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시사인을 읽다가, 김수영의 미발표 시 한 편을 접했다. 아니, 미발표란 말은 부적절하다. 시인은 지면에 발표하려고 했지만 어느 매체도 그 시를 싣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발표할 수 없었다. 그 뿐이다. 그러니 발표하고 싶어도 발표할 수 없었던 시였다. 그게 올 해 여름, 한 잡지에 실렸다고 한다. 시 내용은 별 거 아니다. 전문을 올리면 다음과 같다.
김수영
‘김일성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
시인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올 수밖에
‘김일성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치의 자유라고 장면이란
관리가 우겨대니
나는 잠이 깰 수밖에
이 시를 쓴 건 1960년 가을이라고 한다. 한창 반공이니 뭐니 하는 시기였다. 그랬다. 그 시절 한국엔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이라고 표현의 자유가, 언론의 자유가 있을까?
정선희씨가 결국 몇 개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로 결정했다는 뉴스를 접하며(여기), 씁쓸하고 입 안이 쓰다. 이쯤 되면 집단광기이다. 2002년 월드컵의 광기처럼. 그리고 지금 상황이 “민주주의”의 표현인지 “소비주의/자본주의”의 표현인지 더욱더 모호하다.
입맛이 고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