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스테리한 일상]

일주일 전인가 열흘 전인가에 읽은 소설, [나의 미스테리한 일상]은 꽤나 흥미롭다. 일단 구성은, 1차 주인공이 회사 사보제작을 담당하게 되었다. 근데 윗선에서 소설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익명의 작가에게 소설을 청탁한다. 고로 [나의 미스테리한 일상]은 익명의 작가가 쓴 소설 12편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미스테리한”이라고 해서 무서운 내용은 아니다. 일상을 살아가며 경험하는 것들의 미스테리를 푸는 것이랄까. 일테면, 길을 걸어가던 사람이 갑자기 뒤돌아 뛰어 간다거나 하는 일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을 무시하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왜 그랬을까, 하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이 소설은 이런 의문에서 출발한다. 내가 읽은 많은 추리소설이 거창한 혹은 상당히 떠들썩한 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다면, 이 소설은 미스테리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을, 미스테리하게 풀어가고 있다.

물론 이런 정도의 내용이었다면(이 정도의 내용도 재밌긴 하지만) 그저 그런 소설로 평가했을 테다. 소설 연재가 끝나고 실린 편집자 후기는, 이 책의 구성 자체를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 그러며 “아, 정말 잘 썼구나.”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달까. 자세히 쓰면 스포일러라서, 이만 생략. -_-;;

그렇다고 이 정도의 감탄만으로 감상문을 쓰는 건 아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익명의 주인공은 대학 시절 습작을 했고, 지금은 회사에 다니다 몸이 안 좋아서 쉬고 있는 상태다. 딱 이 시기에 마침 청탁을 받았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물론 중간에 알바를 하지만. 아무려나 익명의 작가의 이런 상황이, 꼭 키드님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흐. 소설 속 익명의 작가는 몸이 안 좋아서 회사를 그만 두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키드님도 마침 회사에 안 나가고 있으니까, 그럼 이 기회에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혼자 했다. 흐흐. 어쩌면 지금 상황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

뭐, 어차피 이건 소설 속 주인공의 상황에 비춘 상상일 뿐이지만… ^^;;

그러나저러나 한 시간이 아까운 요즘, 펜타포트에 가겠다는 일념으로 녹취 알바를 획득! 후훗. The Music은 만나야죠! 근데 현장구매 가능한가요? -_-;;

소문, 논문

01
내가 지렁이를 탈퇴하고 새로운 단체를 만든다는 소문이 났다. 지렁이와 성격이 안 맞아서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지렁이를 탈퇴하고 좀 다른 성격의 단체를 만든다는 소문. 그 소문을 전해 듣고, “아, 그렇구나.”했다.

논문을 끝내야 하기에 상반기의 활동을 접고 하반기엔 논문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이 인간은 도대체 논문을 몇 년이나 쓰는 것이냐! 이젠 논문을 쓴다는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민망할 따름이다. -_-;) 그러며 지렁이를 비롯한 거의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있다. 그 와중에, 새로운 운동을 모색한다는 얘기도 했다. (그와 관련해선 여기로) 근데 이 얘기가, 지렁이를 탈퇴하고 새로운 단체를 만다는 것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꽤나 많이 퍼진 거 같다. 재밌다. 흐흐. 새로운 단체를 상상한 적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여러 가능성 중의 하나로 염두에 두고 있을 뿐인데 기정사실로 소문이 나다니. 왠지 이런 소문을 배신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다. 흐.

어쨌든, 그 형태가 무엇이건 간에, 홍보는 된 건가? -_-;; 크크크

02
쓰려는 주제도 그렇고 논문의 의도도 그렇고, 논문을 통해 어쩌면 내가 하고 싶은 운동의 이론적 토대를 만드는 걸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너무 이기적이거나 제멋대로인 걸까….

활동을 하며(오래 한 건 아니지만) 어떤 식으로든 한계를 느끼고, 어떤 답답함을 풀고 싶은 욕심이 들고, 좀 다른 방식의 운동을 하고 싶은 바람을 품는다. (이런 느낌은 비단 나만 느끼는 건 아닐 테다. 아마 거의 모든 활동가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겠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있긴 하지만 이런 거 말고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하며, 당장은 필요 없을 거 같지만 결국 필요한 일을 하는 건 어떨까 하는 욕심. 물론 이런 욕심이 때론 부담스럽다. 그건 현재의 여건 때문이기도 하다. 트랜스젠더 운동을 표방하는 단체가 지렁이 하나이지만 않아도, LGBTQ 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이 다른 인권운동을 하는 활동가들 정도의 인원만 되어도 내 욕심이 부담스럽지는 않을 테다. 밀려오는 무수한 안건들 속에서, 당장 이런 의제들과는 다소 무관한 것 같은, 궁극적으론 밀접하지만 당장은 안 해도 될 것 같은 운동을 하고 싶을 때, 나는 나의 이런 욕심이 솔직히 부담스럽다. 부담스럽다고 안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_-;;

