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싶어

길을 걸으면서 잔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눈은 3분의 2 정도는 감겨있고, 이 정도도 간신히 뜨고 있을 때가 심심찮다. 근데 비타민 과다섭취인지 정신은 말짱할 때가 많고 밤엔 시간이 아까워 쉽게 잠들지도 못한다. 지금 잠들면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중얼거리며 눈을 부비며 억지로 깨어선 무언가를 읽고 있다. 그렇게 잠들기를 미루다보니, 아침마다 반복하는 ‘일찍 자야지’ 하는 다짐은 언제나 무산. 많이도 말고 하루 정도만 8시간을 잘 수 있으면 좋겠다.

6.10 무지개 촛불집회

원고를 쓸 일이 있어, 정신없는 와중에도 뉴스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_-;; 그런데 꽤나 재밌는 기사를 접하고, 뒤로 넘어갔다. 시사인 공식 블로그에 실린 기사인데 기자가 촛불 시위에 참여한 초등학생에게 질문하고 대답을 듣는 내용이었다. 그이가 말을 잘하자 기자가 질문했다.

-독재니, 재협상이니… 그런 걸 어떻게 알았니?
=살다 보면 알게 되요.
(전문은 여기로)

내가 초등학생에게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와 여전히 나이주의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깨닫는 찰나였다.

여하튼 6월 10일, 6.10항쟁에 맞추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에서 촛불번개를 합니다. 무엇에 대한 촛불인지는 각자 다르겠지요. 촛불시위 내에서 발생하는 차별에 시위하는 걸 수도 있고, 현 정국에의 시위일 수도 있고, 이런 저런 모든 것일 수도 있고. 혹시나 무지개깃발이 보이거든 함께해요. 🙂

참, 전 꽃을 들고 갈까 고민 중이에요. 흐.

표현의 자유가, 아니 표현이 가능한지 의심스러운 나라

지난 주 시사인을 읽다가, 김수영의 미발표 시 한 편을 접했다. 아니, 미발표란 말은 부적절하다. 시인은 지면에 발표하려고 했지만 어느 매체도 그 시를 싣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발표할 수 없었다. 그 뿐이다. 그러니 발표하고 싶어도 발표할 수 없었던 시였다. 그게 올 해 여름, 한 잡지에 실렸다고 한다. 시 내용은 별 거 아니다. 전문을 올리면 다음과 같다.

‘金日成萬歲’
김수영

‘김일성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
시인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올 수밖에

‘김일성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치의 자유라고 장면이란
관리가 우겨대니

나는 잠이 깰 수밖에

이 시를 쓴 건 1960년 가을이라고 한다. 한창 반공이니 뭐니 하는 시기였다. 그랬다. 그 시절 한국엔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이라고 표현의 자유가, 언론의 자유가 있을까?

정선희씨가 결국 몇 개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로 결정했다는 뉴스를 접하며(여기), 씁쓸하고 입 안이 쓰다. 이쯤 되면 집단광기이다. 2002년 월드컵의 광기처럼. 그리고 지금 상황이 “민주주의”의 표현인지 “소비주의/자본주의”의 표현인지 더욱더 모호하다.

입맛이 고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