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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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대세가 대세이다 보니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건, 광우병이다. 관련기사들을 읽기도 하고 리플들을 읽기도 하고 동영상을 보기도 하고. 이런 기사들, 글들, 영상들을 접할 때마다 광우병의 위협을 느끼기 보다는 불편함을 느낀다. 광우병이 위험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마치 사람만이 유일한 피해자라고 은연중에 말하는 태도들. 나의 삶이 위험하다는 반응들. 물론 이런 반응 자체가 문제란 건 아니다. 너무도 당연한 반응이니까. 다만 광우병의 최대 피해자는 광우병으로 죽어간 소들이라는 걸, 육식사료를 먹어야만 했던 가축들(소, 돼지, 닭 등등)이란 걸, 너무도 쉽게 잊어버리는 것 같다. 그리하여 광우병으로 힘들어하는 소들을 광우병 전염인자로만 대하는 것 같아, 방송 동영상을 접할 때마다, 관련 글을 접할 때마다 불편하다.

이번 일이 도살, 목축산업, 무분별한 자연개발을 비판하는 계기가 되면 좋을 텐데,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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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유사한 말을 해서 조금 난감하긴 하지만. 며칠 전 한 방송에서 광우병을 에이즈와 비교하는 내용이 있었다. 과거의 그리고 현재의 페스트, 결핵, 천연두, 에볼라바이러스 등등 한 시대를 관통하는 유행병 혹은 질병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질병을 통해 개인의 사생활을 통제하고 감시하는데, 지금 시대엔 에이즈가 대표적이리라. 에이즈 감염인(커뮤니티에선 PL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people living with HIV/AIDS의 약자)을 향한 공포는 이미 잘 알고 있을 테고, 국가에서 사생활까지 관리 통제하고 있다.

이처럼 질병과 관련한 공포와 감염인을 향한 공포, 질병을 관리 통제하는 시대에, 광우병 역시 혐오와 공포의 통치수단으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광우병의 위험을 알리는 것과, 이를 공포와 혐오의 통치수단으로 정당지지율 획득의 계기로 활용하는 건 다른 문제인데, 지금은 왠지 통치수단이자 정당정치의 목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만 같아 불편하다.

아울러 이런 상황을 틈타, 대운하를 시작할 기세다. 의료보험도 민영업체에 상당부분 개방할 추세고, 수돗물 민영화 계획에…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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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고라 탄핵 청원

한미FTA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광우병 여파가 확실히 크긴 크다. 다음 아고라에선 탄핵하자는 서명에 이미 50만 명을 넘어선 상황이고. 이런 기사들을 보면서, 포털마다 기사를 배치하고 선정하는 입장 차이를 보는 것도 재밌다. 일테면 네이버에선 정말 탄핵이나 광우병 관련 기사가 메인에 거의 안 뜨는가 하면, 파란 같은 곳에선 수시로 메인을 장식하고 있다. 물론 이런 기사선정이 담당자 혹은 회사의 정치적 입장과 관련 있는 것인지, 이 기회에 네이버 사용자들을 자신들의 포털로 끌어들이겠다는 건지는 애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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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광우병과 탄핵 관련 기사가 메인에 거의 안 올라오자, 네이버를 떠나자는 운동과 함께(근데 이런 운동이 네이버 안에서 일어난다는 아이러니) 광고를 차단하자는 운동이 같이 일어나고 있다. 포털회사의 경우 배너광고가 주요 수입원이기에 배너광고를 차단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며 배너광고를 차단하는 방법을 적은 리플을 봤는데, 이 글이 반가운 건 단지 네이버만이 아니라 모든 포털의 배너광고가 싫었기 때문. 창을 여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불필요한 내용을 보기도 싫고 해서 당장 실천했다.

그 방법은 익스플로러의 도구 > 인터넷 옵션 > 보안 > 제한된 사이트 선택하신 후 제한된 사이트 에서 ‘사이트’ 버튼 누르신 다음, 아래의 주소를 첨가하면 되요.

네이버
http://nv3.ad.naver.com
http://nv4.ad.naver.com
http://adcr.naver.com
http://nv.ad.naver.com
http://wrd.naver.com
http://ad.naver.com
http://adc.naver.com
http://adcreative.naver.com
http://ia.www.naver.com
http://nv1.ad.naver.com
http://nv2.ad.naver.com
http://ad.news.naver.com

다음
http://amsv2.daum.net
http://ams.daum.net

파란
http://adver.paran.com

엠파스
http://cyad.nate.com
http://ad.empas.com

이렇게 하고 나니, 보기 싫은 배너를 안 봐도 되어서 속이 후련하다는. 훗. 다만 네이버는 확실하게 차단이 되는데 다른 사이트는 종종 차단이 안 되기도 한다는 안타까움이.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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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오지은 앨범을 샀다. 초판과 두 번째 에디션까지 모두 매진되어 현재 시중엔 세 번째 에디션이 팔고 있다. 표지 디자인도 이전과는 좀 다르고. 하지만 두 번째 에디션을 샀다. 우헤헤. 다 그런 거지, 뭐. 흐흐.

02
실질적인 마감은 없지만 심정적인 마감은 있는 일이, 일주일가량 늦춰지고 있어서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요즘이다. 어제도 비슷해서 어느 한 부분에서 일이 막혀 진전이 없자, 드디어 스트레스 폭발. 푸훗. 그래서 뭘 했냐면, 각설탕을 26개 와그작와그작 씹어 먹었다. 맛있다. ♡ 예전에 한 자리에서 50개를 먹을 때에 비하면 별로 많이 먹은 것도 아니고.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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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밤에 듀나의 소설을 한 편 읽었다. 정기구독하고 있는 잡지의 과월호에 실린 단편. 읽을까 말까 좀 망설였는데 이제까지 듀나의 글을 부정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전에 영화평론을 몇 번 읽은 적이 있는데 그때 느낌은 불필요하게 현학적으로 쓴다, 였다. 학술논문에서나 등장할 법한 어려운 용어들, 개념들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굳이 그런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할 텐데 불필요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내가 이 사람의 글에 관심을 가질 일은 없겠다 싶었다.