지난 상반기 동안, “책상에 앉아서 하는 공부”보다는 활동에 좀 더 집중하겠다고 결정했을 때, 한 편으론 논문과 관련해서 좀 더 깊이 있는 고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이런 이기적인 욕심이 없을 수 없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나며 책상에 앉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활동과 논문의 거리가 너무 멀어진 것 같았다. 논문과는 전혀 무관한 일만 한 것 같았다. 활동과 “책상에서 하는 공부”의 조화를 모색했지만 결국 별개의 것이 되는 건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주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모색하면서, 목차를 대충이나마 그려가면서 그렇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완전 별개의 짓(딴 짓? -_-;; 흐흐)을 했던 게 아니었다. 활동을 하면서 꿈꿨던 내가 하고 싶은 운동의 방향과 논문의 주제가 서로 만난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논문에서 내가 사용할 방법은 인터뷰와 그 해석이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 질적 연구가 아니다. 그보다는 기존의 이론을 검토하고 좀 다른 이론을 모색하고자 한다. (내가 사회학보다는 인문학을 좀 더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건 아니다. 정말? -_-;;) 그리고 이왕 인문학적인 글쓰기를 한다면, 제도나 법에 제약을 받지 않는 상상력을 펼치고 싶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선 “비현실적”이란 지적을 받을 수도 있지만, 제도와 법이 포착할 수 없는 경험들을 통해 다른 상상력을 모색한다는 점에선 지극히 “현실적”이다.

이렇게 쓰고 나니 뭔가 엄청난 걸 하는 것 같은 착각을 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알고 있음”과 “구체적인 상황에서 그렇게 고민하지 않음”의 괴리가 상당해서, 그 간극을 메우려 할 뿐이다.

장점이라면 내가 하고 싶은 운동의 방향에 필요한 이론적인 토대를 내가 한다는 것. 즉, 다른 누군가가 나의 지적 욕심과 상상력을 충족시켜줄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은 확실히 장점이다. 하지만 한계는 너무 자명하다. 혼자서 “쑈”한다는 느낌이기도 하고. ㅡ_ㅡ;;

03
아무려나 욕심은 거창한데 어떻게 되려나. 용두사미가 될는지 화룡점정이 될는지. 심히 걱정이다.

2008년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여름강좌

올핸 유난히 재밌는 강좌들이 많아서 좋아요. 흐

2008년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여름강좌 -스물 다섯번째

[강좌 1] 주디스 버틀러와 젠더 읽기
버틀러 역자들과 함께 버틀러의 주요저작을 함께 공부하는 강좌.
1강. 섹스/젠더/섹슈얼리티: <젠더 트러블>
2강. 가장무도회와 젠더: [Bodies that matter]
3강. 모호한 욕망, 불순한 복종: <안티고네의 주장>
4강. 성적 자율의 경계에서: [Undoing Gender]
5강. 국가 없는 주체들: <누가 민족국가를 노래 하는가>
일시 : 7월 28일 – 8월 1일 오후 7시
강사 : 조현준(여성문화이론연구소), 주해연(위스컨신대)

[강좌 2] 페미니즘 이론 : 유물론적 페미니즘
반동의 시대, 새로운 반격을 준비하라!
신자유주의 세계시장의 무자비한 확장이라는 물적 토대를 여성의 입장에서 사유하면서 지난 세기에 발전되어온 여러 페미니스트들의 통찰을 재검토한다. 유물론적 페미니즘은 현재 우리의 집단적 개인적 역량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페미니즘 이론을 전유하고 우리 시대에 정합적일 이론들을 만들어 가는 첫 단계이고자 한다.
1강. 유물론적 페미니즘의 문제설정
2강. 가사노동 논쟁
3강. 여성의 임금노동
4강. 섹슈얼리티와 재생산
5강. 자본주의 발전 형태로서의 가족
일시 : 8월 4일 – 8월 8일 오후 7시
강사 : 문은미(여성문화이론연구소)

