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일”이라고 적으니, 참 경우 없는 것처럼 들린다. -_-;;

일 욕심은 없으면서도 하고 싶은 건 많아서 신나는 상상력이 떠오르거나, 뭔가 재밌겠다 싶은 건 일단 관심을 갖고 접근하는 편이다. 그래서 당장 감당도 못할 분량의 책을 사기도 하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흥미가 어느 정도 식을 일에 뛰어들기도 한다. 그래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아는 건 좀 있는 것 같은데 제대로 아는 건 거의 없다. 이건 나의 콤플렉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러니 근래에 들어 하고 싶은 일이 생긴 것 역시 이런 경향의 하나일 수도 있고, 지속적으로 하고 싶은 바람에 불이 붙기 시작한 걸 수도 있다. 어떤 욕망이 장기적이고 어떤 욕망이 단기적인 지는 일을 하기 전까진 알 수 없으니까.

만약 당분간 논문을 쓸 계획이 없거나 이미 쓴 상태라면 하고 싶은 일이 몇 가지 있다.

우선은 다른 단체의 활동가가 제안한 일인데, 이태원이란 공간을 통한 연대와 공동사업을 모색하기. 무엇보다 매력적인 부분은, 어떤 구체적인 안건이나 사건이 아니라 공간을 주제어로 연대를 모색한다는 점. 이태원엔 mtf/트랜스여성들이 주로 일하는 트랜스젠더 클럽이 많은 곳이면서, 트랜스여성들의 성판매/성노동이 적잖아 있는 곳이다. 동시에 비트랜스젠더 여성들의 성매매/성판매/성노동이 있는 공간이기도 하며, “게이힐”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을 정도로 게이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문화 역시 이슬람문화부터 시작해서 여러 지역과 국가, 민족의 문화가 섞여 있다. 이런 공간을 주제어로 무언가 공동의 사업을 꾸린다는 건 정말 매력적인 일이다. 사실 이태원 지역과 관련한 공동사업을 누군가 제안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고 있었기에, 연락을 받았을 때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하겠다고 했을 정도. 아직 구체적으로 시작한 건 없지만, 논문을 쓴다고 잠수 탈 때도 이 일만은 계속 할 예정. 물론 실제 어떻게 할지는 알 수 없지만. 흐흐 -_-;;

다른 하나는 장애단체와 함께, 트랜스젠더와 장애라는 이슈로 연대를 모색하는 거. 작년 초에 가능성을 발견했고, 작년 여름 즈음 좀 더 폭넓은 이슈들이 있음을 깨달았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사업에 들어간 건 없는 상황. 개인적으론 5개 정도의 직접적인 이슈를 뽑아둔 상태라, 여건만 되면 언제든 할 수는 있는데…. 이와 관련한 일이 논문 때문에 걸린다.

이태원을 주제어로 하는 사업은 지렁이 발족을 준비하던 시기부터 고민을 한 일이자,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었는데, 결코 단일 단체에서 감당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때마침 계기가 생겼고. 장애와 트랜스젠더란 이슈도, 제안을 하고 같이 하자고 하면 긍정적인 대답을 줄 법한 단체는 두엇 정도 있다. 그럼에도 선뜻 못 하는 건 일단 사업제안서부터 시작해서 뭔가 큰 일이 되는데, 이걸 당장 감당할 수 있을까에 자신이 없기 때문. 아울러 몇 년을 보고 시작해야 하는 장기적인 사업인데, 사업을 제안하곤 중간에 사라지면 곤란하지 않을까? ;;

그 외에, 에이즈 단체와도 좀 더 적극적으로 일하고 싶은 바람은 있다. 한국에선 관련 통계조사나 구체적인 어떤 조사가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태원-트랜스젠더란 주제어를 고민하면, HIV/AIDS를 빼고 고민하긴 힘들기도 할 테고. 꼭 이런 이유가 아니어도 교차점에서 뭔가 고민하고 싶은 지점들이 있는데.

물론 이 모두를 한 번에 제대로 하려면, 불가능하겠지만 그럼에도 하고는 싶다. 나는 이기적이라서 다른 누군가를 고민하는 건 잘 못하지만, 그저 나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이런 연결점들을 통해, 지금은 나도 잘 모를 무언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있어서. 다른 한 편, 이 모든 일을 지렁이와 연계하는 사업이 아니라 개인 활동으로 하고 싶다는 것. 지렁이와 사이가 안 좋다는 건 아니고, 그냥 이런 바람이 있다고. 흐.

근래에 듣고 있는 음악 관련 주절거림

얼추 두어 달 전부터 Vampire Weekend란 애들의 음악을 듣고 있는데, 의외로 괜찮다. 사전 정보 없이 그냥 별 생각 없이 들었는데, 감각이 꽤나 괜찮다. 다음 앨범이 기대되는 정도. (다방에 있음)

그런가 하면, Raconteurs의 2008년 앨범을 듣고 있다. 이들과 관련한 사정 정보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들었는데, 오오, 보컬이 White Stripes의 Jack White다!! 음악 자체도 꽤나 괜찮다. Raconteurs를 듣다보니 화이트 스트라입스 음악도 듣고 싶어 참 오랜만에 얘들 음악도 듣고 있다. 얼추 일 년은 더 된 거 같은데, 반갑고 새로운 느낌도 들고.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 들면서 새롭게 좋아지고 있다. (파일 크기로 인해 다방에 없음;;)

Stefanie Heinzmann란 애 음악도 듣고 있다. 역시나 관련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듣기 시작. 첨엔 소울 느낌이 나는 편곡 말고, 깔끔한 락으로 편곡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근데 며칠 안 듣고 다시 들으니 지금의 편곡도 꽤나 괜찮구나 싶었다. 목소리에서 살짝(!) Macy Gray 느낌도 나고. 물론 마시 그레이 팬이라면 이런 느낌에 광분하면서 “어디가!!”라고 말하겠지만-_-;; 흐흐. 암튼 마시 그레이 느낌이 살짝 나면서 호감도가 증가했다.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 들으면 좋을 듯. (다방에 있음)

그런가하면 최근에야 소규모아카시아밴드와 요조의 음악을 들었는데, 단박에 좋다는 느낌이었다. “고양이 소야곡”과 “슬픈 사랑 노래”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요조는 특유의 음색과 재치가 인상적이다.

그리고… 꿈의택배님 블로그에서 오지은을 듣고, 빠지고 있는 중이다. 아직 앨범은 안 샀지만, 가사에 콱, 박혔다. (일단 앨범을 사면 다방에;;) 특히 “華”란 노래의

널 보고 있으면
널 갈아 먹고 싶어
하지만 그럼 두 번 다시
볼 수 없어

나의 이성 나의 이론 나의 존엄 나의 권위 모두가
유치함과 조바심과 억지 부림 속 좁은 오해로
바뀌는 건 한 순간이니까
사랑이란 이름 아래 저주처럼

널 생각하면 독이 올라
내 마음 속 커져가는 네게
짓눌려

란 부분이.

아침의 행복

아침 식사로(반드시 빈속이어야 한다) 매운 즉석 떡볶이와 따끈따끈한 커피를 마시면, 정말 위가 행복해서 즐거운 노래를 부른다. 물론 처음엔 이런 느낌이 너무 벅차서 감당 못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몇 번 반복하며 익숙해지면, 너무 좋아서 매일 매운 떡볶이와 커피로 아침을 대신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오늘 아침도 매운 떡볶이와 커피 한 잔으로 여유를 누렸다. 이건 중독성이 무척 강해서, 한 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다. 익숙해지면 좀 더 강한 효과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너무 자주 하는 건 권하지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