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더

아미카와 나오토 [커피 한 잔 더] 오지은 옮김, 세미콜론 출판

위에 있는 문장에서 주목할 부분은 “커피”가 아니라 옮긴이가 “오지은”이란 것.(여기를 참고) 흐흐. 정말이다. 오지은이 번역했다고 해서 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정말 오타쿠 기질이 있는 거 같아… -_-;; 흐흐.

하지만 만화 자체가 꽤나 괜찮다. 다 읽고 나면 커피가 한 잔 마시고 싶고, 만화를 읽고 있는 동안 커피를 마시고 있다면 더 좋고.

총 12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는, 각 에피소드가 커피와 직접 관련이 있기도 하고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기도 하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혼자 살게 되어 커피 내리는 법을 배우는 내용인데, 이 과정에서 커피를 내리는 법을 알려 주는 동시에 좋아했던 사람을 그리워하는 감정을 동시에 그리고 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커피의 달콤 쌉쌀한 맛이 혀가 아니라 감정으로 느껴진다. 비단 첫 번째 에피소드만 그러한 게 아니라 거의 모든 이야기들이, 커피의 맛을 떠올릴 수 있는 내용이지, 커피와 관련 있는 지식을 알려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좋다. (다만, 한 에피소드는 별로.)

요즘 마시고 있는 커피는 아라비카 블랙, 슈프리모 블랙이랑 우에우에테낭고. 아라비카와 슈프리모는 인스턴트커피인데 꽤나 괜찮다. 물론 카페인을 보급하기 위해 마시는 거. 흐. 우에우에테낭고는 원두. 원두커피를 산 가게의 홈페이지에서 내용을 확인한 후에 가게에 가서 샀다. 내용 설명은 초콜렛의 쌉쌀한 신맛과 오렌지의 부드러운 신맛이 느껴진다는 데, 절대 미각이 아니라 이런 건 잘 모르겠고. -_-;; 마시면 부드러우면서도 진하고 무거우며 쌉쌀한 느낌이 좋다. 가끔씩 드물게 커피체인점에서 커피를 사 마시면 까끌까끌한 느낌이랄까, 그냥 쓰고 텁텁하지 맛있는 느낌은 없어서 별로였는데, 일단 마실 때 부드러우면서도 진하고 무거워서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드립을 하는 과정이 좋다. 아옹님 설명처럼, 천천히 기다리는 과정이랑 향이 번지는 과정이 좋다.

집회

촛불집회와 가두시위를 두고, “배후가 있다”, “운동권이 추동해서 무고한 시민들이 놀아나고 있다”는 식으로, 정부와 몇몇 언론이 얘기하고 있다. 재밌는 말이다. 운동권, 인권활동가들이 뒤에서 부추겨서 무고한 시민들이 집회에 나오고 가두시위도 한다는 말. 이 말이야 말로 시민을 “바보”로 여기고 있다는 말의 반증이다. 이 정도의 추동에 시민들은 아무런 판단도 없이 움직일 수 있다고 보는 것, 그것이 현 정부의 수준인 듯하다.

아울러 운동권이나 인권활동가는 시민 아냐? 운동권이나 활동가들은 이제 시민이 아니니, 시민으로 인정해달라는, “인정투쟁”이라도 해야 할 상황이다. 푸훗.

아는 활동가 한 명은 집회와 시위에 참가했다가 다리가 부러져 깁스를 하고 있었다. 또 다른 활동가 한 명은, 연행되었다고 한다. 연행된 100여 명 중에 한 명. 재밌는 건, “무고한 시민” 행세를 하기엔 이미 집시법 위반 전력이 있어 그러지도 못 한다는 거. 정말, 시절이 하 수상하다.

31일 퍼레이드가 끝나면, 축제에 참가하지 않고 청계천에서 진행하는 촛불집회에 합류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다. 퍼레이드 복장과 각 단체 깃발을 그대로 들고 집회에 참가하자는 것. 촛불집회에 힘을 보태자는 의미도 있지만, 현재 촛불집회가 가진 문제점을 환기하자는 의미도 있으니까. CJD를 에이즈와 연결해서 설명하는 방식, 대한민국을 외치고 애국가를 부름으로써 이주노동자들을 배제하는 방식, 장애인, “여성”, “비성인”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는 발언 등에 문제제기하고 이런 방식이 차별과 폭력을 재생산하고 있음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 동시에 이렇게 배제하는 이들 역시 살아가고 있는 시민임을 알릴 필요도 있으니까(“건전한 시민”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 안에서의 운동이고, 집회 안에서의 집회인 셈.

이러나저러나, 아침마다 라디오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나는데, 관련 소식이 나올 때마다 잠에서 확 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