[강좌 3] 음모 가득한 캔버스, 페미니즘/레즈비언 미술
여성주의적 재현을 생산하고 경험하며 해석하기 위한 고민의 시작.
참고가 될 만한 서구 페미니즘/레즈비언 미술의 역사와 재현 기획들을 살펴보고, 한국의 재현 기획들을 함께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1강. 페미니즘/여성 + 퀴어/레즈비언 그리고 미술
2강. 레즈비언+페미니즘 미술의 역사 – 서구를 중심으로
3강. 페미니즘/레즈비언 미술가들
4강. 페미니즘/레즈비언의 재현을 기획하기
5강. 공동 기획 전시(액션) (5강 공동기획전시는 수강생과 날짜 조정 후 전시 예정)
일시 : 8월 11일 – 8월 14일 오후 3시
강사 : 수수 (<퀴어문화축제 전시>, <작전L>, <젠더스펙트럼> 전시 기획팀에서 활동했으며 마포FM <야성의 꽃다방>,에서 페미니즘/레즈비언, 퀴어 미술가 소개하는 코너 진행 중)

[강좌 4] 섹슈얼리티 2
1980년대 후반 이후 한국 사회에서 성은 정치적 사안으로 등장했다. 1990년대 초 성담론 비판도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성연구를 성별 권력작용에 둠으로써 이성애적 관계의 강제라는 틀 속에 가두어 두는 한편, ‘섹슈얼리티가 어떻게 성별과 성의 정치적 과정 속에서 구성되는가’ 라는 문제를 급진적으로 고찰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성 담론이 등장한지 20여년이 흐른 지금 성 담론과 성정치는 여전히 급진적인 발걸음을 떼어놓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섹슈얼리티 2에서는 그동안 섹슈얼리티 논의의 한 켠에서만 다뤄져 왔던 사안들을 나란히 다뤄봄으로써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의 섹슈얼리티 담론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1강. 욕망 그리고 정체성
2강. 레즈비언/게이 이론
3강. 트랜스젠더 이론
4강. 양성애 이론과 퀴어이론
일시 : 8월 11일 – 8월 14일 오후 7시
강사 : 한채윤(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나영정(순천향대), 루인(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 박이은실(여성문화이론연구소)

[강좌 5] 흑인페미니즘 사상
패트리샤 힐 콜린스의 <흑인 페미니즘 사상>의 역자들과 집중적으로 읽는 페미니즘 이론 강좌.
1강. 흑인 페미니즘의 지형도
2강. 노동, 가족, 모성, 지배적 이미지
3강. 자기정의의 힘과 흑인여성의 성정치
4강. 초국가적 틀에서 다시 본 흑인 페미니즘
5강. 흑인 페미니즘의 인식론과 역능강화
일시 : 8월 18일 – 8월 22일 오후 3시
강사 : 박미선(여성문화이론연구소), 주해연(위스컨신대)

[강좌 6] 사회주의 페미니즘: 이론가들
반동의 시대, 새로운 반격을 준비하라! 두 번째.
지금 세계시장은 모든 노동하는 이들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비정규직의 양산, 여성의 임금노동 및 부불노동 착취의 극대화로 드러나고 있으며 국가는 재분배와 복지기능을 최대한 축소시키면서 전지구적 자본의 지역적 조정기구로서 작동한다. 이러한 현재 상황은 한편으로 페미니즘 사상에 맑스주의적 유산과 통찰을 우리 시대 맥락에 맞추어 재사유할 것을 요구한다.
1강. 여성, 가장 긴 혁명 – 줄리엣 미첼
2강. 여성의 의식, 남성의 세계 – 쉴라 로우보텀
3강. 맑시즘과 페미니즘의 불행한 결혼 – 하이디 하트만
4강. 아버지 없는 삶 – 바바라 에렌라이히
5강. 성적 민주주의sexual democracy – 앤 퍼거슨
일시 : 8월 18일 – 8월 22일 오후 7시
강사 : 문은미(여성문화이론연구소)

!참고사항
수강을 원하시는 분은 아래 계좌로 입금 후 여이연으로 전화주시거나,
홈페이지 ‘강좌신청 게시판’을 통해 입금 여부를 알려주세요.
– 수강료 : 강좌당 6만원(섹슈얼리티 2 강좌는 5만원) * 카드결제 가능
– 입금계좌 : 국민은행 411401-01-184386 예금주 (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 강좌장소 : 여성문화이론연구소
– 강좌신청마감 : 각 강좌 전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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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www.gofeminist.org (강좌신청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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