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11시가 너머 거리를 걷긴 참 오랜만이었다. 한적한 일요일, 차도 별로 없고 사람도 별로 없는 거리. 그 거리를 낯설게 걸었다. 햇살이 좋았다. 일부러 좀 늦게 일어났다.
어젠 아침부터 분주했다. 아침엔 퍼레이드에 사용할 피켓을 만들었다. 근데 그 과정에서 실수로 엄지손가락의 살점도 썰었다. 흐흐. 손가락의 위치를 잘못 잡아 살점을 꽤나 넓게 썰었는데, 그 과정에서 몇 가지 고민을 했다. ‘어, 지금 살점을 썰고 있구나. 이걸 계속 할까, 그냥 중단할까.’하는 고민을 하면서 계속 썰다가, 손에 너덜너덜 매달려 있는 살점을 만지는 걸 좋아해서 중간에 관뒀다. 큭큭큭. 난 호러나 고어 영화와 소설만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푸핫.
암튼 퍼레이드에 참여한 건 재미있었다. 지렁이 홍보용 배지도 꽤나 잘 팔렸고. 다만, 공연을 제대로 들을 수 없는 건 아쉬웠다. 부스에 앉아 공연하는 걸 들으면서도 자리를 오래 비울 수가 없어(어쩌다보니 돈 관리를 하고 있더라는-_-;;) 부스에서만 공연 소리를 들었다. 바람소리 공연을 꼭 보고 싶었는데…. 그래도 재밌는 시간이었다.
참. 개인 배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나눠줬는데, 다들 예쁘다고 해줘서 기뻤다는. 흐. 처음엔 판매용으로 생각했는데, 지렁이 배지보다 예쁘다는 평가 속에 같이 판매할 수는 없었다. 지렁이 수익을 위한 배지보다 개인 배지만 사가면 이것도 낭패니까. 하지만 무엇보다 글씨가 너무 작아서 정확하게 알아 볼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일단 이번엔 무료로 나눠주고 다음에 제대로 만들어서 판매도 해볼까 상상하고 있다. 흐흐. 배지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품은 게 2006년 가을이니 얼추 2년 만에 소망을 이룬 셈. 판매하지 않을 거라면, 두 번은 하기 힘든 일이기도 하다.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