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어제는 하루 종일, 내가 못생겼다고, 더럽고 불결하다는 강박의 무게에 눌려 있다는 걸, 깨달았다.
회의도 끝나고 저녁도 먹고, 사람들과 헤어져 玄牝으로 돌아가는 밤길에.
종일 내가 너무 불결하고 더러워서 안절부절 못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학교 연구실에 있을 때에도 회의를 하는 와중에도 밥을 먹는 와중에도, 단 한 순간도 빠짐없이 내가 더럽고 불결하다는 느낌에 빠져 있다는 걸….

그런데 이 느낌은 지난 과거의 어느 시절 이후 단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는 느낌이란 걸 알고 있다.
알고 있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조금 끔찍했다.
나 자신이 지금 어떤 모습일지를 떠올리는 것 자체가 무서운 일이라고 믿고, 사람들은 나를 무척이나 불결하게 여길 거라고 믿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너무도 잘 알고 있다고 믿었는데, 너무 낯선 깨달음 같아 조금 당황했다.

두려운

무슨 책을 읽다가 주인공이 주변의 격려와 위로에 힘을 받고 있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두렵다고 말하는 구절을 읽고, 왈칵 눈물이 났다.

그래, 맞아. 책을 읽고, 활동을 하고 이런 거 전부 두렵고 불안해서야. 견고한 방어막을 만들고 있는 건지도 몰라. 이 방어막이 달팽이의 집처럼 조금만 힘을 줘도 부서지는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아니, 언제나 취약하게 부서지지만. 그래서 뭔가를 악착같이 읽고 활동을 하려고 애쓰는 건지도 모르겠어.

+
하긴, 불안함과 두려움을 담보하지 않고 무얼 할 수 있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