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히데오, [남쪽으로 튀어!]

오쿠다 히데오, [남쪽으로 튀어!] 총 2권, 양윤옥 옮김, 은행나무

이 세상에는 끝까지 저항해야 비로소 서서히 변화하는 것들이 있다. 노예제도나 공민권운동 같은 게 그렇지. 평등은 어느 선량한 권력자가 어느 날 아침에 거저 내준 것이 아니야. 민중이 한 발 한 발 나아가며 어렵사리 쟁취해낸 것이지. 누군가가 나서서 싸우지 않는 한, 사회는 변하지 않아. (2권 245쪽)

할 일이 많을 땐, 작정하고 읽는 책보단 그냥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 좋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시간, 잠들기 30분전에 읽어도 무리가 없을 법한 책들. 그래서 읽으려고 샀거나 절판이라 제본해둔 몇 권의 책들은 나중으로 밀리는 안타까움이 있긴 하다.

그런 와중에 이 소설을 읽었다. 뭐랄까, 내겐 오키나와의 역사와 상황, 류큐 왕조의 역사가 등장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이 소설은 이 역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역사들을 이런 식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었다. 무엇보다 한 번 읽으면 쉽게 놓기 힘들 정도로 재미도 있다.

그럼에도 썩 유쾌하진 않다. 이 소설이, “아들과 아버지란 관계”의 ‘오래된 전통’을 되살리고 싶은 욕망으로 읽혀서. 이렇게 단순하게 읽을 수는 없지만 “아버지 기 살리기”로 읽혀서 마냥 재밌지는 않다. 글은 무척 잘 쓰고, 정말 작가의 실력에 감탄하면서도, 이 책을 읽고 마냥 개운하지만은 않은 이유다.

책 둘 혹은 셋

1.
4월 서울여성영화제에서 상영할 [F2M](가제)의 공동상영기획에 들어갔다. 연분홍치마에서 촬영했고, 영화 상영활동 및 홍보는 지렁이와 함께 하기로 했는데, 지렁이 측 담당을 내가 하기로 했고. 그래서 며칠 전에 만나서 얘기를 시작했는데, 이럴 수가!!!

다큐엔 충분히 담을 수 없는 내용들이 있으니까, 인터뷰 자료집을 책으로 내기로 했다. 간단한 자료집이 아니라 출판사를 알아봐서 책으로 출간하는 것으로. 처음엔 좋아서, 무척 좋다고 했는데, 결코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1차 목표가 4월 여성영화제 기간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건데, 만약 이 일정에 맞춘다면 적어도 3월 중순까진 이 일에만 매달려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 물론 이 일만 할 수는 없고, 다른 여타의 일도 해야 하니… ㅠ_ㅠ

그래도 나오면 좋으니까, 어떻게든 악착같이 붙어서 하겠지만, 기쁘면서도 책 출간 계획을 취소하고 싶은 욕망이 심심찮게 든다. 흐흐.

책을 내겠다는 계획에 찬성한 주인공들에게 밥이라도 사달라고 해야겠다. 훗.

2.
마지막 교정을 함께 보고 있다. 3월 3일 출간 예정.

3.
미뤄두고 있던, 연락도 오지 않아서 없어졌다고 믿었던 일이 살아서 돌아왔다. 이건 거의 공포. -_-;;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지만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니까.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믿고 있다.

4.
이런 저런 이유로 노트북을 사야할 상황. 맥북을 욕심내기도 했지만, 그냥 싸고 좋은 걸로 살 예정. 마침 정품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 같아서 그 기회를 잘 노려야겠다. 사겠다고 결정했고, 살 필요성도 있긴 한데, “정말 필요해?”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수시로 던지고 있다. 금액도 금액이려니와 “정말 필요해?”라는 질문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남들이 보면 정말 필요하다고 말할 법한 상황이면서도, 정말 필요한지 자신이 없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필요 없을지도 모르는데….

좀 더 고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