 더욱더 멍하다. 그러다보니 부끄럽게도 마감 일정 하나를 완전 잊어버렸다. 지금부터 작업해서 넘기면 되지만 그래도 부끄러운 일이다.
어쩐지 기분이 많이 가라앉는 날이다. 여름이긴 여름이다.
블로그를 만들고 얼마 안 지난 시점부터 ‘블로그를 없애야겠어’, ‘블로그를 닫아야지’와 같은 욕망에 시달리곤 했다. 어느 시점엔 이 욕망이 무척 강하고 어느 시점엔 이 욕망이 덤덤해진다. 그러니까 블로그를 닫겠다는 말은 10년 전부터 해왔던 말이다. 그리고 지금 다시, 블로그를 닫고 싶다. 물론 한동안 블로그를 닫아버리겠어,라는 강박 같은 욕망에 시달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잘 유지하겠지만 아무려나 그렇다.
블로그를 닫고 싶은 욕망과 함께 플랫폼을 바꾸고 싶은 욕망도 있다. 워드프레스로 바꾸거나 아예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내가 무언가를 지껄이기 위해 이곳을 유지하고 있지만 때론 뭐가 뭔지 모르겠다 싶을 때가 많다. 뭔가 지껄이고 싶다면 굳이 공개 블로그일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냥 일기장에 폭풍 글쓰기를 하면 되지 않나 싶기도 하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
덕질도 맘 편히 못 하고 할 일도 못 하는 그런 나날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