그런데도 며칠 전 늦은 밤에 듀나의 소설을 읽은 건, 그 잡지에 실린 소설은 다 읽겠다는 개인적인 다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소설을 읽기 시작했는데, 꽤나 많은 분량이었음에도 졸린 눈을 비비며 다 읽고 말았다. 아, 이 작가 소설만은 정말 재밌고도 매력적으로 잘 쓰는구나, 싶었다. 그 동안 너무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거 같다. 이 정도의 필력과 상상력이면 단편집을 사서 읽어도 괜찮겠다. 하지만 여전히 영화와 관련한 글은 읽고 싶지 않다. 처음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 -_-;; 흐흐.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일”이라고 적으니, 참 경우 없는 것처럼 들린다. -_-;;

일 욕심은 없으면서도 하고 싶은 건 많아서 신나는 상상력이 떠오르거나, 뭔가 재밌겠다 싶은 건 일단 관심을 갖고 접근하는 편이다. 그래서 당장 감당도 못할 분량의 책을 사기도 하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흥미가 어느 정도 식을 일에 뛰어들기도 한다. 그래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아는 건 좀 있는 것 같은데 제대로 아는 건 거의 없다. 이건 나의 콤플렉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러니 근래에 들어 하고 싶은 일이 생긴 것 역시 이런 경향의 하나일 수도 있고, 지속적으로 하고 싶은 바람에 불이 붙기 시작한 걸 수도 있다. 어떤 욕망이 장기적이고 어떤 욕망이 단기적인 지는 일을 하기 전까진 알 수 없으니까.

만약 당분간 논문을 쓸 계획이 없거나 이미 쓴 상태라면 하고 싶은 일이 몇 가지 있다.

우선은 다른 단체의 활동가가 제안한 일인데, 이태원이란 공간을 통한 연대와 공동사업을 모색하기. 무엇보다 매력적인 부분은, 어떤 구체적인 안건이나 사건이 아니라 공간을 주제어로 연대를 모색한다는 점. 이태원엔 mtf/트랜스여성들이 주로 일하는 트랜스젠더 클럽이 많은 곳이면서, 트랜스여성들의 성판매/성노동이 적잖아 있는 곳이다. 동시에 비트랜스젠더 여성들의 성매매/성판매/성노동이 있는 공간이기도 하며, “게이힐”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을 정도로 게이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문화 역시 이슬람문화부터 시작해서 여러 지역과 국가, 민족의 문화가 섞여 있다. 이런 공간을 주제어로 무언가 공동의 사업을 꾸린다는 건 정말 매력적인 일이다. 사실 이태원 지역과 관련한 공동사업을 누군가 제안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고 있었기에, 연락을 받았을 때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하겠다고 했을 정도. 아직 구체적으로 시작한 건 없지만, 논문을 쓴다고 잠수 탈 때도 이 일만은 계속 할 예정. 물론 실제 어떻게 할지는 알 수 없지만. 흐흐 -_-;;

다른 하나는 장애단체와 함께, 트랜스젠더와 장애라는 이슈로 연대를 모색하는 거. 작년 초에 가능성을 발견했고, 작년 여름 즈음 좀 더 폭넓은 이슈들이 있음을 깨달았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사업에 들어간 건 없는 상황. 개인적으론 5개 정도의 직접적인 이슈를 뽑아둔 상태라, 여건만 되면 언제든 할 수는 있는데…. 이와 관련한 일이 논문 때문에 걸린다.

이태원을 주제어로 하는 사업은 지렁이 발족을 준비하던 시기부터 고민을 한 일이자,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었는데, 결코 단일 단체에서 감당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때마침 계기가 생겼고. 장애와 트랜스젠더란 이슈도, 제안을 하고 같이 하자고 하면 긍정적인 대답을 줄 법한 단체는 두엇 정도 있다. 그럼에도 선뜻 못 하는 건 일단 사업제안서부터 시작해서 뭔가 큰 일이 되는데, 이걸 당장 감당할 수 있을까에 자신이 없기 때문. 아울러 몇 년을 보고 시작해야 하는 장기적인 사업인데, 사업을 제안하곤 중간에 사라지면 곤란하지 않을까? ;;

그 외에, 에이즈 단체와도 좀 더 적극적으로 일하고 싶은 바람은 있다. 한국에선 관련 통계조사나 구체적인 어떤 조사가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태원-트랜스젠더란 주제어를 고민하면, HIV/AIDS를 빼고 고민하긴 힘들기도 할 테고. 꼭 이런 이유가 아니어도 교차점에서 뭔가 고민하고 싶은 지점들이 있는데.

물론 이 모두를 한 번에 제대로 하려면, 불가능하겠지만 그럼에도 하고는 싶다. 나는 이기적이라서 다른 누군가를 고민하는 건 잘 못하지만, 그저 나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이런 연결점들을 통해, 지금은 나도 잘 모를 무언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있어서. 다른 한 편, 이 모든 일을 지렁이와 연계하는 사업이 아니라 개인 활동으로 하고 싶다는 것. 지렁이와 사이가 안 좋다는 건 아니고, 그냥 이런 바람이 있다고. 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