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주저리

사실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잠들기 전엔 항상, 내일 아침엔 이런 글을 써야지 하고 글의 초안을 상상하다가 잠든다. 근데 아침에 일어나면, ‘그런 글은 써서 뭐하나’ 싶어 관둔다. 밤에 쓰는 글은, 밤에 구상하는 글은 역시 너무 감상적인 걸까? 그래서 공개하면 안 되는 걸까? 누군가는 그랬다, 밤에 쓰는 연애편지는 보내지 않는 거라고. 하긴. 밤에 쓴 글은 밤에 쓴 티가, 낮에 쓴 글은 낮에 쓴 티가 난다. 소설 중에도 밤에 쓴 것 같은 소설과 낮에 쓴 것 같은 소설은 확연히 다르다. 쓰는 시간은 문장에도 영향을 끼치는 걸까. 그리고 난, 밤엔 가급적 글을 쓰지 않으려 한다. 어디까지나 가급적일 뿐이지만.

사실, 원고 청탁을 받고 며칠 전부터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도 징징거리면서 미루고 있다. 다른 일을 하면서 회피하고 있다. 그래서 별의 별 글을 구상하고 있다. -_-;; 심지어 예전엔 “달팽이관을 관통”하지 않는 음악들도 달팽이관을 자극하는 중이다. ;; 흐.

일단 두 편의 글을 얼른 마무리해야 하는데. 발 동동. 괜히 징징.

아, 그러고 보니 계정을 연장해야 하는데, 귀찮다. 흐흐. -_-;;

시사인

월요일이면 시사인을 산다. 다른 잡지를 사면 편집장의 편지를 잘 안 읽는데, 이상하지. 시사인에 실린 ‘편집국장의 편지’는 시사인을 사서 가장 먼저 읽는 글이다. 그렇다고 이 글이 가장 빼어나단 의미도 아니고, 가장 매력적인 글이란 의미는 아니다. 잡지를 사서 전체적으로 어떤 기사들이 실렸는지를 파악하고 나면, 일단 편집국장의 편지를 읽는 버릇이 들었다. 이건 아마 길에서 읽기엔 짧은 글이 편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혹은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_-;; 흐.

아무려나, 이번 주 편집국장의 편지는 읽다가, 키득키득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유는

마감만 없으면 기자라는 직업은 환상이다. 회사 돈으로 여기저기 구경 다니며 참견하고, 전국의 맛집을 순례하기도 하고. 그런 얘기를 했더니 아는 교사 한 분은 학생만 없으면 교사야말로 할 만하단다. 마음 맞는 동료와 하루 종일 수다를 떨거나 도서관에서 조용히 책을 읽거나.

그래, 그래. 시험만 없으면 학생도 할 만하다. 출근만 안 하면 직장생활도 할 만 하고. -_-;; 크크.

문장

요즘, 오래 전에 나온 앨범들을 듣고 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앨범들. 그러며 ‘상식’이라서 잊고 지내는 명제를 떠올린다. 좋은 앨범은 히트 싱글 두어 곡이 있거나, 히트 싱글들을 모은 앨범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잘 짠 앨범이라고. 물론 좋은 앨범에 히트 싱글이 두어 곡 실려 있으면 좋겠지만 이런 싱글 하나 없어도 상관없다. 정말 좋은 앨범은 앞의 곡과 뒤의 곡이 잘 이어지고, 첫 번째 곡과 마지막 곡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도록 구성한 앨범이란 걸, 새삼스레 깨닫고 있다. 그래서 베스트 앨범, 히트 곡을 모은 앨범이 좋은 앨범이 되긴 어렵다. 베스트 앨범, 히트 곡을 모아서 좋은 앨범으로 만들기도 어렵고. 이런 이유로 베스트 앨범 혹은 히트 곡을 모은 앨범을 별로 안 좋아한다. 개개의 곡은 좋은데 전체적으로 듣기엔 좀 지겹기 때문이다. (이건 내가 음악을 듣는 습관 때문이기도 하다.)

글도 마찬가지다.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글은 아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이런 문장이 튀어서 글이 난잡할 수 있다.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 많은 글이라면, 차라리 잠언집이 나을 지도 모르고. -_-;; 개개의 문장도 빼어나면 좋겠지만 그 전에 전체적으로 잘 짠 글이 좋다. 그래서 나는 한참 멀었다. 난 전체적인 구성도 별로 안 좋고, 잠언집을 쓸 능력도 안 된다.

예전에 마루야마 겐지의 책, [소설가의 각오]를 읽었다. 꽤나 오래 전에 읽어서 이젠 읽었다는 사실도 가물가물하다. 그럼에도 몇 가지는 인상적이라 기억한다. 마루야마는 이 책을 통해 계속해서 주장하는 내용이 있는데, 그건 소설(문학작품)은 영화와도 다르고 연극과도 다르다는 것. 그리고 자기는 이게 뭔지 안다고 얘기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책이 끝날 때까지 어떤 점이 다른지는 밝히지 않는다. 짐작할 수는 있다. 그건 문장이다. 이야기나 소재는 어느 장르에서도 가능하다. 영화에도, 연극에도 없는 건 문장이다. 문학작품 혹은 활자로 이루어진 작품은 문장으로 진행하고 문장으로 소통한다는 점에서 문장의 묘미를 최대한 살리는 것이 중요했다.

요즘 나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문장을 보고 있노라면,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