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자르기

어디선가, 다른 건 바꿔도 미용사를 바꾸는 건 쉽지가 않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말에 주억거렸다. 서울에 왔을 때 가장 곤란했던 일 중 하나는, 새로운 미용실을 찾는 거였다. 어느 미용실이 괜찮은지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아무 곳엘 갈 순 없으니까. 요구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식으로 머리를 자르는 곳에 갈 수는 없으니까.

지금 가는 곳은 5년 넘게 다닌 것 같다. 처음 갔을 때부터 머리를 자른 사람이 있었고, 작년 여름까지 그 사람에게서 잘랐다. 그 사람이 딱히 잘 자르냐면, 그렇진 않았다. 그곳에서 일하는 다른 사람이 더 잘 자르는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하지만 미용실을 바꿔야 할 정도는 아니었고, 요구하는 수준에 맞춰서 괜찮게 잘랐기에 계속 가고 있다.

근데 왜 작년 여름까지냐면, 작년 여름 어느날, 그 사람이 안 나오기 시작했으니까. 미용실 직원은 그 사람이 기한없는 휴가를 갔다고, 언제올지 모르지만 나중에 올 거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새로운 미용실을 개업한 건 아닐까 하는 느낌이 강했다. 아무려나 작년 여름부터 새로운 사람에게서 머리를 자르고 있는데, 이게 또 재밌다.

우선 내가 어떻게 잘라 달라고 요구하면, 항상 그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머리를 자른다. -_-;; 머리를 자르고 나와서 거울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바라는 머리 모양이 아니라, 자기가 자르고 싶은 대로 자른다는 느낌이 든달까. 흐흐. 다른 덴 둔해도 이런 덴 민감하니, 미용실을 바꿀 만도 한데 그러지 않고 있다. 딱히 귀찮아서가 아니라, 자기가 자르고 싶은 대로 자른 머리가, 꽤나 괜찮기 때문이다. -_-;; 크크 확실히 지난 번의 사람보단 잘 하는 거 같은 느낌도 있고. 그래서 머리를 자르고 나올 때마다, ‘항상 자기가 자르고 싶은 대로 자른다니까.’라고 궁시렁 거리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 기분은 더 좋아진달까.

아무튼, 귀차니즘과 지저분함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지저분함이 이겼달까. -_-;; 오후에 머리를 잘랐다.

고마움

01
확실히 지도교수를 잘 만났다. 자랑을 하려면 포스팅을 몇 개라도 잇달아서 할 수 있을 만큼. 누구에게 말해도 부러워하는 반응을 할 정도의 좋은 지도교수를 만나는 건, 확실히 기쁜 일이다.

02
좋은 편집장을 만나서, 역시 많이 배우고 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내가 처음 만난 편집장(?) 혹은 교정 보고, 내용을 검토하는 사람의 이미지는 정말 안 좋았다. 그 사람은 내게 한 마디의 말도 없이 일방적으로 내가 주장하는 것과는 정반대되는 내용으로 글을 바꿔서 출판했었다. 아마, 그 이후로 누군가 나의 글을 수정하는 데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던 거 같다.

하지만, 작은 수정 하나에도 까칠하게 반응하는 과정에서, 편집장에겐 정말 미안하지만, 많은 걸 배운다. 오늘도 그렇고. 많이 피곤할 텐데, 정말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