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IWFFIS] 서울여성영화제 정리

서울국제여성영화제 2차 정리

2008.04.15.화 17:00 아트레온 6관 H-5
[에이미 스토리] : 10분 정도의 짧은 단편이지만 감독의 의도와 메시지가 분명한 수작. 다큐 같으면서도 애니메이션 같기도 한 장르도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마지막 장면. 주인공이 아이의 이름을 “남자”이름, “여자”이름, 중성적인 느낌의 이름 세 가지 모두로 하고선 아이가 나이가 들면 스스로 자신의 성별을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는 말이 나온다. 이 장면이 무척이나 좋았다.
[퀴어스폰: 퀴어의 아이들] : 제목처럼 퀴어 파트너의 아이들 이야기. 자신의 부모가 퀴어일 때 어떤 고민과 경험을 하는지를 들려주는데, 꽤나 잘 만들었다.
[우린 레즈비언이잖아] : 상당히 당혹스러운 작품. 제목을 달리했다면(“우린 부치잖아” 혹은 “부치의 뒷담화” 뭐 이런 식으로?) 평가가 달랐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린 레즈비언이잖아”라고 말함으로서 레즈비언=부치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동시에 펨과 바이를 향한 상당한 혐오를 드러내는 뉘앙스를 풍긴다. 제작 의도는 그렇지 않을 지라도, 이런 식의 혐오로 읽힐 수 있는 맥락이 너무도 많아서 보는 내내 불편했다.

2008.04.16.수 13:00 아트레온 1관 1층-H-7
[웬 멋진 남자?] : 은근한 반전이 있는 단편. 재밌다. 특히 주인공(?)의 반응이. 흐흐
[공원, 꽃 그리고 첫키스] : 프랑스 단편인데, 이거 정말 재밌다. 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재치 만점. 흐흐흐
[서큐버스] : 할 말이 없음. 정말 별로.
[브루클린과 조르단] : 현행 제도에선 비이성애 관계를 배제하는데, 이 영화도 이런 상황에서 출발한다. 파트너가 사고로 죽어 가지만 제도적인 관계가 아니어서 아무것도 못할 뿐 아니라 최소한의 행동도 제재된다. 조르단은 아이, 브루클린은 조르단의 친모의 파트너. 브루클린의 파트너가 죽자 친척이 조르단을 데려가지만 결국 조르단은 브루클린과 살기를 선택한다는 내용. 하지만 뜬금없는 해피엔딩이 아니라 꽤나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지붕 위의 세상] : 그럭저럭 괜찮은.
[가족에게 커밍아웃하는 다양한 방법] : 결말이 정말 재밌다. 동성파트너와 사는 주인공은 할아버지 생일이라 마지못해 가족 모임에 간다. 그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을 알까봐 전전긍긍하는데. 근데 할아버지가 발표한다. 자신이 게이라고. 자기 파트너를 소개하며 같이 살 거라고. 흐흐.
[Keep Walking] : 이걸 본 저녁에 제작자와 같이 저녁을 먹었다. 토룡마을 주민들을 만난 그 식당에서. 어떻게 봤는지 솔직하게 말해달라는 말에 이런 저런 얘기를 했는데, 맞은편에 앉아있던 사람이 이럴 땐 이렇게 말하면 된다며 해준 말, “정말 애쓰셨어요.” 어색한 다큐 혹은 인터뷰 모음인 줄 알았는데 극영화라고 해서 한 번 더 놀람. ;;

2008.04.16.수 20:00 아트레온 3관 H-7
[하운디드] : 같은 감독의 다른 작품인 [결혼대소동]과 갈등하다 이 작품을 선택했다. 16살 “소년”과 50살 “여성”의 S/M 사랑을 그린 영화. 흑백필름인데 여러 가지로 매력적이다.

2008.04.17.목 11:00 아트레온 4관 I-5
[날아간 뻥튀기] : 방은진 감독의 단편. 짧은 시간 동안 정말 인상적이었음.
[주디스 버틀러: 제 삼의 철학] : 버틀러를 커다란 화면으로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좋았음. 내용은 좀 산만하단 느낌이 들었다. 신디 셔먼의 사진을 젠더 수행과 애도를 연결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고리가 될 수 있었는데 이런 연결 고리를 많이 놓치고 있단 느낌이었다. 기대가 너무 크기도 했고.

2008.04.17.목 17:00 아트레온 6관 H-9
[3×FTM] : 지난번에 이어 또 본 건, 이 영화와 관련한 공동상영작업 담당이기 때문. 아울러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기도 했다. 첫 상영과 이번 상영에서 관객들이 반응하는 장면들이 달라서 재밌었다. 감독과의 대화 시간엔 한 명이 문제가 많은 발화를 했는데, 이와 관련해선 나중에 따로.

+
이렇게 해서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도 끝났다. 힛.

