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요즘 읽고 있는 책은 부동산경매와 관련해서 살인사건이 일어난 추리소설인데, 600페이지가 넘지만 무척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어. 작가가 글을 잘 쓰거든.

나는 귀신이나 어떤 무서운 상황이 등장하는 책도 곧잘 읽어. 영화도 이른바 공포영화라고 불리는 장르를 무척 잘 읽고. 작년 여름에 읽은 영화의 태반은 공포영화라고 불리는 장르일 거야.

근데, 나는 무척이나 겁이 많아. -_-;; 그러니까, 늦은 밤 무서운 소재의 소설을 읽으면 화장실에도 제대로 못 가. 어떤 땐, 보일러로 물을 덥히는 동한 소설을 읽다가, 무서워서 세수하러 가길 꺼린 적도 있어. 씻느라 눈을 감았다가 눈을 뜨면 거울 너머에 귀신이 있다거나, 화장실 창문 너머로 누군가가 떨어지는 장면을 본다거나 하는 상상을 하거든. 이런 상상에 세수도 간신히 할 때가 많지만, 다른 한 편, ‘나의 감각 경험의 상당 부분은 시각경험에 의존하고 있구나’를 깨달아.

눈을 감는 동안, 내가 있는 공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눈을 감는 것이 두려운 거지. 눈을 감는 동안은 현재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두려움을 느끼는 건지도 모르고.

아무려나, [20세기 소년]을 읽을 땐 정말, 화장실에도 간신히 갔고, 세수도 간신히 했지. 요즘 읽고 있는 소설도 만만찮아서, 늦은 밤 소설을 펼쳐서 읽으면 금방 빠져들지만 씻으러 가야 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 후회해. 그런데 또 추리소설 같은 것, 공포소설 같은 것은 밤에 읽어야 제격이잖아. ;;; 그래서 만날 이런 갈등을 해. 책을 읽고 싶다는 유혹과 씻기 전에 읽으면 제대로 못 씻을 거라는 두려움. 어쩌면 이런 갈등을 즐기는 건지도 모르고. 흐흐. -_-;;

퀴즈

키드님이 낸 문제를 보다가, 가장 먼저 떠오른 느낌은, ‘하나도 모르겠다.’ 였다. ㅠㅠ 문학은 읽은 것과 전혀 모르는 작품/작가가 섞여 있어서 그렇다 치자. 나의 경우, 영화 제목은 간신히 기억해도 배우와 감독, 등장인물의 이름을 기억하는 경우가 전혀 없고, 음악은 가사를 찾아서 읽는 경우가 드물고. ㅠㅠㅠ 그렇다고 인터넷 찬스를 쓰기는 싫고. -_-;; 흐흐

그러니 어느 정도의 난이도로 보이냐면,

1930/괴델/아인슈타인

메리 셸리/수잔 스트라이커/해러웨이/[엔드 게임]

정도랄까? 쉬울 것 같으면서도 헷갈리고. 종종 검색을 해도 정확하게 맞추긴 힘들 거 같은 느낌. ㅠ_ㅠ

+
참 민망한 소식. 책이 2월 말엔 나올 예정. 최근 교정을 다시 봤고, 편집은 거의 다 끝났고. 혹시나 위의 두 문제를 다 풀면 선물로 책을 보내 드릴 수도…. ;;;

흔적들

어제, 무슨 책을 읽다가, 사랑은 손등에 적은 글씨 같다고, 글씨를 지워도, 지워도 희미하게 계속해서 흔적이 남아 있다는 내용의 구절을 읽고 그냥 그 책을 덮었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 이럴 거 같아서. 왠지 사먹기엔 많이 비쌀 것만 같은 음식과 관련한 소설보단, 고향이 그리울 때 떠오르는 건 인스턴트 음식이고, 인스턴트 음식이 향수를 자극한다는 그런 소설이 좋다.

다른 한 편, 나라면 손등에 쓴 글씨가 아니라, 손목에, 몸 어딘가에 날카롭게 남아 있는 ** ** 흔적 같다고 쓰겠다.
** **은 칼로 그은