주저리

01
분주하고 바쁘게 지내던 일주일이 끝나가고 있다. 오늘 저녁시간에 예매한 영화면 이제 끝. 다시 일 년을 기다리려나. 부스를 마련해서 팔았던 책은, 그럭저럭 나갔다. 신문사에서 서평도 나오고 있고. 흐흐

02
놀랍게도 상품권이 생겼다. 몇 주 전에. 근데 그 당시에도 내게 필요했던 건 상품권이 아니라 현금ㅡ_ㅡ;; 흐흐. 그래도 상품권이 생겼으니 백화점에 가서 옷이라도 살까 했는데 결국 못 샀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옷이 필요 이상으로 비싸다는 것. 더 큰 문제는 딱히 예쁜 옷이 없다는 것. 비싸도 옷이 예쁘면 사겠는데, 비싸면서 옷이 안 예뻤다. 디자인이 다 비슷비슷한 느낌이었다. 무엇보다도, 온라인으로 옷을 사는데 너무 익숙하다보니 오프라인으론 옷을 고를 수가 없었다. 여유 있게 옷을 보고 해야 하는데, 매장에 발만 들이면 점원이 옆으로 다가오니 냅다 도망갈 수밖에. “남성 옷”, “여성 옷”으로 분명하게 구분하고 있는 팻말도 싫었고.

그래서 생활용품을 샀다. 샴푸나 트리트먼트 같은 건 가격이 비싸니까, 이 기회에 여럿 샀다. 아울러 대추토마토를 샀는데, 맛있다. 힛 🙂

03
일전에 커피를 끊겠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물론 아주 끊지는 않고 그 날을 계기로 양을 많이 줄였다. 하루 정도 커피를 안 마셔도 두통이 생기지 않을 정도가 되었고.

근데 요 몇 주간을 보내면서 커피를 입에 달고 산다. 아무리 커피를 많이 마셔도 저녁엔 커피를 안 마시는데 요즘은 저녁에도 커피를 곧잘 마시고 있다. ;;; 어젠 간만에 늦은 오후부터 커피를 안 마셨는데, 밤이 되니 머리가 심히 아프더라는. ;;;;;;; 별수 있나. 그냥 이렇게 사는 거지, 뭐. 흐흐흐.

알현

“토룡마을 주민이에요.”
‘토룡마을?’ 순간적으로 지렁이의 애칭인가 했다. -_-;; 이제는 활동단체로 바뀌었는데, 지렁이 회원들끼리 토룡마을이란 모임을 만들었나 했다. 아 부끄러워.

대충 기억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예상하지 않은 곳에선 아무리 익숙하고 친한 사람을 만나도 얼굴이 긴가 민가 하는 경향이 있다. 일 년을 더 만난 활동가라도 회의도 아니고 집회나 행사도 아닌 자리에서 만나면 ‘내가 아는 사람과 닮은 거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느끼거나 모르는 사람으로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사실 좀 심하다). 상대방이 먼저 말을 걸어와도 잠시 잠깐 고민하고.

아무려나 여성영화제 기간이니, 영화제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상당히 제한적이겠거니 했다. 예전에 같이 페미니즘 공부를 했거나 활동을 했던 사람, 요즘 활동을 통해 만나고 있는 사람. 뭐 이 정도? 활동을 한지 오래되지 않았으니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딱히 누군가를 더 만날 거란 기대도 하지 않았다. 이런 기대가 없었지만 지난 토요일엔 반가운 만남이 있기도 했다. 🙂

온라인으로 아는 사람을 온라인으로 만나는 걸 조금은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냥 마구마구 어색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흐흐. 그냥 혼자 하는 상상 중에, 토룡마을 주민들이 모두 만나는 어떤 자리가 생긴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상상 속에서, 과연 나는 참가할까, 하는 질문엔 선뜻 고개를 주억거리기가 힘들다. 온라인의 만남이 너무 좋아서, 선뜻 오프라인으로의 만남을 망설인다고 하면 설명이 되려나? 이런 저런 이유로, 자전거모임을 하는 토룡마을 주민들이 부러우면서도 항상 온라인으로만 만나겠구나, 했다. 그런데… 어제 알현의 기회가!!!

만날 인연은 어떻게 해서든 만나게 되어 있고 만나지 않을 인연은 아무리 노력해도 못 만난다고 믿는 편이다. 물론 만남의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지만. (운명론을 말하려는 건 아니고-_-;; 흐흐) 아무튼 어제도 부스를 설치하고 책을 팔다가 저녁 즈음 아는 사람이 밥을 사준다고 하여 일찍 부스를 접었다. 그리고 어디에서 밥을 먹을까 하며, 비빔밥 파는 곳을 찾다가 가장 먼저 보인 가게로 갔다. 밥을 먹으며 영화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오는 길에, 한 일행이 말을 걸어왔다.

처음엔 당연히 다른 단체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인 줄 알았다. ;;; 행사나 집회 같은 일이 있으면 앞에 나가서 트랜스젠더와 관련한 발언을 한 적이 몇 번 있어서, 나는 모르지만 상대방은 나를 아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먼저 인사를 해주는 분들이 가끔 있어서 그런 경우려니 했다. 그래서 “루인님 맞으시죠?”란 말에, 어느 단체에서 혹은 어떤 활동에서 만난 분일까 하는 고민을 하며,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러니 토룡마을이라는 말에 지렁이가 먼저 떠오를 수밖에. -_-;;;;;;;;;;;;;;;

근데!! 키드님과 벨로님과 지다님이었다!!! 이때부터 너무 반가워서 정신을 놓는 상황이. 흐흐. 정말 반가웠어요. 제대로 인사도 못 나눈 것 같아 많이 아쉽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죠. 지난번의 우연과는 거의 일 년만인 거 같네요. 🙂

키드님을 보며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차마 그땐 못 한 말이 있었는데, 이 캐릭터들과 정말 닮았어요.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